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뭐였지?" 나를 변화시킨 워킹맘 작가

2019년 봄, 소도시 군산에서 내가 만난 작가들

등록 2019.06.06 15:51수정 2019.06.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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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전라북도 군산, 작은 도시이다.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한 '2018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덕택에 여러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의 강은경 작가,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의 최은경 작가, <생쥐처럼>의 정이립 작가, <17살의 털>의 김해원 작가, <블랙 아웃>의 박효미 작가, <블라인드>의 장마리 작가. 더 많은 작가들이 군산에 왔었다. 그들의 책을 읽고, 그들을 만났다. 책과 저자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행운, 2019년 봄에 나는 이 행운에 푹 빠져 있었다.
 

나도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첫 강연 ⓒ 신은경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는 최은경 작가이다. 두 아이를 키우고, 출퇴근 시간이 3시간이나 걸리는 워킹맘, 나와 동질감이 들었다. 그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고 책을 냈다.

동질감은 이질감으로 변했다. 롤모델이 되었다.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그녀의 생활이 이 책 제목에 다 들어있는 듯했다. 책을 읽으며 비슷한 또래의 내 아이들과의 삶이 겹쳐져 좋으면서도 반성을 했다. 그런데, 두둥! 그녀가 군산에 온다고 했다.

3월의 어느 봄날, 최은경 작가를 만났다. 첫 만남은 강한 충격으로 시작되었다. '두 아이를 키운다고 했는데... 어쩜 저렇게 차분하고 상냥하게 말을 하지?' '딸을 키워서 일 거야, 나는 아들을 키우니까 버럭버럭 할 수밖에 없어.' 충격에서 헤어 나오며 강연에 집중했다.

최은경 작가는 그림책을 읽어 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11분씩 짬을 내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담은 게 책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이다. 그림책은 어릴 때 읽는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었다.

그림책은 아이가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온 세상의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의 재료가 될 수 있었다. 강연은 그의 책에서 '엄마의 글쓰기'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나는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작가가 되고픈 엄마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기뻐요."

최은경 작가가 들려준, <오마이뉴스>에서 2018년 2월 22일상을 받은 한 시민기자의 열두 살 아들의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머리와 가슴에 동시에 강한 전율이 일며 나의 꿈이 생각났다.

해마다 3월이 되면 학교에서 보내는 기초 조사서에 '아이의 장래희망' 칸이 있다. 쌍둥이 아들들의 장래희망을 물어보는데, 거꾸로 나에게 질문이 날아왔다.

"엄마는 꿈이 뭐였어? 처음부터 선생님이었어? 지금은 꿈이 뭐야?"
'뭐? 지금은 꿈이 뭐냐고?'


어렸을 때야 나도 여러 가지 꿈이 있었다. 자라면서 점점 실현 가능한 것들로 범위가 좁혀지고 현실적인 것들로 타협을 했다. 아이들 덕분에 '지금 내가 가질 수 있는 꿈이 있을까?'로 시작한 마음가짐은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꿈이 있어야 해'로 깊게 자리 잡았다.

5월, 최은경 작가와의 두 번째의 만남이 있었다. 첫 번째 강연에서는 아이돌을 대하는 느낌으로 하고 싶은 질문도 맘껏 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엔 더 알찬 만남을 가지리라 다짐을 하며 강연장으로 갔다.

이번 강연은 '사는 이야기는 어떻게 기사가 되는가'이다. 지난 2개월 동안 에세이 쓰기 수업을 받으면서 나름 내가 성장했다고 느꼈었다. 강연을 들을수록 내 부족한 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강연을 통해 친절하게 용기를 주면서 부족한 면을 채워줄 재료들을 듬뿍듬뿍 주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그 재료들이 상할까 걱정을 하며 차곡차곡 잘 저장해 놓았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책 <일상이라는 이름의 기적>에서 박나경 작가는 "우리의 삶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책 모임에서 <소년의 레시피> 배지영 작가를 만났다. 배지영 작가에게 '나도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강연을 시작으로 '나도 쓸 수 있는 에세이' 수업을 받았다. 여러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영혼을 배웠다.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부족한 글이지만 쓰기 시작했다. 첫 글쓰기 강연에서 이런 결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마찬가지로 첫 작가와의 만남이 없었다만 '꿈을 가진'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 최은경 작가와 서로의 책을 교환하며 만나는 꿈을 가져본다.
 

2018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나도 쓸 수 있는 에세이 수업과 여러 작가들을 만나게 해 준 감사한 사업 ⓒ 신은경

#일상이라는 이름의 기적 #짬짬이 육아 #에세이 #엄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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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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