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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FIFA U-20 월드컵 8강] 한국 3-2 세네갈, 승부차기로 36년 만에 4강 올라

19.06.09 11:30최종업데이트19.06.0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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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0 월드컵 4강 진출 축구로 만들 수 있는 드라마의 명장면들이 이 한 게임에 모두 쏟아져나온 듯했다. ⓒ 연합뉴스

 

입을 다물 수 없는 초록 그라운드의 순간들이 120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숨막히게 이어졌다. 축구로 만들 수 있는 드라마의 명장면들이 이 한 게임에 모두 쏟아져나온 듯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다 끝날 순간에 터진 극장 동점골은 물론이고 국제축구연맹이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이렇게 많은 VAR 리뷰와 체크가 이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정정당당한 축구 게임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이 게임으로 한국 남자축구 또 하나의 4강 신화가 이루어졌으니 그 놀라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9일 오전 3시 30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 남자월드컵 8강 세네갈과의 게임에서 에이스 이강인의 1득점 2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연장전까지 3-3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이광연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정정용호는 1983년 멕시코에서 이룬 이 대회 4강 신화를 재현했다.

VAR만큼 정확했던 '이강인'의 왼발, 1골 2도움

상대적으로도 어리지만 한국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이강인은 게임 시작 후 40초만에 왼발 중거리슛을 날리며 승리 의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세네갈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37분에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이브라히마 니안이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수비수 카뱅 디아네가 왼발로 강하게 차 1-0으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반전 끝무렵 이강인의 왼발 프리킥으로 첫 번째 유효 슛 기록을 남긴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대반전 드라마를 준비했다. 59분에 모든 이들의 숨소리조차 멎게 하는 심판의 판정이 나왔다. 한국의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공격이 전개될 때 세네갈 페널티 지역 바로 안쪽에서 거친 밀기 반칙이 일어난 것이다. 수비수 술레이마네 아우가 한국 수비수 이지솔을 노골적으로 뒤에서 밀어 넘어뜨린 것이다. 

이 순간을 정확히 판단하고자 VAR 룸에서 무선 연락이 왔고, 곤잘레스 카브레라(우루과이) 주심은 모니터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양 손으로 직사각형을 그리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절호의 기회를 이강인의 왼발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11미터 킥을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차 넣으며 점수판을 1-1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0분 뒤에 또 하나의 VAR 판독이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한국의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일어난 핸드 볼 반칙 상황이었다. 수비수 이재익이 오른팔을 치켜들며 공을 막아낸 순간이 적발된 것이다. 어쩌면 곤잘레스 카브레라 주심보다 VAR 룸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바스쿠난(칠레) 심판이 더 바쁜 게임이었는지 모른다. 

74분, 세네갈이 4강으로 달아날 수 있는 페널티킥을 골잡이 이브라히마 니안이 오른발로 찼다. 그런데 그 순간 한국 골키퍼 이광연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막아냈다. 하지만 여기서도 VAR 판독이 이루어졌다. 골키퍼 이광연이 페널티킥이 이루어지는 순간보다 간발의 차로 먼저 골 라인을 박차고 앞으로 나왔다는 판정이었다. 팀을 구하는 슈퍼 세이브가 무산된 것이니 억울했지만 이광연은 경고 카드를 받고 다시 골 라인 위에 서야 했다. 이브라히마 니안의 두 번째 페널티킥은 반대쪽 구석으로 낮게 꽂혔다.

87분에도 VAR 룸이 바쁘게 돌아갔다. 세네갈의 추가골 주인공 이브라히마 니안이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한국 골문 앞에 흐른 공을 밀어넣어 3-1로 멀리 달아난 듯 보였지만 VAR 판독은 그 이전 코너킥이 올라왔을 때 이브라히마 니안의 핸드 볼 반칙을 잡아낸 것이다. 세네갈의 쐐기골이 취소됐다.

그래도 한국 선수들은 집중력을 되찾지 못했다. 89분에 발리 슛 추가골을 하나 더 얻어맞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골도 무효 처리됐다. 직전에 오프 사이드 반칙이 먼저 일어났다는 부심의 정확한 판정이었다.

이처럼 여러 차례 이루어진 VAR 리뷰와 체크 시간 때문에 후반전 추가 시간이 8분이나 연장됐다. 여기서 기적의 동점골이 우리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90+8분, 그야말로 마지막 코너킥 기회가 있었는데 이강인이 왼발로 감아올린 짧은 공을 수비수 이지솔이 방향만 슬쩍 바꾸는 헤더 슛으로 성공시킨 것이다. 이강인을 중심으로 섬세하게 준비해 놓은 세트 피스가 우리 선수들을 벼랑 끝에서 구해낸 것이다.

