빈집 고쳐 9명이 함께 생활, 월세는 주변시세 70%래요

[한국의 혁신가들 ②] 사회주택 '마을과집' 한영현 이사장

등록 2019.06.11 07:32수정 2019.06.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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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가들을 돕기 위해 만든 글로벌 비영리조직 ‘아쇼카’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체인지메이커)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의 관행과 시스템을 바꾼 사람들”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체인지메이커들의 도전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스타트업, 비영리 단체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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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사회주택' 자몽쉐어하우스 9명이 함께 사는 공동 주택이다. 개인 생활이 가능한 각자의 방과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공동 생활 공간이 있다. 생활규칙은 자치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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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사회주택' 자몽쉐어하우스에서 거주 중이 김지혜(가명)씨의 방. ⓒ 이희훈

 
"원룸 같은 곳에 혼자 살면 좁아서 공간이 많이 부족한데 여기는 공동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어요. 또 집도 예뻐요. 여성들에게는 시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잖아요. 서울 집값이 꽤 비싼데 이 정도 시설에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만족스럽죠."

김지혜(가명)씨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상도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사회주택' 자몽쉐어하우스다. 지난 4월초 입주했다. 사회주택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빈집이었다. 도심의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이곳에는 지혜씨를 포함해 9명이 함께 산다. 널찍한 거실과 주방, 마당은 공동 공간으로 공유하고 독립된 방은 1인실부터 3인실까지 다양하다.

월세는 주변 시세의 70% 수준이다. 보통 사회주택은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0% 정도 받는데 이곳은 더 낮췄다. 상도동 일대 임대료가 비싸 기존대로 80% 수준을 유지할 경우 사회주택의 공급 취지와는 다르게 입주자들의 부담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혜씨는 지난 한 달 동안 이곳에 살아보니 예상보다 만족스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함께 산다는 게 가장 좋아요. 그동안 혼자서 살 때는 굉장히 외로웠어요. 지금은 함께 저녁 식사를 만들어 같이 먹기도 해요. 자기가 잘 하는 요리를 해서 같이 나눠 먹는 거죠. 함께 저녁에 산책을 나갈 수도 있고요. 그래서 혼자 살 때보다 더 건강해 진 것 같아요."

저렴한 임대료에 장기간 거주 가능, 주목 받는 사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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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사회주택' 자몽쉐어하우스 ⓒ 이희훈

 
자몽하우스와 같은 사회주택은 소득이 적은 청년 세대나 신혼부부 등 도심의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힘든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20%정도 저렴하고 최장 10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독립된 생활공간과 더불어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까지 있어 청년층에게 인기가 많다. 

자몽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한국사회주택협동조합 '마을과집'이다. 지난 2017년 3월 설립된 마을과집은 서울시와 협력해 서울 도심에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이화동·연남동·상도동·동숭동 등에 8개의 쉐어하우스를 공급해 137명이 입주해 있다. 

마을과집을 이끌고 있는 한영현 이사장은 광진구에서 마을 공동체 공간을 운영하다가 사회주택에 주목하게 됐다.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도심의 빈집과 낡은 주택을 다시 살려내는 도시재생 및 마을 공동체 활성화 방안으로 사회주택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간에는 힘이 있어요. 지역 사회에서 활동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안정적인 공간이 주는 힘은 대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주택은 도시재생은 물론 마을 생태계 활성화의 중심이 될 수 있어요.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과 동시에 노후화된 주택이나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죠. 특히 사회주택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주택이 주거 문제 해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마을의 기반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사회주택이 공급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지자체 등 공공 부문에서 '토지지원리츠'를 통해 땅을 저렴한 임대료(감정가의 2%)에 공급하면 여기에 집을 지어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 있다.  또 하나는 도심의 빈집이나 낡은 집을 임대해 리모델링한 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지자체는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한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은 2015년 서울시가 사회주택 조례를 제정하면서 본격화됐다. 사회주택 사업자는 입주자들에게 받는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맞춰야 하지만 대신 땅이나 건물 등 부동산 매입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사회주택이 기존 주거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의 주거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수요가 있는 곳에 신속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조성되는 공공 임대주택은 주로 도심 외곽에 공급되고 소요되는 시간도 길다. 

