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체육업계 1위 '트니트니'의 불편한 진실

[기획 - 트니맨①] '문화센터'의 제왕, '트니트니'가 강사를 대하는 법

등록 2019.06.18 10:51수정 2019.09.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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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화센터 영유아체육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트니트니와 관련된 기사를 연속보도한다. '트니맨'으로 불리는 트니트니 강사들의 이야기다.[편집자말]
 

인스타그램에 '#트니트니'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진이 나온다. ⓒ 인스타그램

 
어느 드라마에서 배우 소지섭이 '아이 돌보미' 면접을 보고 있다. 한 면접관(아이 부모의 친구)은 "마지막으로 육아용어에 관한 상식 문제를 내겠습니다"라며 "영유 끝나고 문센가서 태미하는 거 무리일까요"라고 그에게 묻는다. 소지섭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면접장을 떠난다.

미혼 역할인 소지섭에겐 그저 외계어일 뿐인 이러한 용어들. 하지만 면접관처럼 '영어유치원(영유) 끝나고 문화센터(문센)가서 태권도·미술(태미)하는 게' 익숙한 영유아 부모들에게 이는 매우 친근한 줄임말들이다. 특히 아이를 '문센'에 보내는 일은 영유아 부모 상당수에게 이제 일상이 된 일이다.

<오마이뉴스>는 문화센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유아 체육 업체 '트니트니'와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재 트니트니에 속해 있는 강사, 다른 업체로 이직한 강사, 강사 일을 그만두고 다른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까지, 전현직 강사 11명과 접촉했다. 먼저 이 기사에서는 강사들의 처우와 관련된 문제를 짚고자 한다.

강사들의 처우는 곧 교육의 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이들, 그것도 영유아를 상대로 이뤄지는 교육에 있어서 강사들의 처우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다. 트니트니가 "아이들의 첫 선생님"을 자처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을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상한 지침서
 

트니트니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준 일종의 지침서인 '트니트니맥' 내용 중 일부. ⓒ 제보자


2008년 설립된 트니트니는 총 10개 지사(서울, 경기·인천, 강원, 대전·세종, 충청, 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제주)를 운영하며 511개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센터 외 1700여 개 어린이집·유치원도 트니트니의 출강지이다(트니트니 홈페이지, 2018년 11월 기준).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를 군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트니트니 전 직원인 ㄱ강사는 회사를 군대로 기억했다. 강사들이 입사시 받는 강사지침서 '트니트니맥(MACC)'에는 강사들이 지켜야 할 내용이 나와 있었다. 맥(MACC)은 각각 Mind(마인드), Action(행동), Communication(소통), Culture(문화)의 줄임말로 회사가 강사들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90도 인사를 한다. 눈 맞춤 미소→인사→눈맞춤 미소"
"트니트니 사원은 크고 '솔' 톤을 유지하는 목소리로 대화한다."
"트니트니 사원은 언제 어디서나 빠른 걸음걸이를 유지한다."
"기관 담당자 및 상사와 대화 시 상체의 각도는 45도 정도 숙이고 눈과 인중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대화한다."
"오늘 입었던 옷과 액세서리를 노트에 기록해서 다음 주에 똑같은 옷을 또 입고 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한 학기에 두 번 이상 똑같은 옷을 입고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트니트니맥은 강사들을 옭아매는 장치로 활용됐다. 기재된 내용을 어길시 벌칙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는 트니트니맥과 관련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퇴직금을 받지 못한 강사가 소송을 제기하며 트니트니맥을 문제 삼자 뒤늦게 이를 모두 수거했다. 트니트니맥을 통해 강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던 회사는 퇴직금을 줘야할 상황에 처하자 그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위해 이를 없애다시피 했다.

트니트니를 설립했다가 현재는 물러난 전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트니트니맥은 2010년경 '우리가 왜 타 프로그램의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일까'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작성한 문서다"라며 "초창기 트니트니는 출강지가 대부분 유아교육 기관이라 예의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이를 썼다, 그 노하우를 배워간 강사들과 함께 작성한 내용이다 보니 다소 과해 보일 순 있지만 강사들의 출강공간은 철저히 독립된 곳이며 어떤 통제도 할 수 없는 곳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니트니맥을 강요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도 존재할 수 없다, 또 내용 중엔 '독서는 우리의 한줄기 빛이다', '아이들 이름 외우기',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자' 등과 같이 유익한 내용들도 많다"라며 "아이들을 소중히 생각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문서의 일부를 발췌해 악용하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때론 직원, 때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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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트니트니 본사 사옥. ⓒ 소중한

