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금지 '전두환 회고록', 박정희도서관에선 대출 가능

기자가 직접 열람하고 대출했다... 5.18기념재단 "왜곡된 거짓 더는 확산 안 돼"

등록 2019.05.29 18:50수정 2019.05.29 18:50
6
원고료로 응원
a

법원이 판매와 배포를 금지한 <전두환 회고록 1: 혼돈의 시대>가 박정희 도서관에선 열람과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정대희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거짓 내용을 담아 법원으로부터 판매 및 배포 금지된 '전두환 회고록'이 박정희 도서관에서는 도서 대출 가능 책으로 분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8일 기자가 직접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있는 도서관을 찾아가 <전두환 회고록 1: 혼돈의 시대>를 열람하고 대출했다. 이후 박정희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회고록 1권 현황에 '대출중' '예약 가능'이라고 표시됐다.

전두환씨는 지난 2017년 4월, 총 3편으로 회고록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했다. 또 북한 개입설 등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된 서술로 논란이 됐다.

지난 2017년 6월, 5.18 기념재단 등 4개 단체는 광주지방법원에 전두환 회고록 1권에 대한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같은해 8월 광주지법은 판매·배포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전씨 측은 문제가 된 단락을 검게 수정해 재출간했다. 이에 5.18기념 재단 등은 지난 2017년 12월 다시 광주지법에 수정본에 대한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광주지법은 지난 2018년 5월 회고록 1권 수정본에 대해서도 출판·배포 금지를 결정했다. 

법원이 판매와 배포를 금지했으나 공공도서관 등에서 회고록 1권을 열람하고 대출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전씨 측에 한해 판매와 배포를 금지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18 기념재단 측은 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법원이 판매와 배포를 금지한 책을 일반 시민이 열람하고 대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두환 회고록 소송과 관련해 5.18 기념재단 등의 민형사상 법률 대리인을 맡은 김정호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은 허위사실을 기재한 책의 판매와 배포를 금지한 것이다, 전씨 측을 상대로 소송한 것이라 공공도서관과 대학에서 대출하는 게 현재로서는 불법이 아닌 게 맞다"면서도 "공공도서관과 대학은 공익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한다, 판결 취지에 어긋나는 일을 계속한다면 향후 별도로 이들(공공도서관과 대학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열람이나 대출이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회고록 1권의 공공도서관 대출 문제는 이전에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 도서관 등에서도 열람 및 대출 가능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이 도서관들은 논란 이후 회고록 1권에 대해 열람과 대출이 불가능한 '신청제한' 조처를 내렸다. 최근엔 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일부 대학 도서관 등에서 문제가 됐다. 29일 국가전자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한 결과, 동국대학교와 국민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등에선 여전히 열람과 대출이 가능한 상태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왜곡된 거짓이 도서관과 대학을 통해서 더 확산되어선 안 된다"라며 "지난 2017년 법원 판결 후부터 공공도서관과 대학 약 1000 곳에 법원 판결 내용(판매와 배포금지)을 담은 공문을 보내 도서 대출 제한이나 반품 등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정희 도서관 관계자는 "최근에 서가를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대출이 가능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두환회고록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