갈 길 먼 사회주택... "집주인 설득에만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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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집’ 한영현 이사장 ⓒ 이희훈

 
하지만 국내에서 사회주택은 지자체 조례에 의존해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한영현 이사장이 마을과집을 처음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마땅한 집을 찾아내도 사회주택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상황이라 10년 장기 임대를 해달라는 요구를 선뜻 들어주는 건물주는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사회주택에 대해서 집주인들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집주인이 갑이라 일이 진행되다가도 엎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계속 만나서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1년 넘게 만나 설득한 집주인도 있었죠."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집주인 중에는 이화동에 들어선 첫 자몽하우스를 보고 사회주택으로 리모델링하기로 맘을 바꾸기도 했다. 노량진의 자몽하우스는 서울시 협력사업 공모에서 탈락했는데 집주인이 공사비의 일부를 부담해 완성한 경우다.  

처음에는 임대료 수준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더 넓은 면적과 더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로 내렸지만, 기대한 만큼 임대료를 낮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호점을 열었을 때 솔직히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월 임대료가 1인실 기준 38만5000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20%정도 싼 건 맞는데 과연 입주자들이 주거비 부담 감소를 체감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청년들이 찾아올까라는 걱정도 들었어요. 월세를 더 낮추고 싶었지만 집주인에게 내야하는 보증금과 임대료, 리모델링 비용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았습니다."

한 이사장의 우려와는 달리 자몽하우스를 열자 입주자들은 금방 찼다. 오히려 기존에 내던 것보다 월 5만원~8만원 정도 월세가 내려가면서도 넓은 주거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입주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김지혜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경우 월세 부담이 굉장히 큰데 여기는 다른 집들보다 저렴하니 저 같은 청년 세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라며 "입주 경쟁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이런 사회주택이 늘어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회주택, 공급 확대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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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집’ 한영현 이사장이 입주를 준비하고 있는 새 사회주택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 이희훈

 
사회주택의 특징 중 하나는 집 공사를 마치고 입주하면 사업이 끝나는 게 아니라 사업자가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회주택은 일반 임대주택과는 달리 공동체성에 기반한 커뮤니티 형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택의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확장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은 필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공동 주거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됐고 함께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입주자들의 경우 공동생활 자체를 힘겨워하는 경우도 있다. 마을과집이 공급하는 사회주택의 이름을 '자몽 쉐어하우스'라고 지은 것도 함께 사는 게 자몽처럼 '달콤 쌉싸름하다'는 의미에서다. 실제 많은 사회주택형 쉐어하우스들이 문을 열었다가 없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공급 확대에 치중하다 사후 관리에 소홀해지면서 거주자 만족도가 떨어져서다. 

"공동생활은 실제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공유 공간의 사용 문제, 자기 책임의 범위 등 갈등 요소들이 잠복해 있죠. 그래서 입주자들이 공동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합니다. 단순히 주거 품질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사후 관리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야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현재 한 이사장은 임대료를 더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우는 것이다. 

"마을과집의 경우도 입주자가 200명까지 늘어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거 같아요. 또 소규모의 사회주택 공급과 함께 규모가 큰 사회주택 모델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공공 부지를 활용해서 2000~3000 세대를 시세의 80%에 공급한다고 하면 청년주거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고 민간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무시하지 못하겠죠. 도심 속의 집을 활용해 빠르게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규모의 사회주택 등 다양한 모델이 나오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회주택법'이 필요한 이유

사회주택 공급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서울시만 해도 연간 2000호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등 현실적 제약 때문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때문에 사회주택 사업의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 개정안이 국회 교통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개정안은 사회주택을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 등 임대사업자가 8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임대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또는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주택도시기금 우선 지원 항목에 사회임대주택을 포함시켜 사업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한 이사장은 "아직 불분명한 사회주택의 개념이 법률로 명확히 규정되고 그것에 근거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다양한 형태의 사회주택을 공급하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주택은 단순히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주거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까지 내다보고 있어요. 여기에 필요한 게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임대주택의 사후관리 서비스인데 이건 정부나 공공 부문에서 하기 힘들어요. 오히려 민간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사회주택 공급만 늘리고 끝나지 않으려면 법제도와 다양한 지원 정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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