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못 들어오게 하면 모든 게 해결될까

[주장] 우리 사회에서 '노키즈존'이 가지는 의미

등록 2019.05.31 14:23수정 2019.05.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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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일까 아파트 단지, 초등학교, 어린이집 주변을 제외하면 쉽게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저출산이라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 됐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나의 경험을 통해 느꼈다. 아이들의 모습을 언제 보았는지,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은 적이 언제인지 생각해봤을 때 잘 떠오르지 않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임 여성 1명당 출산율은 1970년 기준 평균 4.53명이었지만, 2018년 0.98명으로 한 명도 채 안 됐다. 이는 100만 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약 40년 만에 32만 7천 명으로 줄어들었다는 말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첫 0명 대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 속 0.98%의 자랑스러운 엄마들은 어떤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까. 그 현실은 더욱 더 초라하다. 몇몇 몰상식한 엄마들 때문에 최근 어린 아이를 동반한 엄마들은 특별한 잘못 없이도 '맘충'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으며,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노키즈존'은 시작일 뿐이다

몇 년 전부터는 카페 및 레스토랑에서 어린아이와 영유아의 입장을 금지하는 일명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선언하고 있다. 2019년 현재 구글 지도에 표시된 노키즈존 매장 수는 약 400개 이상이다. 


노키즈존은 업장 내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행동과 그에 따른 부모들의 방관에서 오는 피해 사례, 그리고 안전사고의 책임을 업주에게 묻는 몇몇 법원의 판결들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늘어나는 노키즈존 매장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노키즈존에 대해 주변 대학생 동기와 후배들에게 물어보았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의견으로는 "편안히 식사할 타인의 권리가 중요하다", "영유아 및 아이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이다", "영업 방침을 정하는 것은 업주의 권리이다" 등이 있었다.

이와 달리 반대 측 의견으로는 "아이들의 행복추구권을 막는 행위이다", "노키즈존은 저출산 문제의 부채질 역학을 한다", "노키즈존이 확산되면 특정 고객을 차별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등이 있었다.

이처럼 찬성, 반대의 입장이 팽팽한 노키즈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업장을 관리하는 업주, 업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며 안전사고 예방 및 피해 사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결책으로는 두 가지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조금 소란스럽고 뛰어다니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유년시절 또한 그랬을 것이다. 결국 노키즈존의 원인은 특정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있다기보다는 아이들의 행동 그 자체에 있고, 더 나아가 그 행동을 방관하는 부모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노키즈존 문제 해결의 시작은 부모들의 철저한 공공예절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아이들의 특성상 말을 해도 잘 듣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든 업장 내 갖춰야할 예절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잘못된 행동에 단호히 대처하는 게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이며 우선돼야 하는 해결 방법 아닐까.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타인의 행동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최근 노키즈존뿐만 아니라 노유스존, 노실버존 등도 등장하며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모양새인데, 이는 모두 타인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개인주의적 성향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노키즈존의 규제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특정 나이대의 노인을 배제해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이처럼 부모들의 올바른 공공예절 교육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의 포용력이 키워질 때 우리는 노키즈존의 문제를 조금 더 윤리적이고 따뜻한 모습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NOKIDSZONE #노키즈존 #저출산 #사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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