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잘못 밝혀 관련자 징벌해야"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1차 보고대회 열어

등록 2019.06.11 18:51수정 2019.06.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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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자존심, 서부경남의 자존심, 진주의 자존심을 지키자."

옛 진주의료원에 입원 환자로 있다가 쫓겨났던 서해석(75)씨가 11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1차 보고대회>에 참석해 남긴 방명록이다.

전‧현직 경남도의원과 변호사, 전국보건의료노조,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로 구성된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공동대표 송순호‧강성훈‧강수동)가 지난 1월부터 해온 활동을 보고한 것이다.

6년 전 2013년 6월 11일은 옛 새누리당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날이다. 진상조사위는 <1차 보고대회>에 이어 자료 확보를 계속하는 등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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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석(75)씨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남긴 방명록. ⓒ 윤성효

 
[경과] 소송쟁점에서 홍준표 전 지사와 법원 판단이 달라

진주의료원 폐업은 2013년에 있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했고, 경남도는 2013년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폐업 발표 이전 흐름도 중요하다. 적자였던 진주의료원은 2012년 10월 '경영전략과제 이행계획 최종안'을 제출했고, 그해 12월 31일 '2013년 명예퇴직 3회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진주의료원장은 2013년 1월 16일 홍준표 전 지사를 단독 면담한 뒤 사직서를 냈고, 진료부장이 직무대행을 해야 하나 뒤이어 진료부장도 사직했던 것이다.


2013년 2월 19일 진주를 방문했던 홍 전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언급하며 "지금 도 복지보건국에서 TF팀을 만들어 검토하고 있다. 아마 곧 진주의료원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남도는 그해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과 약품 공급 중단을 발표했다. 2월 28일 진주의료원은 '경영개선 전략과제'에 따라 16명 명예퇴직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경남도가 이에 앞서 폐업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진주의료원은 그해 5월 29일 폐업 신고했고, 6월 11일 경남도의회는 '해산 조례' 의결했으며, 6월 13일 보건복지부는 '재의 요구'했지만 경남도는 7월 1일 '해산 공포'했다.

진주의료원 직원과 환자(가족)들은 홍준표 전 지사를 상대로 '진주의료원 폐업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2014년 9월 1심, 2015년 12월 2심, 2016년 8월 대법원 판결이 났다.

법원 소송 진행과정에서는 몇 가지 쟁점이 있었다. '행정소송 대상 여부'라든지 '원고 적격', '경남지사의 처분', '폐업의 적법성', '환자 강제퇴원 적법성', '휴‧폐업 해산'에 대해 홍 전 지사와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가령 '원고 적격'에 대해 홍 전 지사는 "원고들의 이익은 공익보호의 결과로 얻게 되는 반사적, 간접적, 사실적 이익에 불과"라고 했지만 법원은 "보건의료기본법과 공공보건의료법, 의료법, 지방의료원법 등 법률상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침해당한 때에는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 제기가 가능"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진주의료원 폐업이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루어져 위법하다고 봤지만, "진주의료원을 폐업 전의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원고각하 판결했던 것이다.

[1차 조사결과] "생산해야 할 문서가 존재하지 않아"

진상조사위는 경남도에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진상조사위는 경남도청에서 진주의료원 관련 자료를 다 받지 못했고, 일부 폐기 자료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2013년 1~9월 사이 경남도청 홈페이지에서 '문서목록' 검색 결과 '진주의료원' 정보 목록은 230건이었는데, '진주의료원 문서 대장 목록' 708건과 비교한 결과 120건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진상조사위는 "경남도 보건행정과 부서 문서 중에서도 다수 확인되지 않는 문서가 존재하고, 복지노인정책과에서 제출받은 22건의 문서와 비교해도 9건의 문서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진주의료원 관련 문서 폐기 목록과 관련 심의회 개최 여부를 확인한 결과, 2012년 이후 문서 폐기 기록은 없다"며 "앞으로 경남도 등에서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번에 당시 경남도에서 사용되었던 '결재서류'를 다수 확보했다. 경남도는 2013년 3월 '진주의료원 부채 청산을 위한 대출 계획안'을 세웠고, 이는 홍 전 지사가 결재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도지사 지시사항 제181호(2013년 12월 19일)에 따른 진주의료원 활용방안 부관부서 변경 건의"라는 자료가 있다. 2013년 12월 19일이면 홍 전 지사가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로, 이때까지 도지사 지시사항이 1호부터 180호까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진상조사위는 "도지사 지시사항 1~180호 문서가 필요하고, 그 가운데 진주의료원이나 경남도 서부청사(진주의료원 건물 활용) 관련 문서가 있을 수 있기에 지금이라도 경남도는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경남도가 진주시보건소와 주고받은 '질의-답변서',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질의 회신문' 등도 확보했다.