승부차기도 역전 드라마

기적의 동점골이 나오기 전에 세네갈 벤치에서는 승리를 예감한 듯 두 명의 간판 선수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90+1분에 위협적인 공격수 이브라히마 니안을 빼고 디아 은디아예를 들여보냈고, 90+4분에는 세네갈의 빠른 날개 공격수 아마두 사냐를 빼고 이브라히마 드라메를 들여보낸 것이다. 유수프 다보 감독은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전을 생각한 듯 보였다.

하지만 축구 게임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연장전도 1골씩 주고받는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된 것이다. 96분에 이강인의 왼발이 또 한 번 빛났다. 역습 과정에서 오세훈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조영욱의 공간 침투에 어울리는 기막힌 스루 패스를 넣어준 것이다. 조영욱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 세네갈 수비수 알파 디운쿠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연장 후반전까지 한국이 3-2로 뒤집은 점수판이 이어졌고 게임은 이대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세네갈 선수들은 끝까지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측면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덕분에 또 하나의 극장골이 나왔다.

120+1분에 마마두 당파의 컷 백 크로스를 받은 아마두 시스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굴러가 그물을 흔든 것이다. 아마두 시스는 공중제비 세리머니로 극장골의 기쁨을 표현했고 우리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게임은 마지막 승부차기로 준결승행 마지막 티켓 주인공을 가려내야 했다. 한국은 승부차기 시작부터 어두운 기운을 벗겨내지 못했다. 믿었던 미드필더 김정민의 첫 번째 오른발 킥이 왼쪽 기둥에 맞고 나왔으며 두 번재 키커로 나온 조영욱의 오른발 킥을 세네갈 골키퍼 디알리 은디아예가 슈퍼 세이브로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세네갈의 두 번째 키커 마마두 음보우의 오른발 킥이 너무 높게 떠서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우리 골키퍼 이광연도 세네갈의 네 번째 키커 디아 은디아예의 오른발 슛이 낮게 날아왔을 때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쳐내는 슈퍼 세이브 활약을 펼쳤다.

이광연 덕분에 승부차기 스코어도 2-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것이다. 이제 마지막 키커들에게 준결승 티켓 선택권이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은 골잡이 오세훈이 나와서 왼발 킥을 강하게 날렸는데 세네갈 골키퍼 디알리 은디아예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하지만 여기서도 곤잘레스 카브레라 주심의 경고 카드가 나왔다. 세네갈 골키퍼 디알리 은디아예가 오세훈의 승부차기가 발끝을 떠나기 전에 골 라인을 박차고 나왔다는 냉정한 판정이었다.

그 덕분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오세훈은 강심장 골잡이의 존개감을 자랑하며 가운데로 강하게 차 넣었다. 이어서 나온 세네갈 마지막 키커 카뱅 디아네의 오른발 킥은 어이없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바람에 150분이 넘게 걸린 이 게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12일(수) 오전 3시 30분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와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한국 남자축구의 새 역사를 바라보게 됐다.

2019 FIFA U-20 월드컵 8강 결과(9일 오전 3시 30분, 비엘스코-비아와 스타디움]

★ 한국 3-3 세네갈 [득점 : 이강인(62분,PK), 이지솔(90+8분,도움-이강인), 조영욱(96분,도움-이강인) / 카뱅 디아네(37분,도움-이브라히마 니안), 이브라히마 니안(76분,PK), 아마두 시스(120+1분,도움-마마두 당파)]
- 연장전 후 승부차기 3-2로 한국 승리, 준결승 진출!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AMF : 전세진(53분↔조영욱), 이강인(105+2분↔김주성)
DMF : 최준, 정호진, 박태준(80분↔김정민), 황태현
DF : 이재익(80분↔엄원상), 김현우, 이지솔
GK : 이광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50%, 세네갈 50%
유효 슛 : 한국 5개, 세네갈 7개
슛 : 한국 13개, 세네갈 18개
코너킥 : 한국 4개, 세네갈 9개
오프 사이드 : 한국 0, 세네갈 1개
파울 : 한국 11개, 세네갈 25개
경고 : 한국 1장(이광연), 세네갈 5장(디알리 은디아예, 카뱅 디아네, 술레이마네 아우, 우세이누 니앙, 마마두 당파)

준결승 일정
☆ 우크라이나 - 이탈리아(6월 12일 오전 0시 30분, 그디니아 스타디움)
한국 - 에콰도르(6월 12일 오전 3시 30분, 루블린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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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강인 U-20 월드컵 정정용 이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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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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