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수사팀 경찰이 1계급 특진? 권언유착"

[스팟인터뷰]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이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폐지' 주장하는 이유

등록 2019.05.28 21:07수정 2019.05.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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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0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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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 ⓒ 정대희

 
최근 언론사가 주는 '특별한 상'을 두고 권언유착의 잔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상을 받으면 1계급 특진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홍익표 의원실이 경찰청에 문의한 결과 '고 장자연 사건' 수사팀에 있던 경찰관이 조선일보가 주는 청룡봉사상을 받아 1계급 특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언론·시민단체가 이 상들의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시민단체들은 공무원 인사에 언론사 상의 수상여부가 영향을 끼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언론사가 주는 1계급 특진상은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이외에도 중앙일보 청백봉사상, 동아일보·채널A 영예로운 제복상, SBS 민원봉사상, 부산일보 무궁화봉사상, KBS KBS 119소방상, KBS·서울신문 교정대상 등이 있다.

[관련기사] '조선'이 주는 경찰 1계급 특진상, '동아'에도 있다 (http://omn.kr/1ivs2)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실에서 김언경 사무처장을 만났다. 김 처장은 지난 22일, 경찰청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조선일보에 내준 1계급 특진 경찰 인사권부터 환수하라!'라고 외쳤다.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상을 받은 경찰이 자동으로 1계급 특진을 하기 때문이다. 공동주관이라는 명목 하에 조선일보에 경찰 인사권을 주고 있는 셈이다. 특진은 경찰관들이 굉장히 의식하는 일이다.

조선일보 간부가 심사위원이고, 경찰청은 이들에게 수상자들의 감찰 기록과 세평(세상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평판이나 비평)까지 제공했다. 경찰 내부기록을 언론사에 준 것이다.

최근 청룡봉사상을 받은 경찰관이 '고 장자연 사건'을 맡은 수사팀에 있었고, 조선일보도 수사 대상이었다. 권언유착 의혹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민갑룡 경찰청장은 올해 시상식을 추진하겠다면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룡봉사상 누리집 화면 ⓒ 정대희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선일보의 청룡봉사상을 받아 1계급 특진의 혜택을 받은 경찰은 모두 80명이다. 청룡봉사상은 지난 1967년 처음 만들어져 올해로 53회째를 맞았다.


1계급 특진 혜택이 만들어진 이유는 특별했다. 고 방우영 조선일보 사장은 자신의 저서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에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당시 내무부장관을 만나 이를 관철시켰다고 했다.
"1967년 1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옥신 내무부 치안국장이 최석채 주필과 가까운 사이라 청진동에 있는 '장원'으로 최 주필과 나를 초대했는데, 그 자리에 최치환 의원도 함께했다. 그런데 네 사람 모두 경찰과 인연이 있었다.
내무부는 경쟁이 치열한 경찰 조직에서 일계급 특진은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 문제는 김경환 편집국장이 엄민영 내무부장관을 만나 협조를 요청해 해결했다. 엄 장관은 정치적 센스가 빠른 사람이라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2월 17일자 신문 1면에 청룡봉사상 제정 사고가 나갔다. -청룡봉사상과 경찰청 사람들 중-"

-'고 장자연 사건'과 조선일보 청룡봉사상을 두고 권언유착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당시(2009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때 경찰이 조선일보로 찾아가 방 사장을 조사했는데, (조선일보의) 경찰 출입기자 2명이 배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황제 조사'를 받은 것이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서로 부르지 않고 경찰관이 직접 코리아나호텔로 찾아가 조사했다. 심지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고 장자연씨를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조사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 장자연 사건' 팀에 있던 경찰관이 조선일보가 주는 청룡봉사상을 그해(2009년) 수상해 1계급 특진을 했다. 해당 경찰관이 조폭을 검거한 공로로 수상했다고 하지만 조선일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필 '황제 수사', '봐주기'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이 수상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도 조선일보 측이 장자연씨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고, 청룡봉사상 특진 혜택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조선일보와 경찰이 청룡봉사상을 매개로 유착관계를 이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2009년 경찰이 고 장자연 사건을 수사할 때 조선일보 측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경찰 고위층에 압력을 행사했으며, 조선일보가 당시 대책반을 만들어 장자연 사건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사위에서 장자연 사건 재조사 실무를 맡았던 대검 진상조사단은 조선일보의 청룡봉사상 수상 경찰관의 1계급 특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마련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법무부 소관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소관이라는 이유로 지난 20일 최종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심사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정보를 조선일보에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 달 전 즈음에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현직 경찰이라고 하면서 조선일보 청룡봉사상의 특진 혜택을 문제 삼았다. 1계급 특진 혜택은 경찰 내부에서 매우 민감한 사항이며, 이런 혜택을 주는 언론사 상은 없애야 한다고 했다. 특히 경찰청이 언론사에 내부 인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상 후보자의) 감찰 기록과 세평이 언론사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경찰청이 언론사에 내부 인사 기록을 전달할 수 있냐며, 혜택을 없애고, 상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민갑룡 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서 개선책을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선일보와 완전히 연계성을 끊는 수준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조선일보사에서 예비 심사단계에서부터 심사했는데, 앞으론 경찰청이 예비 심사를 하고 최종심사는 경찰청 추천 2명, 조선일보 2명으로 심사위원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이게 개선책이었다.

진정으로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민갑룡 경찰청장이 적극적인 대안을 내놨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경찰의 자존심이 상하는 개선책을 내놨다. 조선일보가 최종 심사와 수상자 선정에 참여하는 건 바뀌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조선일보에 (경찰) 1계급 특진자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민감하다. 경찰도 다르지 않다. 진짜 경찰 사기를 생각한다면, 보수언론에 잘 보여 공을 세워야 상을 받고, 특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면 안 된다."

지난 21일 민갑룡 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역사가 오래된 상이고 언론사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며 당장 청룡봉사상을 폐지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올해 청룡봉사상 시상식에도 참석하겠다고 했다.

민 청장의 발언 이후 경찰청은 개선책을 내놨다. 예비 심사단계부터 조선일보가 참여했는데, 앞으로는 최종 단계만 참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종 심사는 총 8명(내부 4명, 외부 4명)의 심사위원이 수상자를 선정해온 방식에서 내·외부 위원을 각각 2명씩 선정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언론사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시상 목록 ⓒ 민주언론시민연합

 
- 청룡봉사상 외에도 언론사와 정부가 공동주관하는 상은 많다.
"1계급 특진 혜택을 없애야 한다. 특진 혜택이 걸린 상은 국가에서 주면 된다. 언론사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민간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언론사 상이 왜 특진 혜택으로 이어져야 하나. 상금만 주면 안 되나."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젠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조선일보 청룡봉사상은 권언유착의 잔재이며 상징이다. (경찰들이) 어떤 언론사에 잘 보이면, 상을 타고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선 안 된다. 언론사가 공무원 진급에 관여해선 안 된다. 이런 수많은 논란에도 올해 청룡봉사상 시상식이 강행된다고 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한편, 조선일보는 "2009년 당시 방상훈 사장을 조사했던 경찰관 2명과 청룡봉사상을 수상한 경찰관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라며 "당시 청룡봉사상을 받은 경찰관은 강력범 다수 검거 실적 등을 수상 근거로 인정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조선일보에 대한 수사를 의미하지 않으며, 해당 경찰관이 당시 조선일보 관련 수사를 담당했다는 근거 또한 없다"라고 했다.
 
#조선일보청룡봉사상 #권언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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