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알맹이 없이 종료... '김학의 사건' 재수사해라"

[현장] 여성·시민단체 "검찰이 성폭력 범죄 제대로 수사 안 한 게 본질"

등록 2019.05.30 14:59수정 2019.05.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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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했던 과거사위는 알맹이 없이 끝났다."

여성·시민단체가 '김학의 사건' 관련 검찰 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참여연대 등 전국 698개 여성·시민단체는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최종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부실 수사' 검찰과 과거사위 영정 격파
      
이들은 이날 김학의 사건을 첫 수사했던 지난 2013년 검찰부터 2019년 검찰까지 영정 사진을 하나하나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는데, '검찰 과거사위' 영정도 피해갈 수 없었다.

앞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아래 과거사위)는 29일 오후 김학의 사건 조사 결과 ▲ 검찰의 경찰 송치 죄명에 국한한 부실수사, 김학의·윤중천에 대한 봐주기 수사 정황과 수사팀의 중대한 과오, 검찰권 남용 정황을 확인했고 ▲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 원인으로 곽상도 전 민정수석 등 당시 청와대 민정 라인을 지목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로 수사 의뢰했으며, ▲ 원주 별장을 둘러싼 '성접대' 진상을 파악하고 ▲ 추가 동영상 존재 가능성, ▲ 일부 피해 주장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가능성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관련기사: 과거사위 "검찰, 윤중천 봐주기… 한상대 전 검찰총장 수사 촉구" http://omn.kr/1ji81)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성접대가 아니다 성폭력이다, 뇌물이 아니다 인권이다"라고 구호를 외치며, 과거사위의 '성인지 감수성'부터 문제 삼았다.

"김학의 사건 본질은 '성폭력' 범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김학의 사건은 검찰 출신 주요 가해자와 조직을 비호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은폐한 검찰권 남용 사안"이라면서 "당시 검찰이 '성인지 감수성 차원에서 여성들이 처한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과거사위 조사결과가 무색하게도 과거사위 조사 및 심의 결과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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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여성·시민 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검찰 상징물을 부쉈다. ⓒ 권우성


우선 이들 단체는 과거사위가 검찰이 당시 경찰이 송치 의견을 낸 '성범죄 혐의'에만 국한한 부실 수사를 했다고 한 대목에 대해 "송치 의견을 낸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임을 과거사위는 간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과거사위가 "이 사건 가해자들을 처벌하는데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기에는 이와 반대되는 다수의 객관적 증거와 진술 증거가 있었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의 '무고' 혐의를 쉽게 언급한 걸 문제 삼았다. 이들은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피해 여성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수사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면서도, 어째서 스스로는 왜곡된 검찰 수사기록만으로 '무고'를 운운하는 심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아울러 이들은 원주 별장 '성접대'에 가담한 김학의, 윤중천과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 외 대학교수, 건설업자, 대기업 회장, 대형병원 원장 등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에 포함된 다른 권력층 가해자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과거사위 결과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인식에 따라 성폭력 범죄가 완전히 왜곡되고 은폐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가해자를 무혐의 처분 내리기로 마음먹은 검찰이 선택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요란했던 과거사위는 알맹이 없이 종료되었고 공은 다시 검찰 특별수사단으로 넘어갔다"면서 "우리는 본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단이 과거 왜곡된 검찰 조사 결과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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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여성·시민 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인 김부정은씨는 이날 "검찰에게 성범죄 수사는 여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그 자체를 조사하는 것인가"라면서 "어째서 과거사위는 검찰의 성범죄 인식과 수사 내용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경찰의 수사 왜곡을 운운하는가"라고 따졌다.

김부정은씨는 "과거사위는 피해 여성 진술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성폭력 피해 가능성과 무고 가능성을 등치시키고 있다"면서 "성폭력 피해 재수사하면서 검찰이 염두에 둘 것은 피해자의 무고 가능성이 아니라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의 자성과 개혁의지, 성범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강제조사권이 없는 과거사위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어제 권고 결과는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볼 때는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조사된 범죄 혐의 중 경찰 송치한 죄명(성범죄)에 국한해서 납득하지 못한 이유로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조사단에서 참고인 조사를 통해 경위를 철저히 규명했어야 했는데 못한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이 부분은 수사단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과거 왜곡된 검찰 조사 결과를 바로잡아야만 가해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수사단이 과거 경찰 송치 이후에 (피해자 진술) 탄핵으로만 일관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충분한 참고인 조사를 해서 과거 검찰 수사 결과를 시정하라고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학의 사건 #검찰 과거사위 #윤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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