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화나면 나도 때릴까'... 7살 아들의 달라진 눈빛

[그 엄마 육아 그 아빠 일기 120] 부모의 체벌은 옳은가

등록 2019.06.11 15:04수정 2019.06.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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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혼났던 삼남매 ⓒ 정가람


"그만 싸워. 한 번만 더 싸우면 아빠한테 맞는다." 

주말 늦은 아침, 아이들의 싸움 소리에 잠을 깬 뒤 거실에 나가 아이들에게 한마디 했다. 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요즘 시쳇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의 줄임말)다. 

TV를 보던 아이들이 아빠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쁘다. 그것도 잠시 가장 눈치 빠른 7살 막내가 아빠를 살피기 시작하더니 아빠가 진짜로 화를 낸 것이 아닌 줄 알아챈다. 슬슬 9살 형에게 다시 장난을 거는 녀석. 그런 동생에게 형이 한마디 한다. 

"하지 마. 아빠가 때린다잖아." 
"왜. 아빠가 때리면 아파?" 
"너 아빠한테 제대로 안 맞아봤지? 너도 맞아봐. 진짜 아파. '늑대한테 물린 것 같다'니까." 


어디서 그런 표현을 배웠는지 늑대를 제대로 본 적도 없는 녀석이 늑대한테 물렸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녀석의 생각도 못 한 표현에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나는 진짜로 세게 둘째를 때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체벌의 발단, 손톱 뜯는 둘째
 

자신만의 기준이 점차 뚜렷해져가는 아이 ⓒ 이희동

 
그것은 손톱을 뜯는 둘째의 습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는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뜯었다. 아내는 그런 녀석을 볼 때마다 잔소리를 했다. 손톱 모양이 못생겨질 뿐만 아니라 손톱이 너무 짧게 되면 그리로 병균이 들어간다나.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녀석은 계속 손톱을 뜯었고 엄마한테 혼나면 몰래 발톱이라도 뜯어야 속이 시원했다. 책을 보니 손톱을 뜯는 것은 뭔가가 불안할 때 나오는 증상이라는데, 처음 들어간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는 당장 손톱 뜯는 것이 더 거슬렸다. 

아내는 결국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엄마의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아내는 둘째에게 아빠의 이름을 팔았다. '네가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빠가 크게 혼낼 거'라는. 

나는 아내의 말을 이어받아 둘째에게 경고했다. 이제부터 한 번이라도 손톱 뜯는 행동을 들키면 진짜 대차게 맞을 줄 알라고. 그리고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부디 녀석이 손톱을 뜯지 말기를. 아니 뜯더라도 들키지 말기를. 어디 자식 때리는 부모 마음이 편하겠는가. 

하지만 둘째는 계속해서 손톱을 뜯었고 나는 경고의 표시로 매를 들었다. 아니 들어야만 했다. 한 번 뱉은 말이기에 지키지 않으면 아빠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딱 10대. 나는 있는 힘껏 아이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녀석은 맞을 때마다 울고불고 악을 썼다. 아이는 "다시는 안 뜯겠다"며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했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면 '도로 아미타불'이라는 생각에 계속 체벌을 이어나갔고 끝내 10대를 다 때리고야 말았다. 

폭풍같이 흘러간 시간, 아내는 불같이 뜨거운 아이의 엉덩이에 약을 발라주었고 아이는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엎드린 채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다. 부모로서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그렇다고 자책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그렇게 부모님께 맞으면서 자랐고, 그것을 계기로 나쁜 버릇을 고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현충일을 맞아 군인 흉내 중 ⓒ 이희동


다행히 그날 이후 둘째는 손톱을 뜯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손톱으로 손이 가다가도 멈칫했다. 그날 '늑대에 물린 것처럼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체벌의 효과는 분명해 보였다. 

다만 비극은 그것과 함께 녀석에게 체벌의 기억 또한 각인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더는 둘째에게 마냥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 물리적 힘이 세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폭행을 가한 어른이자 가끔 돌변할 수 있는 무서운 아빠였다. 그 기억이 나중에 어떻게 발화될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아이의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나도 요즘은 회초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형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은 7살 막내가 나를 다시금 쳐다본다. '아빠가 화나면 나도 때릴까'라는 눈빛이다.

부모의 징계권 논란

5월 23일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계속 문제가 되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아예 법으로 부모의 체벌 금지 규정을 넣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찬반 여론은 반반이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애초부터 부모에게 체벌에 대한 예외적인 허용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훈육은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별과 정당 지지도 등에 따라 의견이 갈라진다고도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이를 셋이나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으로 정부의 방침에 대한 찬반을 이야기하기는 전혀 쉽지 않다. 비록 우리 가정은 아이들의 훈육방법으로 체벌을 하고 있다. 그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일반화시킬 생각은 없다. 그것은 아주 사적이고 운이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에게 체벌이 효과적이라는 나의 믿음 자체가 착각일 수도 있다. 둘째는 아빠한테 세게 맞은 이후 손톱 뜯는 버릇을 고쳤지만 그것이 아이의 불안함을 해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둘째는 그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손톱 뜯는 것 대신 무언가를 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눈에 거슬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체벌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결국 체벌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아빠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만을 남겼다. 

따라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체벌을 금지하겠다는 이번 정부의 방침에는 이성적으로 찬성한다. 체벌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바, 그것 때문에 학대 당하는 아동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체벌 금지에 대한 법안이 기본이 되어야만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다면 관련 법안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가끔 뉴스를 보면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문화와 관련이 깊다. 체벌 또한 마찬가지다. 자식을 소유물로 간주하기에 나만이 체벌할 수 있다는 생각.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벌을 금지하는 사회적 합의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법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것이 사회의 민주화 과정이며 올바른 시민 탄생의 기반일 것이다. 

체벌 논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결론은 법안 찬성이 되었지만 그래도 영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이성적으로는 자녀 체벌 금지 법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매를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법보다 교육이 절실히 필요할지도 모른다.

[관련 기사]
훈육 차원 '부모의 매'는 필요하단 분들, 이걸 보십시오 ☞ http://omn.kr/1jk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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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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