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양이 사진'이 불편한가

[고기 없이 살고 있습니다] 비건 지향 페미니스트로 사는 이유

등록 2019.06.05 21:35수정 2019.06.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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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은 단지 동물이 불쌍해서 고기를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공장식 축산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해악에 맞서기 위한 운동이기도 합니다. 6월 5일 환경의 날, 하루 세 번 음식 앞에 설 때마다 이 땅의 무언가들을 헤아리는 채식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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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귀여워하는 사람에게 '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양이의 신체를 소비하는 것으로 연결됐다면, 그것은 종차별이 맞다. ⓒ unsplash

 
고양이 애호가 커뮤니티에는 각양각색의 고양이 사진이 업로드된다. 개중에는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고양이의 '땅콩'(고환) 사진, 누워있는 고양이의 '젤리'(발바닥) 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렇게 고양이의 신체를 파편화해 귀여워하는 문화가 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의 신체를 파편화하는 것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가슴, 골반, 다리, 심지어는 성기까지 파편화 당하는 여성의 몸. 그리고 고환, 발바닥, 엉덩이로 파편화된 고양이의 몸. 이 몸들은 타인에 의해 객체화돼 소비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종차별'은 인간의 편의와 오락을 위해 비인간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는 성차별과 닮은 구석이 많다. 남성권력의 유지를 위해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가부장제는, 인간중심적 세계 안에서 다른 생명을 착취하고 죽이는 것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종차별주의와 비슷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사람에게 '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양이의 신체를 소비하는 것으로 연결됐다면, 그것은 종차별이 맞다.

여성동물 착취라는 문제의식으로 접근하면 여성과 비인간동물은 좀더 긴밀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같은 동물이더라도 암컷이냐 수컷이냐에 따라서 착취당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여성동물의 착취는 재생산으로까지 이어진다. 암컷 동물을 강제로 임신시킨 후 아기를 빼앗는 것을 반복하면서 젖을 끊임없이 얻어내는 것, 암탉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호르몬을 주사해서 더 많은 알을 낳게 하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폭력을 외면하지 않는 비건 페미니스트

비거니즘이란 인간의 편의와 오락을 위해 비인간동물을 착취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나는 비거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공장식 축산에 보이콧하고자 채식을 하고, 가죽 제품을 쓰지 않고, 동물실험을 한 제품을 쓰지 않는다. 이러한 실천은 '동물 사랑'에 머무르지 않는다. 비건을 지향한다는 것은 다른 생명과의 공생을 고민하는 일이고, 인간중심적 사고를 돌아보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여성동물 착취의 예시처럼, 동물해방을 외치는 비거니즘과 여성해방을 외치는 페미니즘 사이에는 교차하는 지점이 여기저기 있다.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비건 지향을 하게 되는 이유다. 페미니즘과 비거니즘 사이의 교차성을 발견하고 모든 착취와 폭력을 줄이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을 '비건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 

비건 페미니스트는 일상의 투쟁이 곱빼기가 된다. 모든 분야에 공기처럼 스며있는 가부장제와 종차별주의에 저항해야 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미디어에서, 밥상에서, 옷가게에서... 비거니즘과 페미니즘, 둘 중에 하나만 하기에도 벅찬데 둘 다 하는 것은 이 두 개의 운동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을 동시에 지향한다는 것은 백래시(사회 변화에 반발하는 행동)를 두 배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닌 권력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혐오로 무장한 채 비건 페미니스트를 반격해온다.

성차별은 없다고 믿으며 여성정책에 '역차별'을 운운하는 사람들, '맛있는' 고기를 왜 안 먹느냐며 동물학대를 보지 않으려하고 '채식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 비건 페미니스트는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한다는 이유로 조롱과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비건 지향을 결심한 페미니스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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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폭력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또 한 번의 선언이다. ⓒ 이주영

 
비거니즘과 페미니즘을 향한 백래시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비건 페미니스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가 비건(동물성식품은 물론 동물을 착취해 얻은 식재료까지 먹지 않는 채식)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의 비건 채식인들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많이 받았다.

레시피가 필요하면 이야기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루 세 번, 식탁 앞에 앉을 때마다 소수자임을 확인하는 비건채식인들의 연대는 생각보다 더욱 끈끈하다.

가부장제와 인간중심적 사고가 연결돼 있고, 여성혐오와 종차별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 행동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페미니스트라면 페미니즘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것도 단지 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신을 잘 돌봤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실천할 수 있는 친구 혹은 동료를 만나기를 바란다. 채식을 한다고 소문을 내고, 학교 동아리, 지역 밥모임, 비건 페미니스트들이 모이는 모임 같은 곳에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채식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밥상에서의 외로움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로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폭력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또 한 번의 선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건 페미니스트의 바통을 이어 받을 수 있도록, 오래도록 즐겁게 채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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