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바라기'들의 욕심이 낳은 한국당 막말 대행진

[게릴라칼럼] 터지고 또 터지는 막말, 한국당 윤리강령·규칙은 장식품인가

등록 2019.06.06 21:08수정 2019.06.0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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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 남소연

 
"새누리당 의원들이 막말하는 거 봤습니까?"

2013년 8월 16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규명하는 청문회장 현장. 그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증인선서를 거부했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청문위원들은 증인의 권리라면서 편을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비판하자,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새누리당에는 막말을 하는 의원이 없는데 민주당만 막말을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2011년 대정부 질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삥"(금품갈취를 속되게 이르는 말) "양아치" 등의 표현을 사용해 비난했던 차명진 의원. 2011년 7월, 삼화저축은행 국정조사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던 도중 "너 진짜 맞는 수 있다"라며 기자를 겁박했던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 이장우 의원에게 이런 발언들은 '막말'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장우 의원의 '막말하는 거 봤습니까' 발언 이후 6년이 지났다.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포함)의 막말은 여전하다. 막말 이후 비판여론이 들끓어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처리 방식도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윤리강령·윤리규칙 같은 걸 정해놓는다. 그런데 한국당의 막말 논란과 이후 처리 과정을 보면 당의 윤리강령·규칙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혹은 작동시킬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한다는 의원 개개인에게 윤리 강령과 규칙이 각인돼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당신들 생각해서 한 말' 그리고 '피해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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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하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가장 최근 사례부터 살펴보자. 지난 3일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 백브리핑을 듣기 위해 회의장 밖에 노트북을 펴고 바닥에 앉은 상태로 이동하는 기자들에게 "걸레질을 한다"라고 말했다.

막말 논란이 일자 한 사무총장은 사과 대신 "취재환경에 열악해 고생하는 기자들을 생각해서 한 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기자들 생각해서 한 말을 기자들이 오해했다는 취지다.

막말 가해자로 지목받은 사람이 피해자 행세를 하고 나서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향해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처먹는다"라는 막말을 퍼부었던 차명진 전 의원 이야기다.

막말 이후 비판 여론이 폭주하자 부랴부랴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올리더니, 50여 일이 지난 4일 또다시 페이스북에 자신은 "세월호 괴담의 피해당사자"라는 얼토당토않는 주장을 내놨다. 이로써 세월호 유가족은 가해자로 몰렸다. 차명진 전 의원의 '피해자 코스프레 적반하장'은 한국당의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 결정 후 엿새만에 나왔다. 이쯤되면 한국당의 징계는 무슨 권위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여당을 비난하기 위해 끌어들인 여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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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장외집회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불과 한 달 전에도 막말은 있었다. 5월 11일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시다 규탄대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달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모욕적인 발언인 데다가 여성 비하로 볼 수 있는 막말이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는 '용어의 뜻을 모르고 사용했다'는 변명으로 사과를 갈음했다. 그런데, 이는 자유한국당의 윤리규칙을 어긴 발언이다. 한국당 윤리규칙 제21조(성희롱 등 금지)는 이렇게 돼 있다.  

"당원은 경위를 불문하고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해서는 아니 된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이 있은 지 닷새 후에도 막말 논란이 또 터졌다.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비유한 김현아 한국당 의원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한센병 환자에 대한 경멸과 대통령을 향한 조롱의 표현을 섞었다. 그는 사회적 약자인 한센병 환자를 비유의 대상으로 끌어들여 대통령을 비난했다. 정치적 목적에 약자를 끌어다 쓴 셈이다. 발언 이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김현아 의원 자신의 몫이 됐다.

이튿날 김 의원은 "전적으로 역사뿐 아니라 현실 속에도 존재하는 여러분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저의 잘못과 미숙함의 결과임을 인정한다"라며 사과했다. 

사과는 있었지만, 그의 발언이 한국당 윤리규칙을 어긴 건 분명해 보인다. 윤리규칙은 "당원은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함으로써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언행을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놨다(제4조 품위유지 4항).

