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확장됐다"? 황교안의 좌충우돌 장외투쟁 19일

"외연 확장되고 있지 않나요?" 자신감 피력... 특정 종교 옹호 등 확장성에는 물음표

등록 2019.05.27 21:52수정 2019.05.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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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장외집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권우성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 외연이 확장되고 있지 않습니까?"

황교안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대표가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장외투쟁으로 보수층 결집에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에는 실패했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그 외연이 뭘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잘 따져보면 한국당에 대한 국민 신뢰와 사랑이 넓어져 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민생투쟁 대장정-국민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지방순회 일정을 24일로 마쳤다. 총 19일간, 누적 4080.3km를 누빈 일정었다.

한편 한국당은 25일 서울 광화문 앞 규탄대회를 끝으로 장외투쟁을 마무리했다. 4월 20일 첫 집회를 열었던 때부터 계산하면 약 한 달이 넘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겠다던 황 대표의 투쟁은 지지층 결집이라는 효과와 함께 대권 후보로서의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얻어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러가지 논란을 낳았다. 

"군은 정부와 다른 목소리 내야" "항명하라는 거냐"

# 장면1

"군에선 양보하는 입장을 가지면 안 된다. 정치권에서 평화를 이야기해도 군은 먼저 (GP를) 없애자고 하면 안 된다." (5월 24일)


황교안 대표가 24일 휴전선 인근 전방 경계초소(GP) 철거 현장을 찾아서 한 발언은 이른바 '항명' 논란을 일으켰다. 군에게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27일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는 "군 정책들에 대해서는 군이 분명하게 입장을 내야 한다는 말"이라며 "제가 왜 항명을 부추기겠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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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통문 앞에서 발언하느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육군 3사단을 방문, GP(감시초소) 철거현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비무장지대 통문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면2

"지방 중소기업도 사내 카페를 멋지게 만들어서 회사 가는 게 즐겁도록 하면 지방으로 가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 (5월 22일)

지난 22일 발언은 '멋진 카페' 발언으로 회자됐다. 황 대표는 이날오후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의 노동조건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근로요건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지방 중소기업도 사내 카페를 멋지게 만들어서 회사 가는 게 즐겁도록 하면 지방으로 가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한 "젊은이들 인식도 중요하다"라면서 "다들 대기업, 공무원만 되려고 하니 중소기업은 안중에도 없다. 인식 개선과 함께 청년을 유인할 환경을 가꿔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3일 강원도 고성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열어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현장 모두발언에서 산불 관련 언급이 없자 현장 주민들에게 ″지금 홍보하러 오셨나"라는 등 거센 항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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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저지하다 쓰러진 시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자 일부 시민들이 5?18 망언 의원 징계와 5?18특별법 개정안 처리 등 밀린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 '빈손'으로 재차 광주 방문을 강행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입장을 저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쓰러진 시민(왼쪽 아래)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도 보인다. ⓒ 남소연

5.18광주민주화운동 제39주기 추도식에서는 시민들의 항의에 결국 펜스를 뜯어내고, 잔디밭 위를 차를 타고 이동해 후문 쪽으로 나가야 했다. 지난 3일에도 광주송정역 역무실 안으로 피신했다가 유가족을 피해 다른 문으로 빠져나가며 비슷한 장면은 연출했다.

21일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지금 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하고 있다.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닌가"라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손으로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여기서 지금 '대변인'이라고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는데, 이 말이 '대변인 짓'이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일었다. 황 대표 본인과 한국당은 그런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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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행사 중 합장을 하지 않고, 관불의식을 거절해 논란이 일었다. ⓒ 연합뉴스


부처님오신날이었던 12일에는 경북 영천 은해사를 찾아 봉축법요식에 참석했으나, 합장을 안 하고 관불의식을 거부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불계조계종이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황 대표 개인을 위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불교 지휘부가 좌파의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나서 종교 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장외투쟁을 통해 훈련된 효과 확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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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메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출발하는 '민생투쟁 대장정' 버스에 탑승하기 앞서 배낭을 메고 있다. ⓒ 남소연

 
이와 같은 황 대표의 행보에 현장의 반응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장외투쟁 전후로 한국당의 지지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한국당의 5월 1주차 지지율은 33.0%였고, 5월 4주차 지지율은 31.9%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5월 1주차 정당 지지도와 4주차 지지도 조사에서 한국당은 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정당 지지도와 별도로 실시한 '총선 투표 의향 정당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26%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38%, 정의당 8%, 바른미래당 5%, 민주평화당 1%, 기타 정당 1%, 부동층 21%)

한국당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황교안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던지는 메시지에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현장에서 하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어떻게 나갈지에 대한 고려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현장 분위기에 압도돼 당 안에서 비판하고 토론하는 분위기 자체가 사라지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국갤럽의  '총선 투표 의향 정당 여론조사'를 근거로 "이번 장외투쟁 전후로 한국당은 주로 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이 상승했고, 부산·경남이 조금 올랐다"라며 "반면 수도권에선 변화가 크지 않았고, 충청권에선 오히려 더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지층 결집 효과도 있지만, 영남지역 결집 정도를 제외하면 이번 장외투쟁으로 얻은 실익은 그리 크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장외투쟁을 거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황교안이 훈련되는 효과는 있다"면서 "연설을 하는 것도, 사진에 찍히는 것도 보다 자연스럽게 정치인다워지고 있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마라톤 레이스에서 황교안 대표가 지금 혼자 치고 나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본인이 실력이 월등하면 이 페이스대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먼저 지쳐서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윤 실장은 이어 "장외투쟁 현장을 봐도 전반부에는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뒤로 갈수록 '설화'가 더 많아진 건, 그만큼 자체동력이 떨어지는 걸 '말'로 메우려고 하니 엇박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장외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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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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