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10년 계약 보장' 사장님들 구하기 나선 까닭

10년 지나면 계약 해지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들, 그리고 국회서 멈춘 가맹사업법 개정

등록 2019.06.03 13:58수정 2019.06.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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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맹사업분야에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8일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진 공정거래위원회의 보도자료 내용이다. 관련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관심 없을 보도이고, 설사 관련자라 하더라도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을 내용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직 가맹점주로서, 그리고 몇 년간 가맹본사에 불평불만을 쏟아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한 사람으로서 이번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보려고 한다.

먼저 '장기점포 계약갱신'이란 문구부터 보자. '장기점포'라는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는 가맹점 중 적어도 10년 이상 된 가맹점들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가맹희망자들과 계약 기간을 최초 2년으로 잡고, 이후 1년 또는 2년마다 계약 갱신으로 연장한다.

그러니까 이 문구는 '10년 이상 된 가맹점들의 계약 갱신'을 뜻한다. 정리하면 공정위가 본사와 10년 이상 된 가맹점 간 계약 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 즉 '지침서'를 관련 업계에 공지했다는 뜻이다.   
 

기습점검, 그리고 강제폐점 ⓒ 권성훈

그 '10년'은 왜 악수가 됐나

그럼 도대체 공정위는 왜 이런 지침서를 만들어 관련 업계에 공지한 걸까?
       
과거, 해당 업계의 법 규정인 '가맹사업법'에는 가맹사업자들의 계약 갱신을 언제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그리고 가맹희망자들조차 가맹계약 직전까지 가맹 계약서에 명시된 '1, 2년 단위의 계약 갱신' 조항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본사가 때 되면 당연히 계약 갱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는 첫 번째 계약 갱신 때가 되면 금방 깨닫게 된다.
       
본사의 심기를 건드리면 내가 투자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돈(대출까지 받은)이 공중분해 되는 것은 물론, 가족의 생계 수단까지 박탈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실감하게 된다. 때문에 매년(1년 단위 계약 갱신이라면) 본사의 눈치를 보며 긴장감 속에서 영업을 해야 한다. 때문에 통상 본사의 '슈퍼바이저'로 칭해지는 가맹점 관리자가 가게에 오면 겁을 먹는 가맹점주들도 있었다.
   
또 본사가 지나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보니 기존 제과·치킨 업계의 유명 브랜드들이 2년마다 가게 리뉴얼을 강제하거나 판촉을 명분으로 한 전단, 각종 인쇄물 등을 강매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이 부분이 지속적으로 업계의 분쟁 원인이 되자 2007년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에게 '리뉴얼'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계약 갱신도 귀책사유가 없는 한 10년은 보장하라며 못 박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10년'이 '악수'였다. '가맹점주의 계약 갱신 요구권 10년 보장'하라는 이 법 조항은 역설적으로 10년 이후에는 어떤 이유도 없이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본사 입장에서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눈엣가시 같은 점주들 중 10년 차 이상은 서류상은 물론, 그 지역에서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실제 필자가 가맹점주였던 시절, 해당 브랜드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가맹점주 단체를 만들고 본사에 '상생'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때 본사는 '가맹사업법'을 근거로 당시 10년 차였던 점주단체 회장의 가맹점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렇다면 10년 차가 아니고, 확실한 귀책사유도 없는 블랙리스트 가맹점주에 대해선 어떻게 할까. 실제 프랜차이즈 본사 측이 직원들을 시켜 가맹 해지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경우가 있다. 2016년 모 김밥프랜차이즈 직원이 가맹점에 몰래 침입해 주방을 수색했던 사건, 그리고 2015년 어느 날 필자와 같이 가맹점주 단체의 임원으로 활동하던 동료 가맹점주의 가게에 5명의 본사 직원이 급습해 매장을 뒤지고 곧이어 가맹 계약을 해지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이 보장된 가맹사업법이 적용되던 시기에 일어났다. 법이 '가맹계약갱신 요구를 10년'으로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본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강제 폐점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본사 입장에선 10년 차가 안 된 가맹점을 폐점시키는 게 좀 더 성가실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거다.
 

사업기간별 소속가맹점수공정위에서 발표한 사업기간 별 가맹점수 ⓒ 권성훈

우리나라의 '가맹사업'의 역사도 어느덧 47년이 됐다. 공정위의 보도자료에도 나와 있듯 이제는 10년 차가 넘은 가맹점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즈음에서 혹자는 '10년이나 장사를 했으면 단물 쓴물 다 빼먹었을 텐데 그만하면 충분히 시간을 준 것 아니냐'고 반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최초 자영업을 했던 십수 년 전만 해도 자영업계에서 장사가 잘된다는 통상적 기준은 '2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느냐'였다. 이는 자신의 인건비를 뺀 순수 수익금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투자금 회수는 언감생심, 10년 동안 그저 생계 유지만 하는 가맹점이 대부분이다. 과열된 시장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해진 고객 덕분이다.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면 이제 그 업은 당사자에게 투자가 아닌 생업, 천직이 된다. 즉 지금까지 했던 일 말고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이 됐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10년이 넘은 가맹점주에게 가맹 계약 해지는 '생계 박탈'이나 다름없다. 가맹계약 갱신 요구권 '10년 제한 폐지'가 수년 전부터 수면 위로 올라온 이유다.  
  
이렇게 가맹본사들이 관련법을 악용하자 다양한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은 한목소리로 가맹사업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지지를 받아 '계약갱신 요구권 10년 제한' 폐지가 포함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상임위까지 올라갔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친기업적'인 보수정당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는 사이 <BHC 가맹점협의회 "간부 운영 점포 일방적 해약…노조파괴 뺨쳐">라는 기사처럼(한겨레, 2019년 4월 11일) '10년 제한' 조항은 가맹점주들을 길들이는 도구로 전락했다. 수많은 브랜드의 가맹점주 단체들이 이 조항 하나 때문에 유명무실해지거나 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맹점주들의 한강다리 밑 회의가맹점주단체의 주요회원들이 본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한강다리 밑에서 대책회의를 해야 했다. ⓒ 권성훈

절박한 점주들...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

여담이지만 지난 2018년 '공존의 적, 갑질'이라는 주제로 KBS <명견만리>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같이 촬영했다. 필자가 가맹점주 단체 주요 회원들이 새벽에 한강 다리 아래 숨어 회의하는 사진을 보여주자 심상정 의원은 기막혀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진은 흡사 군사정권시절 민주화 투쟁을 하던 대학생들의 모습인데 프랜차이즈 사장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상황이 이러하니 공정거래위원회가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다면 10년이 지나도 계약갱신을 해줘야 하며 계약 갱신을 위한 '평가'가 필요하다면 명확한 평가 기준을 사전에 가맹점주들에게 제시하라"라는 내용을 담은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게 됐다고 본다.   
        
세상은 정말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47년 전 상황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를 검색하며 가격은 물론 품질과 맛을 비교한다.

모든 업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하는 소비자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가맹본사들은 경쟁적으로 할인과 공짜 서비스 제공 등, 갖은 이벤트로 구애의 춤을 춘다. 이런 본사와 고객들 사이에서 등이 터져 나가고 있는 수많은 가맹점주들은 이제 '대박'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오늘도 내일도 오로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도록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 이제 이 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붙잡고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는 상임위의 보수정당 의원들에게 영국의 원로 정치가인 고 '토니 벤'의 말씀을 꼭 전달하고 싶다.

"신념이란 당신이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이고, 정책이란 그것 때문에 당신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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