또 진상조사위는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서 벌어진 '환자 퇴원‧전원' 관련 공문과 각 기관에 보낸 협조 공문,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방문 후 작성한 출장복명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자료', 진주의료원 이사회 소집' 등 자료를 확보해 검토했다.

자료를 분석한 박윤석 간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서 불법 부당함이 속속 드러났고, 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도 있었다"며 "홍 전 지사를 비롯한 당시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금 경남도정을 맡고 있는 김경수 지사도 이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경남도에 지금이라도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지만, 경남도는 "현재 진주의료원이라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감사가 어렵다"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1차 보고대회를 통해 "진주의료원과 관련해 법에 따라 생산해야 할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며 "그것이 폐기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결론 내릴 단계가 아니다. 더 진상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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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조사위원회는 6월 11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활동 1차 보고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처벌?] "나쁜 교훈을 주어서는 안되기에 철저하게 진상조사해야"

이날 보고대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자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상조사위 공동대표를 맡은 송순호 의원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아무리 역사를 왜곡한다고 하더라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진실은 늘 존재한다. 진실을 밖으로 인양하기까지는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행정 절차가 위법하게, 무리하게 몰아붙인 것을 누구나 알지만, 법원에서는 홍 전 지사가 직접 지시하거나 문서로 확인된 것이 없어 어떠한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문서공개청구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홍 전 지사가 지시하고 개입한 사실에 접근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에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영만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어제가 6‧10항쟁 32주년 기념일이었다. 32년 전 우리는 호헌철폐, 독재타도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 실시도 외쳤다, 그 때 우리 생각으로는 지방자치제가 민주주의의 학교이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홍준표가 지사 할 동안을 보면, 6‧10항쟁 때 우리가 주장했던 것을 후회하게 되더라. 그 전에는 대통령이 도지사를 임명했다. 그 때는 도지사가 홍준표처럼 할 수 없었다. 대통령이 임명했기에 대통령 눈치만 봤다. 어떻게 해야 대통령한테 잘 보여야 하느냐. 자기가 있는 지역이 말썽만 없어도 기본적 점수를 얻는다. 그래서 말썽을 일으키는 일을 절대 안했다"고 했다.

이어 "설사 임명권자의 욕심에 무엇을 했다고 해도 대통령이 바뀌면 끝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지자체장들도 바뀐다"며 "그런데 지자체장을 주민들이 선출하다 보니, 눈치 보는 사람이 대통령이 아니고, 다음에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키거나 자기 편을 챙기는 것이다. 쉬운 방법이 이념대결이고, 갈라치기 하는 것이다. 홍준표가 적폐를 많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영만 의장은 "보수우익은 '좌충우돌'이고, 진보는 '좌고우면'이다. 홍준표는 좌라고 하는 사람들과 무조건 충돌하고 우쪽은 무조건 돌봐주었다. 그런데 진보나 민주 사람들이 집권하거나 당선되면 좌고우면한다. 왼쪽도 오른쪽도 눈치를 본다. 확실하게 자기들을 챙기지 않으니까 적폐청산이 되지 않는다. 홍준표나 박근혜 때 어려운 일을 당했던 일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의 진상규명을 위한 목표에 한 가지 더 첨가했으면 한다. 저 쪽 사람들한테 민주진보 사람이 집권하면 우물쭈물 넘어간다는 나쁜 교훈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진주의료원 환자대책위 대표를 지낸 박광희 목사는 "도지사 한 사람 잘못 뽑으니까 도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진상조사위가 법적 권한도 없고 미흡하지만, 좀 더 노력해서 잘못된 일에 가담했던 사람까지 처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 경남도의원이었던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하기 며칠 전, 당시 경남도 보건복지국 윤성혜 국장이 제 방을 찾아와 '진주의료원을 폐업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 때는 안 믿었다"며 "그런데 진짜 폐업 발표를 하더라"고 했다.

석 위원장은 "만감이 교차한다. 누구보다 홍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윤성혜(당시 복지보건국장), 박권범(당시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 등 곡학아세했던 사람들을 징벌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최근에 당시 일을 주도했던 사람들의 근황도 들었다. 당시 실무를 봤던 관계 공무원들이 이 보고회에 대해 노심초사한다는 것도 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시켜서 했을 뿐이고, 일부 잘못 했더라도 위정자에 의해 했기에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징벌을 받을 상황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으로 안다"며 "진상조사는 처벌이나 징벌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석 위원장은 "징벌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하나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목표이고 과제다. 과거의 잘못을 캐내기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관계자들이 이 시점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진상을 밝히는데 좀 더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석 위원장은 "지금 진영 행자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진영 장관은 당시 진주의료원 폐업을 두고 홍준표 전 지사와 설전을 벌였다. 지금 김용익 국민보험공단 이사장은 당시 국회의원이었다. 진영 장관과 김용익 이사장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 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주의료원 #홍준표 #진상조사 #김영만 #송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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