 
강사들을 옭아매는 또 다른 요소는 '사무실 복귀'였다. 강사들은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강의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했다. 현재는 일부 외주업체에 맡기기도 하지만 강사들은 회사에 복귀해 오후 10시~12시까지 수업에 쓸 교구를 제작했다. 교구를 제작하면서 잡담을 하면 관리자로부터 "조용히 하라"거나 "시간 잡아먹는다" 같은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수업 외 업무에 대해선 그 대가를 받을 수 없었다. ㄴ강사는 수업 외 시간을 쪼개 원목 등 교구의 원재료를 싼 값에 구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런 시간 역시 그저 '열정노동'의 일부였다. "우리는 한 가족"이라면서 노력을 강요한 회사는 정작 노동의 대가를 지급할 때는 강사들을 '프리랜서'로 치부했다.

사무실 복귀는 벌칙처럼 이용되기도 했다. 회사는 원래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다가 퇴직금 소송에서 이것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그 횟수를 줄였다. 그런데 강사들이 가벼운 잘못을 저지르면 사무실 복귀 횟수를 늘리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학부모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긴 글에 답글을 달지 않으면 "추가 1일 사무실 출근"을 적용하는 식이다.

사무실에 복귀해 교구와 관련된 작업이 마무리돼도 강사들은 쉽게 퇴근하지 못했다. 회사는 '퇴근 미션'이란 명목으로 강사들을 불합리하게 회사에 남겼다. 일종의 업무지침인 '트니트니 십계명'이나 율동을 술술 외우지 못하면, 회사는 새벽 1시를 넘겨서까지 강사들을 붙잡아두기도 했다.

강사들은 퇴근 후에도 새벽이든, 주말이든 회사의 호출에 응해야 했다. 앞서 소개한 트니트니맥에 "언제, 어디서든 연락 가능 상태 유지"라고 나와 있듯, 회사는 간혹 집합 명령을 내렸다. 한 강사가 잘못할 경우 강사 전체에 연대책임을 지우는 식으로 집합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ㄷ강사는 새벽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집합 명령을 받고 한 시간을 운전해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왜 집합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냥 회사로 가야 했다"며 "별 일 없이 그렇게 또 1시간을 운전해 집에 돌아왔다"라고 떠올렸다.

일부 강사들은 예비군 훈련도 마음 편히 가지 못했다. 강사들은 예비군 훈련 날짜가 잡히면 사비를 들여 대타를 구해야 했다. '강사들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강의에 나가지 않으면 급여는 없다'는 게 회사의 '원칙'이었다. 회사는 사용자로서의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았다.

트니트니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무실 출근과 관련해 "사무실 출근 의무는 없다, 단지 당사 프로그램은 강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교구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하므로 약속된 시간에 지역교육장에 모여 교구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사무실에 모이지 않고) 강사들끼리 개별적으로 교구를 교체하게 되면 강사들이 훨씬 더 불편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에 비해 경쟁사들은 별반 수업교구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이 빈약해 (사무실에) 모일 필요성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제보자들이) 당사가 강사들을 강제로 출근시킨다는 억지주장을 하는 것 같다"라며 "한편 용역계약을 맺은 프리랜서도 업무의 필요성에 따라 정기적으로 모이거나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 자체를 문제시하는 시각에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황당한 졸음운전 대처법 
 

2011년 트니트니가 작성한 '트니트니 직책 및 직위 공고' 안내문. ⓒ 제보자

 
"회사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되나"라는 기자의 물음에 강사들은 허탈한 웃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퇴사를 각오하면 그래도 된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강의 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강사들은 당장 다음날 출강 스케줄이 바뀌거나 아예 자신의 수업이 타 강사의 수업으로 교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ㄹ강사는 "트니트니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인사이동이 가능한 회사였고 이런 상황 속에서 회사가 부르면 무조건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 대표는 강의 배정, 본사 관리직 임면 등의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들은 '대특지(대표님 특별 지시사항)'가 내려오면 무조건 다른 업무를 제쳐놓고 이를 먼저 이행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과노동과 불합리한 지시 등으로 지치는 강사가 속출했다. 실제로 트니트니 내부 공식 회의에서 논의될 정도로 졸음운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강사들은 수업 시간에 쓰는 여러 교구들을 싣고 이동해야 하는 탓에 반드시 운전을 해야만 했다. 실제로 ㅁ강사는 늦은 퇴근길, 졸음운전으로 결국 사고를 냈다. 차는 폐차됐다. 회사는 사고를 강사의 개인 과실이라 주장했고, 대타 강사를 구하지 못한 그는 용달차를 불러 교구를 싣고 수업에 나가야 했다.

