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괴담 피해자"라는 차명진이 모르는 것

[주장] 참사 책임엔 침묵하고 피해자 권리 착각한 차명진... 진짜 문제는 '말버릇'이 아니다

등록 2019.06.10 11:14수정 2019.06.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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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7월 21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 의원이 이마에 손을 댄채 생각에 잠겨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해명을 듣고 보니, 정말 해명이 됐다.

세월호 참사 5주기 하루 전 차명진이 했다는 막말은 차마 입으로 다시 옮길 수도 없는 말이었다. 말이야 어차피 말한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니 차명진의 수준을 평가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수준과 말의 논리는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더랬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해 처먹는다"는 연결은 어떻게 가능하지? 유가족이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고 황교안과 박근혜를 책임자로 고발했다는 생각은 어떻게 가능하지? 등등.

얼마 전 차명진은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한다며 자신이 왜 그런 글을 쓰게 됐는지 이유를 밝혔다. 이제 나는 그가 어떻게 그런 말들을 할 수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는 한국당과 먼저 논쟁했어야 했다

첫째, 그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으로서 정당 활동에 너무 게을렀던 것 같다. 2019년 4월 5주기를 맞아 인천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추모제에서 황교안은 이렇게 말했다.

"사고 당시 지난 정부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을 담아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그는 황교안을 고발한 유가족을 비난하기에 앞서 황교안과 논쟁했어야 했다.

박근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3월, '세월호 7시간' 검찰 조사 결과에 부쳐 자유한국당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어떤 이유로도 모두가 활기차게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침실에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건강하고 성실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이 참모들을 보고서 작성에만 급급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국가 위기대응에 실패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차명진은 자유한국당 안에서 토론했어야 했다. 차명진의 막말은 자유한국당의 정당 내 민주주의 실패의 결과였다. 그러니 '당원권 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는 그 수위가 가벼울 뿐만 아니라, 정당이 져야 할 책임을 숨겼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정당이 민주적 토론문화를 통해 성숙한 의원을 길러내지 못하다 보니 차명진은 자신이 겪은 일을 해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손해배상청구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게는 확실히 명예보다 돈이 중요한 것 같은데, 인간은 명예로만 살 수 없으므로 돈이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사소송이라는 고통스러운 무기", "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지옥"이라는 말들은 그에게 돈이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기보다 존재의 인정과 관련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가 "사회적 눈물비용" 같은 말을 창작하게 된 이유를 알 것 같다. 눈물은 돈으로 환산될 때 "귀하디 귀한" 의미를 지니게 되고,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가 정의와 부정의를 가르는 기준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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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진 전 의원이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차명진 페이스북 갈무리

둘째, 자유한국당의 민주주의가 차명진의 독창적 사상을 수용하지도 배제하지도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가 '책임'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그는 억울했다. 막말에 대한 비판을 받고 "납작 엎드렸"는데 "내가 머리 조아린다고 그 누구도 나를 동정하지 않는다!"고 통탄했다.

이 대목은 많은 사람들이 난해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할 때, 사과받는 사람에게 동정까지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는 책임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동정을 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책임이 무엇인지 모른다고만 할 수는 없는데, 지난 2018년 1월 밀양의 세종요양병원 화재 참사 이후 낸 논평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 책임은 그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책임이고,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고, 행정실무자를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무한책임(無限責任)이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에 관해 당시 정부여당이 져야 할 책임에도, 차명진이 자신의 막말에 관해 져야 할 책임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상식인이라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할 텐데." 차명진과 자유한국당은 책임의 방향이 자신을 향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

차명진의 말을 두고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세월호 유가족은 책임을 느낀다. 후지이 다케시는 이렇게 말했다.

"유가족들이 계속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피해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해자임을 깨닫고 자신을 가해자로 만든 위치에서 벗어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명복을 빌지 마라', <무명의 말들>)

책임의 방향이 자신을 비껴나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고통은 말로 다 전할 수 없다. 이 말만 분명히 하고 싶다. 유가족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기 위해 싸우고 있다. 차명진은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세월호 유가족은 터져 나오는 소리들을 온몸으로 묵히며 세상을 비추는 맑은 소리로 내어놓고 있다. 가해구조의 성원일 뿐만 아니라 가해자이기도 한 차명진으로서는 이해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몰이해

셋째,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 그는 묻는다. "저는 사적으로, 공적으로 세월호 괴담의 피해당사자입니다. 피해당사자가 절박한 상황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글을 쓰면 안됩니까?" 내게 대답할 권한이 있어보이진 않지만, 된다, 분노를 표현하는 글 써도 된다. 피해자에게는 화낼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아무말이라도 다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보기에 세월호 유가족은 "신성불가침의 절대권력"인데 유가족의 마음과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피해자'라는 지위가 공감을 확보하는 만능열쇠라고 생각한 듯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다는 노란리본 뱃지가 "추모하는 심볼이 아니라 권력과 코드의 완장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에 따르면 차명진은 권력의 피해자다. 권력에 항의했더니 자신을 징계한 자유한국당이 원망스러울 만도 하다. 심지어 자신은 "또다시 우파의 지도자를 잃고 궤멸되지 않기 위해서" 투쟁한 것인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분통할 노릇이겠다. 그래서 자신이 피해당사자라고 절규한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유가족에 공감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유가족이 피해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들릴 만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사건 해결의 중심에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항상 맞는 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피해자는 세계의 부정의에 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고 가장 나중까지 답을 구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할수록 자신의 부조리를 보여줄 뿐인 차명진의 말을 사람들이 듣지 않는 이유는 그가 피해당사자인지 여부와 상관 없다.

차명진은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지만 "사고의 성격을 규정"하고 어떤 사람을 "범인으로 공표"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사건의 의미를 밝히고 책임을 지목하는 것은 어떤 사건의 피해자든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사건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전가되고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을 의심당하며 객관적이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사회의 권력구조이기 때문이다. "슬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만으로 피해자의 권리는 실현될 수 없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를 몰라 '동병상련'을 '해 처먹는' 상상을 하는 그는 공감도 얻지 못하겠지만.

진짜 문제는 그 '말버릇'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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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연 '자유한국당 추가 고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민고발인 신청으로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을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5.10 ⓒ 연합뉴스

차명진의 막말이 다시 문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내용에 시비를 걸며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외친다. 문재인에 대해서 함부로 말했다는 점과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부르던 말을 사용했다는 점이 '막말' 진단의 근거일 듯한데 이런 진단은 충분치 않다. 차명진이 생각 없이 말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 그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원봉과 조선의용대와 광복군의 역사를 북한의 것으로만 연결시키는 그의 생각이 문제다. 차명진의 세월호 막말을 꾸짖던 황교안이 이번에는 "막말이라는 말부터 조심"하자고 한다. 생각이 통하기 때문이다. 어떤 말이 '막말'로 들릴 때에는 의외의, 충격적인, 혐오스러운 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말의 외양, 즉 '막하는' 문제만 말하면 막말을 막을 수 없다. 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함부로' 하게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차명진의 해명으로 해명된 것, 즉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오해하며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진 자유한국당의 모습. 그것이 진짜 문제다. 말버릇 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미류씨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차명진 #한국당 #세월호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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