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 화상경마장 또 추진? "기억하라 2016"

2016년에도 화상경마장 건립 반대 투쟁해 '무산'... 주민들 "또 반대할 것"

등록 2019.06.06 13:27수정 2019.06.06 13:34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16년 충남 홍성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 이재환

 
충남 홍성에 화상 경마장 유치설이 나돌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성군에서는 이미 지난 2016년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 유치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은 국가가 운영하는 도박장에 불과하다. 홍성군은 주민의 삶을 놓고 도박을 벌이지 말라"며 화상경마장 건립을 강도 높게 반대했다. 결국 홍성군 화상경마장 유치는 '없던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요즘, 홍성군 결성면 일대에서는 화상경마장 유치가 재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취재 결과, 소문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김아무개씨가 대표로 있는 K건설사는 최근 홍성군 결성면에 화상경마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화상경마장 부지로 지목된 곳은 지난 2016년 화상경마장 유치가 무산된 홍성군 서부면 신리에서 불과 4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주민들은 결성면 성남리 내남교차로 인근 야산을 화상경마장 부지로 지목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K건설회사는 지난 5월 결성의 한 마을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화상경마장을 추진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홍성시민단체와 결성면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은 도박장에 불과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결성면 주민 A씨는 "화상경마장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도박장에 불과하다.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 돈을 잃고 마을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우리 마을은 혼자 사는 할머니와 중년 여성이 많다"며 "마을의 치안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화상경마장 추진 설명서에 '홍성군'이라 적어

이와 관련 화상경마장 건립을 추진하는 사업자가 '홍성군청의 명의를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K건설사가 배포한 자료집에는 '홍성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주민 B씨는 "K건설사가 배포한 자료집에는 홍성군이라고 써있다. 마치 홍성군 차원에서 화상경마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군에서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제작된 인쇄물. 해당 인쇄물은 홍성에 화상경마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k건설에서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이재환

 
이와 관련해 홍성군청 관계자는 "한국마사회에서는 화상경마장 유치와 관련된 공고도 내지 않고 있다"며 "군청에도 화상경마장 관련 신청서가 접수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홍성은 이미 지난 2016년 화상경마장 건립 추진이 무산된 곳이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추진이 무산된 지역의 경우, 화상경마장 건립을 꺼리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상경마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K건설사 대표는 화상경마장 건립 문제로 결성면 주민들과 접촉한 사실을 인정했다. K건설사 김 아무개 대표는 "화상경마장을 추진하려고 간담회를 연 것은 맞다. 하지만 주민 동의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간담회 자료에 '홍성군'을 명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화상경마장을 추진하려는 장소가 홍성군이기 때문에 그렇게 적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홍성 시민단체 "화상경마장 건립 추진될 경우, 또다시 반대할 것"

지난 2016년 홍성군에서는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화상경마장 유치가 무산됐다. 당시 홍성문화연대, 홍성YMCA,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홍성녹색당, 홍성의료원 노조, 서부면 어촌계 등 홍성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화상경마장 건립을 반대하며 연대 투쟁을 벌였다.

홍성 지역 시민단체들은 화상경마장 건립이 재추진될 경우, 지난 2016년처럼 강도 높게 반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성기 홍성문화연대 대표는 "홍성군은 지난 2016년을 복기하고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2016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홍성군은 화상경마장 유치와 관련된 사업 신청서가 접수될 경우, 직권으로 사업신청서를 불승인해야 한다. 홍성군의회 또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은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마을 주민들이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어 서로 다투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홍성에 화상경마장 건립이 재추진될 경우 홍성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또다시 연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성군 화상경마장 #시민단체 반발 #화상경마장 #홍성 화상경마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