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진 찍은 지 10년... 근데 요즘 이상합니다

[제주도가 보낸 청구서①] 내가 기록한 제주의 변화

등록 2019.06.13 10:13수정 2019.06.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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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입니다. 제주도를 헐값에 소비한 우리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 기획은 제주도가 관광객에게 보내는 '청구서'입니다. [편집자말]

2013년 제주도의 들녘 한라산 아래 넓은 대지에 밭담들 사이로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 김태진


2013년, 제주의 5월 들녘은 그야말로 연두빛이었습니다. 멀리 한라산과 오름들이 보이고 그 앞으로 펼쳐진 대지에는 밭담을 경계로 다양한 곡식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다시봐도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입니다. 

아래는 2015년 여름에 찍은 서귀포시 중문동의 사진입니다. 새파란 하늘 아래과 검푸른 바다, 녹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물감 없는 이 풍경이 많은 관광객을 사로잡은 제주의 매력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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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귀포시 중문동. ⓒ 김태진

 
아래 이어지는 세 장의 사진은 같은 해 9월 제주 월정리를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월정리 해변은 서핑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 관광객들로 붐비는 대표적 관광지가 됐습니다. 해변을 따라 카페와 식당,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해있는 지금과 달리 이때까지만 해도 고요한 어촌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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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에 촬영한 제주 월정리 모습.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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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에 촬영한 제주 월정리 모습.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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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에 촬영한 제주 월정리 모습. ⓒ 김태진

  
회색빛 이물감

강원도 양양과 제주를 오가며 사진으로 기록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천혜의 제주에 '회색빛'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곳곳에서 개발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지난 5월 17일에 찍은 제주 신도심의 풍경입니다.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 앞으로 고층빌딩 한 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상 38층, 169m 높이에 연면적 30만3737㎡로 조성되는 복합리조트 '드림타워'입니다. 내년 3월 개장 예정이며 현재는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마치 한라산을 찌를 듯 층이 쌓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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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7일에 촬영한 제주 신도심 풍경.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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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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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일에 촬영한 서귀포시 안덕면의 제주신화월드. 이곳에 있는 외국인전용카지노에는 대만·홍콩 등에서 온 손님들로 붐빈다.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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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일에 촬영한 서귀포시 법환리. 과거 어촌마을은 사라진 상태다. ⓒ 김태진

  
제주의 변화는 이미 보도로도 잘 알려졌습니다.  

2016년 9월, MBC 시사매거진은 '제주도 바다의 말 못할 비밀'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내 충격을 주었습니다. 제작진은 제주의 청정 바다가 회색빛으로 변한 장면을 포착했는데, 인구 폭증과 난개발로 하수 발생량이 급증해 하수처리장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악취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증언도 방송을 탔습니다.

하수량뿐만 아니라 쓰레기도 폭증해 제주 곳곳에 '쓰레기 오름'이 늘고 있다는 얘기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래의 제주 빛깔은?
   

제주도 바다 에머럴드빛 바다물빛과 새하얀 백사장 ⓒ 김태진


과거 제주도의 빛은 푸르름을 발산하였지만, 현재 제주도는 검회색을 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는 어떤 빛깔일까요? 


넘쳐나는 생활하수와 가축분뇨, 쓰레기에도 제주는 본연의 색을 위태롭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한번 잃은 제주도의 빛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 우리는 제주 본연의 빛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제주도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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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과 제주, 섬과 육지를 오가며 내일을 위해 기록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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