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북한 감싸는 트럼프, 다 이유가 있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북한과 이스라엘 문제에 대한 트럼프와 아이젠하워의 모순

등록 2019.05.29 21:04수정 2019.05.2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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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 (자료사진) ⓒ 이희훈


도널드 트럼프의 롤모델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재임 1981~1989)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도 레이건을 지켜보면서였다. 트럼프가 43세 때인 1987년, 마이크 던바(Mike Dunbar)라는 공화당원이 '도널드 트럼프를 뽑아주자(draft Donald Trump)'는 운동을 전개한 일이 있을 정도로, 레이건 재임기에 트럼프는 대통령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강준만 교수의 <도널드 트럼프-정치의 죽음>은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트럼프는 당시 공화당 후보인 조지 부시의 러닝 메이트 후보로 고려되었다"고 소개한다. 이번에 노무현 초상화를 들고 온 아들 부시가 아니라 아버지 부시(1924년생)와 러닝메이트가 될 뻔했던 것이다.

레이건 시절의 부통령인 조지 부시와 함께 대선에 출마할 뻔했을 정도로, 트럼프는 레이건 행정부를 열렬히 응원했고 또 그에게 매료돼 있었다. '강력한 미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레이건에게 깊은 감흥을 받았던 것이다. 트럼프가 세계 2위 중국을 상대로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그런 감흥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한테서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모습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아이젠하워가 이스라엘에 보여준 모습이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서 엿보인다.

지난 2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두 차례의 '발사체'와 관련해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이라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고 탄도 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항의의 뜻을 표하는 듯이 하면서도, 발사체의 정체가 탄도미사일임을 은근히 시사하는 인터뷰다.

이렇게 북한이 은근한 자극을 가하는데도 트럼프는 한없이 관대하기만 하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도쿄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의 측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호히 발언한 다음날인 26일, 트럼프는 "북한이 작은 무기 몇 개를 발사한 것이 나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는 다음날인 27일에는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의 사람들은 위반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며 "핵실험도, 탄도미사일 발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이라고 북한이 공식 표명했는데도, '탄도미사일 발사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와 아이젠하워의 '요상한' 반응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의 전쟁기념관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이런 트럼프의 태도와 비슷한 양상은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인 아이젠하워 대통령 재임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서 나타나는 모순이 아이젠하워한테서도 비슷하게 표출됐다. 미국이 공식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 핵 개발에 대한 아이젠하워의 태도에서다.

이스라엘은 1956년부터 핵 개발에 관한 프랑스의 기술 협력을 받았다. 프랑스가 도움을 제공한 것은 자주파인 이집트 나세르 정권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나세르는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관리하던 수에즈운하를 국유화했다. 그런 이집트를 공동 압박할 목적으로 프랑스가 이스라엘 핵개발을 지원했던 것이다.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은 하임 바이츠만(1874~1952년)이다. 바이츠만은 정치인 외에 또 다른 직업이 있었다. 본래 그는 화학과 교수였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세계적 연구소인 바이츠만 연구소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임 바이츠만. ⓒ 위키백과


1945년 히로시마·나카사키 원폭 투하 이전에 바이츠만이 해본 실험이 있다. 핵과 관련된 것이었다. 안준호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선임사찰관의 <핵무기와 국제정치>에 이런 일화가 소개돼 있다.
 
"오토 한이 핵분열 실험에 성공한 후, 1939년 헝가리 출신 과학자 실라르드가 영국에서 바이츠만을 만났다. 실라르드는 바이츠만과 핵분열에 관한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직접 그러한 실험을 해보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라르드가 기대했던 핵분열의 연쇄 반응은 바이츠만의 실험에서 얻어내지 못했다."

만족할 만한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바이츠만은 핵분열 실험까지 해본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중동 적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됐다. "1948년 이스라엘이 아랍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고 독립을 성취했을 때, 이러한 배경을 가진 바이츠만이 핵무기의 꿈을 가졌다는 것은 당시 이스라엘의 실정으로 볼 때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위 책은 말한다.