졸음운전이 잦아지자 관리자급 회의 안건으로 '졸음운전하지 않는 방법'이 나왔다. 거기서 나온 결론 중 하나가 '말을 걸기 어려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라'였다. 실제로 ㄱ강사는 평소 잘 모르던 동료에게 새벽녘 전화를 받았다. "도무지 잠이 깨지 않아 전화를 했다"는 동료에게 ㄱ강사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면서 씁쓸해했다.

복수의 전직 강사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게 됐고, 이것이 수업의 질로도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ㄱ강사는 "트니트니가 '아이들 인생의 첫 선생님이자, 놀이동반자' 같은 기치를 걸고 있으면서 정작 강사들의 건강을 전혀 챙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ㅂ강사는 "디스크가 악화돼 수업 도중 결국 쓰러졌고 그 뒤로 두 번 다시 수업에 나가지 못했다"라며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산재처리가 됐겠지만 회사에서는 내게 따로 연락이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몸을 회복하지 못한 채 다음 학기를 맞이하자 회사는 ㅂ강사 대신 다른 강사를 수업에 투입시켰다. 다음 학기가 되자 ㅂ강사의 수업은 자연스럽게 다른 강사의 수업으로 대체됐다.

강사들 월급에 기본급은 없다. 오로지 강의료의 일정 부분이 강사들의 수입이었다. 때문에 ㅂ강사의 수입은 '0'이 됐고 결국 회사에서 나왔다. ㅅ강사는 탈장한 상태로 3년 간 수업을 진행하다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교육 사각지대
 

트니트니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기업이념. ⓒ 트니트니 홈페이지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유아교육학 박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사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면 당연히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라며 "문화센터의 경우 유치원·어린이집과 달리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교육부·보건복지부에 의해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영유아를 상대로 한 수업이기 때문에 강의의 질, 강사들의 처우, 관리 및 운영 등이 아주 세심하게 다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회사가 강사들을 근로자로서 활용했기 때문에) 퇴직금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 주휴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 등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라며 "새벽 근무, 야간 근무, 주말 출근 등은 모두 연장근로수당을 받아야 한다, (다친 강사의 경우) 산재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트니트니 측은 "어떤 다른 유아체육 업체가 당사보다 강사 처우를 좋게 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당사가 개선할 점도 있지만 업계에서 당사 수준으로 강사를 처우하는 회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당사 강사들 중에 고소득 강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만약 강사가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라고 가정해보면 강사들은 근로자로서 정해진 급여만 수령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근로소득세를 부담해 소득의 실수령액이 크게 낮아지고 열심히 일할 동기도 사라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당사는 강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의 수업지원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모범교안·수업교구·음악·영상 등 수업 이외에 필요한 사항은 모두 별도의 전담부서를 만들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라며 "반면 다른 경쟁업체들은 이런 업무들 중 상당 부분을 강사들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당사 강사들의 업무환경이 오히려 훨씬 낫다"라고 강조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반론보도] "유아체육업계 1위 '트니트니'의 불편한 진실" 관련

<오마이뉴스> 6월 18일 자 "유아체육업계 1위 '트니트니'의 불편한 진실" 기사와 관련 ㈜트니트니 측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 트니트니 맥은 강사 교육 자료였을 뿐, 2012년 이후론 아예 사용되지 않고 있다. △ 강사는 강의위임계약에 따라 문화센터 등에서 받는 강의료를 회사와 배분하는 만큼, 자신의 수업으로부터 발생한 강의료를 받지 못한 사례는 없다. △ 교구 전담부서가 생긴 2013년 이후에는 퇴근 후 밤 10시부터 12시까지 강사가 교구제작을 하도록 하는 '열정노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 설립 초기 전 대표이사 시절 일부 강사를 호출한 적이 몇 차례 있으나, 2015년경부터는 그런 사실이 없다. 현재 대표님 특별 지시사항이나 그에 따른 무조건적 이행 사례는 없다. △ 현재 회사는 임의로 특정 강사의 스케줄을 변경하지 않는다. △ 강사가 예비군 훈련을 갈 경우 대강 강사를 스스로 물색해 투입하고, 해당 수업 강의료 전부 또는 일부를 대강 강사에게 사례비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트니트니 #프리랜서 #퇴직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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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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