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따먹기' 부추기는 기사 사라져야

등록 2019.06.01 16:50수정 2019.06.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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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넘어오지 마, 여긴 우리 땅. 넘어오지 마, 여긴 내 땅. 넘어간다. 넘어온다. 넘어간다. 넘어온다"

전라북도 김제에서 시작한 전통 민속놀이 '땅 따먹기' 노랫말이다. 각자 말을 퉁겨 다시 돌아오는 데 성공하면 그만큼 자기 땅을 갖는 놀이로, '땅 빼앗기', '땅 재먹기' 등으로도 불린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이 놀이를 '아이들에게 토지 소유와 확대에 관념을 갖게 하는 민속놀이'라고 소개한다.

아이들이 고작 자기 몸집만한 원을 그려놓고 정당한 룰로 놀이를 하는 반면, 지금 어른들에게는 남몰래 즐기는 무서운 게임이 있다. 불공평한 부동산 정책 아래 수십억이 주택을 담보로 왔다 갔다 하는 가진 자의 '땅 따먹기'다. 누군가 땅을 따먹으면 누군가 땅을 잃는 게 뻔한데 일부 언론은 게임의 승자 편에 서서 룰 따위는 관심 없다.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무상 급식'은 세금낭비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다주택자인 부자에게 매기는 '종합부동산세'는 '세금폭탄'이라며 공정한 룰을 가로막는다.
 

<조선일보>는 4월 20일, “부동산 투기가 무슨 죄? 대변인도 못 믿는 정책이 문제지”란 기사를 내보내며, 정부의 이중성 비판과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 조선일보

 
지난달,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퇴와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 '부동산 투기가 무슨 죄? 대변인도 못 믿는 정책이 문제지' 기사는 정부가 이중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교묘히 부동산 투기는 옹호하는 듯한 진짜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

기사에서 부동산 커뮤니티 '아기곰 동호회' 운영자의 말을 빌려 월급쟁이에게는 부동산이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이며 금수저가 되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부동산 투자가 생업'이라는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쓴다. 마지막 문단에서 부동산 투기로 시장이 과열되면 백해무익하다며 꼬리를 내린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 쌀값이 50배 뛰는 동안 땅값이 3000배 뛰고 이를 통해 상위 10%가 토지 가액기준 84%를 보유하며 5천546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을 챙긴 그간의 현실을 본다면 <조선>의 보도는 '땅 따먹기'를 부추기는 기사다.

'땅 따먹기' 기사의 최후는 무엇인가? 박근혜 정권 때 '양도세 중과 없애 부동산거래 숨통 틔워야'라는 기사를 내보낸 <매일경제> 등 대다수 보수 언론은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이해를 끝없이 대변해왔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 4년 간 종합부동산세 대상 개인의 보유 주택수는 40만호가 늘어났고, 일반 서민은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 열풍에 휘말려 지금은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 없는 사람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더 이상 '세금폭탄'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부동산 규제는 무분별한 투기로 불로소득을 독점하는 사회를 멈추며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집의 의미를 되찾는 정책이다. 그 결과 멈출 줄 모르고 오르던 부동산 가격은 잠시나마 안정을 찾았고, 투기 논란이 일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의혹이 터진 뒤, 하루 만에 사퇴했다.

'세금폭탄' '정당한 부동산 투자' 프레임을 내세우며 다주택과 고가주택 보유자를 옹호하는 언론이 사라져야 투기를 잡을 수 있다. '불로소득'을 환수해 정당한 노동으로 먹고 사는 시민들에게 '절망'을 주지말자는 룰이 그들에게는 못마땅하겠지만 이제라도 투기는 막아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한국 속담은 '신대륙 발견'이라며 삶의 터전을 빼앗긴 원주민 속담인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말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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