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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 담은 '엑스맨'의 의미

[리뷰] <엑스맨 : 다크 피닉스>, 가족 간의 믿음 강조하는 시리즈의 종장

19.06.07 17:43최종업데이트19.06.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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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가족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때때로 그 기대를 배반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그래서 어쩌면 모든 사회에서 사회 충돌과 파괴를 막는 가장 튼튼한 보호막은 가족일 것이다. 그래서 사회 구조 상 가장 말단에 있는 조직인 가족이라는 틀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은 전 세계 정부들이 여러 정책을 통해 계속 시도되고 있다. 개인주의가 강화되는 최근의 세태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나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 소수자들에게 가족들은 중요한 보호막이다. 소수를 차지하는 인종, 동성애자, 장애인 등 각 사회에 수없이 존재하는 이들 뒤에는 가족이 있다. 그들이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 만드는 것을 돕거나 소수자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 의지를 북돋는 것이 바로 가족의 힘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그렇다. 이 가족들은 모두 개인이라는 사회의 최하위 단위들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어떤 이들에게 가족이 힘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다시 보지 않거나 그들을 무시함으로써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 가족도 여전히 존재한다. 

소수자 문제를 다뤘던 시리즈의 종장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소수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던 <엑스맨> 시리즈의 종장이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소수자 가족의 존재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중심인물인 진 그레이(소피 터너)는 어린 시절 자신의 능력 때문에 부모를 잃은 후, 찰스 자비에/프로페서X(제임스 맥어보이)에 의해 자비에 영재학교에 입학하여 길러진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흔들렸던 그가 그와 비슷한 일을 겪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속 사회적 환경은 돌연변이들과 일반인들이 공생하며 살아가는 초기 단계에 있다. 찰스 자비에는 대통령과 바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직통전화를 가지고 있으며 재난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 엑스맨을 투입할 수 있다. 그만큼 돌연변이들은 정치적 시스템 안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들 중에서도 일반인들과 투쟁을 원했던 에릭 랜셔/매그니토(마이클 패스밴더)와 그 추종자들도 특정 지역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피닉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진 그레이는 학교 학생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초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악의 위기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단, 그가 가진 최대의 약점은 바로 흔들리는 마음이다. 그 흔들림은 자신의 능력을 폭주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실제로 가까운 사람들을 해치게 된다. 

중심인물 진 그레이의 막강한 힘과 흔들리는 마음

현시대에 소수자들은 과거보다는 인정받는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혐오는 계속되고 있다. 그들 중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몇몇은 실제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서지만 그 계단을 올라가는 데에는 수많은 공격과 인격모독을 받기도 한다. 이건 그들에게 공황장애나 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그것들로 인해 가족과의 갈등을 얻게 되고 그들과 멀리 떨어져 살게 된다. 영화 속에서 그것이 초능력자 가족을 둔 부모가 당한 사고로 묘사되지만 그 혼돈기에는 초능력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흔들림을 잡을 수 있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속 진 그레이가 알 수 없는 힘을 얻어 다크 피닉스가 되면서 폭주하게 되는데, 초능력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 진 그레이 단 한 사람의 행동은 그동안 찰스가 쌓아왔던 정치 사회적 환경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린다. 다시 공권력은 돌연변이들을 공격하고 잡아 가둔다. 

이 모습에서도 현실을 볼 수 있다. 소수자 중 일부가 저지를 잘못된 행동으로 모든 소수자들을 똑같이 판단해 버린다. 최근에 이민하여 살고 있는 이민자들을 범죄자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9/11 테러가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 벌어졌다며 모든 이슬람계 사람들을 예비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된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소수 이민자로 자리 잡은 조선족들도 기존 한국민들에게 예비 범죄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결국 영화가 제시하는 해결방법 중 하나는 그들을 향한 가족의 믿음이다. 진 그레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외부 세력의 리더(제시카 차스테인)가 존재한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점점 어두운 다크 피닉스로 변해가는 그를 막으려 투입되는 엑스맨들은 모두 그의 가족과도 같다. 레이븐/미스틱(제니퍼 로렌스), 행크/비스트(니콜라스 홀트), 찰스와 에릭은 과거의 관계를 떠나서 외계 리더의 영향을 받는 진 그레이를 설득하려 애쓴다. 

문제를 일으킨 이에게 손을 내미는 건, 결국 가족

특히 시리즈 내내 찰스와 충돌했던 레이븐은 계속 진에게 손을 내민다. 이건 영화의 첫 시리즈였던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 찰스가 레이븐에게 계속 손을 내밀었던 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도둑질을 하며 살아왔던 레이븐을 끝까지 믿고 여동생처럼 만들었던 찰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함을 끝까지 믿는데, 그걸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이가 바로 레이븐이다. 

찰스가 택한 길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었다. 시리즈 내내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다시 그의 가족들, 즉 내부를 지키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온다. 찰스는 폭주하는 진 그레이의 앞에서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때를 다시 떠올리며 그를 설득한다. 찰스가 차별의 벽을 없애려 했던 수많은 외부활동들은 결국 가족의 위안을 위해서였지만, 내부적인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를 변화시키는 건 다름 아닌 레이븐이다. 레이븐은 찰스의 대척점에 있었던 에릭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결국 그가 원했던 미래는 찰스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레이븐, 찰스, 에릭 이렇게 세 명의 인물로 시작한 영화는 새롭게 등장한 2세대 인물과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소수자들의 가치는 지켜지고 보호되며 외부와의 공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수많은 소수자들이 그들끼리 집단을 만들고 가족을 형성한다. 사회는 그들을 받아들이려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을 향한 적대적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영화 속 공생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처럼 소수자들도 일반인으로서 동등한 시스템 하에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들은 사실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똑같이 가족이 있고, 일을 하며 살아간다.

영화 속 돌연변이들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인식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이다. 그 벽을 없애는 것이 올바른 공생의 길일 것이다.  영화는 그 공생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 바로 가족 간의 믿음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나 소수자와 가족들이 수많은 압박 속에서도 서로 간의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 작은 조직들이 결국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영화는 내내 그 믿음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가족드라마 형태로 조용히 막을 내리는 <엑스맨> 시리즈

영화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철저하게 진 그레이의 심리와 폭주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 외의 인물들은 가볍게 다뤄지거나 건너뛰는 식이다. 심지어 이전작들에서 비중이 높았던 찰스, 레이븐, 에릭의 비중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소수자에 대한 고민과 그들 내부의 갈등도 줄어든 편이다. 갈등 구도는 진 그레이와 다른 돌연변이들로 축소되어 버렸다. 또한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외계 존재는 영화에서 비중 있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기존 시리즈의 스핀오프 같은 느낌도 준다.

이런 이유로 기존 시리즈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실망하며 극장을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맨 : 다크 피닉스>는 관객들을 뭉클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않았던 소수자들의 가족에 대한 문제나 그들의 능력 때문에 발생하는 그들 자신의 혼란,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조용하게 마무리된 시리즈의 결말은 최선의 결말은 아니겠지만 따뜻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그들이 시리즈 내내 해왔던 사회와의 투쟁은 어느 정도 사회를 변화시켰으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엑스맨 다크피닉스 소수자 가족 진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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