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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박한이, 허무하게 날린 명예로운 은퇴

[KBO리그] 27일 아침 음주운전 적발 후 은퇴선언, 영구결번 사실상 무산

19.05.28 09:48최종업데이트19.05.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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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한이 ⓒ 삼성 라이온즈

 
'영구결번'을 예약해 둔 KBO리그 최고령 타자가 불명예 은퇴를 하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같은날 아침 차량을 운전해 자녀를 등교시킨 후 귀가 도중 접촉사고로 음주운전이 적발된 박한이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은퇴를 선언했다고 발표했다.

박한이는 26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후 지인들과 저녁식사 도중 술을 마셨고 다음날 자녀의 등교를 위해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후 진행된 음주측정에서 혈중알콜농도 0.065%의 면허정지수준의 수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이는 16년 연속 100안타를 비롯해 통산 2174안타(3위) 146홈런 906타점 1211득점(4위)을 기록하며 삼성과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오랜 기간 활약했다.

박한이는 삼성에서만 무려 7개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따낸 선수로 은퇴 후 삼성의 영구결번 선정이 매우 유력했다. 하지만 그가 음주운전으로 시즌 도중에 불명예스럽게 은퇴하면서 영구결번과 명예로운 은퇴가 사실상 모두 좌절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최다 기록 대부분을 가진 '살아 있는 전설'

이승엽(SBS 해설위원)이나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 같은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삼성의 황금기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박한이다. 2001년 프로에 데뷔 첫 해부터 '명가' 삼성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한 몫을 담당했던 박한이는 프로 18년 동안 무려 11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출전해 7번의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역사가 곧 박한이의 역사라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다. 

박한이는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출전(63경기)과 최다안타(57개), 최다 타점(28개), 최다득점(38점), 최다루타(79루타), 최다 사사구(41개)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시리즈 역대 홈런 기록에서도 타이론 우즈(7개)와 이승엽(6개)에 이어 3위(5개)에 올라 있다. 박한이와 프로 입단 년도(2001년)가 같은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 시즌 통산 홈런 기록이 5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한이가 큰 경기에서 보여준 장타력은 실로 대단했다.

박한이를 오늘날 삼성의 살아있는 전설로 만들어준 최고의 실적은 역시 연속 시즌 100안타 기록이다. 박한이는 2001년 프로 입단 후 무려 16년 동안 한 해도 빠짐 없이 시즌 100안타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현역시절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양신' 양준혁(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과 함께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었다. 현재 현역 타자 중에서는 박용택(LG트윈스)이 10년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대단한 기록을 가지고 있음에도 박한이는 소위 말하는 '야구재벌'이 되진 못했다. 2009 시즌이 끝난 후 첫 번째 FA자격을 얻었을 때는 FA미아가 될 위기에 놓였다가 1년 6억5000만 원에 삼성에 잔류했다. 박한이는 2013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2번째 FA자격을 얻었지만 4년 28억 원에 또 다시 삼성과 재계약했다. 참고로 박한이보다 한 살 어린 이종욱(현 NC다이노스2군 작전·주루코치)은 같은 해 4년 50억짜리 FA 계약을 따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박한이의 100안타 행진은 2017년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즌 전 무릎 수술을 받으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박한이는 2017 시즌 주전 자리를 내준 채 시즌의 절반도 되지 않는 68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박한이는 타율 .263 31안타에 머물며 양준혁의 기록을 경신하는데 실패했다. FA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2018 시즌 연봉도 2억 원이나 삭감됐다.

끝내기 안타 친 다음 날 불명예 은퇴, 사실상 무산된 영구결번의 꿈

1979년 1월생으로 동국대 97학번인 박한이는 1978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2017 시즌이 끝난 후 이승엽, 이호준(NC타격코치), 조인성(두산 배터리 코치) 등 70년대 중반 태생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박한이는 졸지에 KBO리그 최고령 타자가 됐다. 물론 2018 시즌이 개막할 때만 해도 2017년 68경기에서 31안타를 친 40대 타자 박한이에 대한 야구팬들의 기대치는 매우 낮았다.

하지만 박한이는 작년 시즌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284 10홈런 43타점 47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이승엽이 떠난 삼성의 주전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비록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하면서 100안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4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릴 수 있을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박한이는 올해도 5천만 원 인상된 2억5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박한이는 올 시즌에도 왼손 대타요원과 지명타자, 백업 외야수를 오가며 팀 내 최고참 선수로서 모범을 보였다. 이제 팀의 핵심 외야수는 구자욱과 박해민, 김헌곤에게 넘어갔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박한이가 삼성 선수단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26일 키움전에서는 9회 대타로 출전해 좌중간 담장을 때리는 역전 끝내기 2루타를 터트리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6일 끝내기 안타는 박한이의 현역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이 되고 말았다. 27일 아침 접촉사고를 내고 한 음주측정에서 면허정지수준의 혈중알콜농도가 측정된 박한이는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은퇴를 선언했다. 물론 아이를 등교시키면서 스스로는 충분히 술이 깼다고 느꼈겠지만 결과적으로 박한이는 접촉사고를 냈고 음주측정을 통해 아직 술이 덜 깼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됐다.

박한이는 양준혁이나 이승엽처럼 대타자는 아니었지만 삼성의 모든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살아있는 레전드'였다. 박한이가 삼성에서 남긴 업적과 팀에 대한 애정을 보면 은퇴 후 영구결번은 당연하게 보였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해 명예롭지 못하게 현역 생활을 마감하면서 박한이의 영구결번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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