윤리규칙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은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윤리규칙 제23조에 있다. 그런데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현아 원내대변인의 '한국당 윤리위원회 회부' 따위의 소식은 알려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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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윤리강령.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한국당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고 투명하고 올바른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윤리의식을 고양하고 실천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갈무리

 
윤리강령과 윤리규칙, 한국당 당원들은 이를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침묵의 이유가 궁금하다.

막말은 계속 이어진다. 정용기 의원은 "김정은이 문재인보다 낫다"(5월 31일)라고 말해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을 낳았고, 민경욱 의원은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소식과 관련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과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실천에 솔선수범함으로써 국민에게 꿈과 믿음을 주는 참정치를 구현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선진화의 기틀을 굳건히 세우기 위"한다는 한국당 윤리규칙의 목적이 무색해진다.

막말 행진이 멈추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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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4당, '5.18 망언'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민주평화당 최경환(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바른미래당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송갑석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5.18 망언'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문제가 있음에도 같은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비판을 받더라도, 지지자들에게 '대통령과 민주당에 맞서 싸울 적임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이 막말 행진을 만들었다. 다가올 총선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본선보다는 당원들과 당내 권력자들의 눈에 들어 공천에 가까이 가기 위함이다. 욕먹는 것보다 잊히는 게 더 두려운 게 정치인 아니었던가.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 건 진정한 반성이 없고, 잘못된 행위를 강제할 수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반성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징계는 구성원의 잘못을 제재해 기강을 세우는 조직 권위의 발현이다.

5.18 망언 3인방의 5.18 유공자를 향한 '괴물집단' 비난, 특정인의 지지자에게 '달창'이라는 혐오 표현 사용. 이런 사례가 있지만 당사자들에게서는 진정한 반성이 나오진 않았다. 되레 시간이 지나면 '막말 프레임을 씌운다'고 항변했다.

그저 다른 당 의원들이 '징계에, 제명에 나서라'면서 발언하고 징계안·제명안을 접수하는 게 전부다. 지난 5월 17일 백혜련 민주당 의원 등 20명은 '국회의원(나경원) 의원 징계안'을 냈고, 6월 5일 여야4당 국회의원 157명이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2000명 이상 인재영입" 황교안 대표가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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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뒷쪽), 정미경 최고위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5월 31일 의원 연찬회 비공개 특강에서 '2000여 명 이상의 인재 영입' '여성 청년 친화 정당으로 탈바꿈' 등의 포부를 밝혔다. 정당에서 젊고 유능한 인재를 키우는 건 정치 발전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모르는 게 있다. 젊은 인재만 영입한다고 당이 저절로 참신해지고 젊어지는 건 아니다. 갇힌 4대강이 썩는 건 정화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지 흘러드는 물이 오염된 탓이 아닌 것과 같다. 막말을 하는 의원들이 당의 요직을 꿰차고, 그들에 대한 징계조차 유명무실하다면 아무리 참신한 인재가 영입되더라도 오염되기 십상이다.

노동운동가 김문수의 정치입문을 두고 참신한 인재영입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세월호 막말의 당사자 차명진 전 의원을 '선지자'라고 추켜세웠다. 보수 정당을 개혁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정치에 뛰어든 수많은 당시 젊은 인재들이 나중엔 막말의 당사자 혹은 조력자가 됐다. 이 현상은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을 거치는 보수정당의 정화 기능을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 

참신한 인재 영입보다, 막말 의원들을 정치 일선에서 퇴출시키고 윤리강령·규칙이 정화의 소금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게 황 대표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다.

막말을 계속 방치하든, 강력한 윤리규칙 적용으로 참신한 정당으로 변모하든, 그건 한국당이 선택할 일이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는 "또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참으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막말을 일삼은 이는 나경원 원내대표, 민경욱 대변인, 한선교 사무총장, 정용기 정책위원장, 김현아 원내부대표다. 모두 당대표와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황 대표가 읍참마속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행여나 '새누리당이 한국당보다 입단속은 나았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황교안 대표는 참 면구스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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