핵분열 실험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초대 대통령까지 뒀지만, 이스라엘은 독자적 핵개발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프랑스에 도움을 구했던 것이다. 당시 프랑스도 핵개발을 추진하는 중이었다. 프랑스 핵개발은 1960년에 완성됐다. 아직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선발 국가인 프랑스와의 제휴로 핵개발을 완성하는 게 당시 이스라엘 정부의 방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프랑스의 제휴는 약 1년 만에 미국 정찰기 카메라에 포착됐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가 이스라엘 핵개발 과정을 요약해 2011년 1월 27일자 <뉴데일리>에 기고한 '심층취재/ 이스라엘 핵개발 비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1957년 말 미국의 U-2 정찰기는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건설 중인 수상한 시설의 사진을 찍었다. 유명한 사진 분석가 디노 브루지오니는 프랑스의 핵무기 개발용 원자로와 똑같은 시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육상으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 공사장엔 많은 프랑스인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이스라엘 네게브 핵연구 센터. 디모나 핵개발 센터로도 불린다.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U-2 정찰기와 육상 양쪽에서 수집된 정보는 중앙정보부(CIA)를 거쳐 1958년 초 백악관에 보고됐다. 그런데 분석 결과를 보고 받은 백악관 주인의 반응이 '요상'했다. 북한 '발사체'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과 유사한 태도가 아이젠하워한테서도 나왔다. 평소 같으면 두 눈 부릅뜨고 이런 보고를 받았을 아이젠하워가 이때만큼은 뜻밖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위 기고문은 이렇게 말한다.
 
"(평소) 이런 정보에 민감한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은 이 건에 대하여는 무심했다. 보고자에게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이런 보고는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백악관의 참모들도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해 비밀 핵개발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U-2기의 정찰 비행은 계속되었으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아이젠하워의 태도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모순이 생기게 만들고, 이는 아랍 동맹국들이 미국을 불신하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했다. 언론인 리영희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의 대담집인 <대화>는 이렇게 말한다.
 
"아랍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서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지원하고 묵인하면서, 아랍 국가들의 화학무기 제조에는 왜 간섭하느냐,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항하는 아랍 무기가 뭐가 있느냐' 이런 식으로 대항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아이젠하워 한 사람만 그런 모순을 보인 게 아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연합총회에서 미국과 소련의 주도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지지 결의가 채택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1969년 9월, 닉슨은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이 공개적 선언이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보유를 알리지 않으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사업을 묵인하고 보호할 것"이라는 밀약을 체결했다.

한편으로는 NPT를 세계 각국에 강요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핵 확산을 묵인했던 것이다. 지금의 트럼프뿐 아니라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세계 정책을 모순되게 운영했던 것이다. 지금 트럼프가 보여주는 모순은 결국 그 개인의 모순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아이젠하워나 닉슨은 미국 경제계의 큰손인 유대인의 파워를 의식해 대외전략상의 모순을 서슴없이 저질렀고, 트럼프는 '대북 정책에 실패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차기 대선 때까지 유지하고자 그런 모순을 개의치 않고 있다. 비핵화를 '명분'으로 전 세계를 압박하다가도 필요할 때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그 명분을 '포켓'에 감추고,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면 그걸 다시 꺼내드는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모순된 미국... 그들의 세계 지배는 정당한가

트럼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문제삼지 않는 것은 한반도 평화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트럼프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행동해주기를 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트럼프가 보여주는 모순에도 동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의 행동은 미국의 세계 지배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의문을 증폭시키고도 남을 만하다.

미국의 모순된 핵정책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불만을 소개한 뒤, 리영희는 이렇게 덧붙였다. 위의 <대화> 인용문에 바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미국은 타국의 핵무기 보유 노력을 반대하거나 비난할 정치적·도의적 자격이 절대로 없는 국가입니다. 이것이 중요해요. 미국은 국제규범이나 협약을 절대로 지키지 않는 나라예요. 한국인들은 이 사실을 늦게나마 깨달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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