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지 김대중 곁으로... 이희호 이사장 별세

10일 오후 향년 97세로... 여성운동가, 민주화운동가로 한국사에 발자취 남겨

등록 2019.06.11 01:01수정 2019.06.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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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미국 망명 시절의 김대중-이희호 부부가 설거지를 함께 하며 모처럼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당시 <피플>에 실린 사진이다. ⓒ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민주화운동 동지, 여성운동가였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10일 오후 11시 37분 97세로 별세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오늘(10일)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올해 들어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투병 중인 간암 때문에 위중설도 나왔다. 4월 20일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을 때에는 주변에서 그에게 이 소식도 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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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15일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 연합뉴스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이사장은 이화여자전문학교(현 이화여자대학교) 문과에 입학했다 2년 만에 강제 졸업한 뒤 1946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다시 입학, 1950년 졸업했다. 그는 1954년 미국으로 떠나 테네시주 램버스대학과 스캐릿대학에서 사회학 석사과정을 밟은 뒤 돌아왔다.

정치인 김대중을 만나기 전부터 그는 '여성운동가 이희호'였다. 이 이사장은 오랜 세월 YWCA과 여성단체협의회에 몸담았고, 여성문제연구회 등에서 활동했다. 1964년 회장이 된 첫 해에는 여성노동자들의 근로실태 조사 보고서로 만들고, 1967년에는 여성정치의식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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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이사장이 지난 2000년 6월 14일 평양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공연을 마친 학생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격려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결혼은 그의 인생에 큰 변곡점이었다. 1962년 5월 20일, 결혼한 지 열흘째에 이희호 이사장은 남편이 '민주당 반혁명 음모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후에도 의문의 교통사고, 납치, 가택연금, 내란사건 등에 휘말려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오갔다. 이 이사장은 아내이면서 민주화운동가로서 그의 곁을 지켰고, 각계에 지지를 호소했다.

마침내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이사장은 7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도 아동과 여성인권에 적극 관심을 보였고,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가 만들어지고 여성 공직 진출이 늘어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또 영부인으로서 거의 매년 1회 이상 단독 해외 순방에 나섰고, 2002년 5월에는 대통령을 대신해 유엔 아동특별총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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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8월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 당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모여 있는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2009년 그런 동반자를 잃은 뒤에도 이 이사장은 햇볕정책을 강조하고 김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행사를 여는 등 남편의 뜻을 이어가고자 힘썼다. 2011년 12월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평양을 찾았고, 2015년 7월에는 취약계층 의료 지원을 위해 방북했으나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만나진 못했다.

김 대통령은 결혼 이듬해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새로 얻은 집에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새긴 문패 2개를 나란히 걸었다. 생전에 김 대통령은 "아내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발로였다"고 회고했다. 이 이사장도 자서전 <동행>에서 "참 길고도 매서운 세월을 함께 걸어왔다"고 했다. 이 책의 부제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는 김 대통령이 손수 지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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