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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라이벌' 한국과 이란, 기록까지 닮았다

8년의 악연은 끊지 못했지만, 백승호 국가대표 가능성 확인

19.06.12 09:27최종업데이트19.06.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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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손흥민이 6만 대관중들의 함성을 이끌어낸 장면도 가슴 벅찼고,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황의조의 칩샷 선취골 순간도 놀라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A대표 데뷔 전을 치른 미드필더 백승호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 이번 평가전의 소득이라고 할만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황의조의 선취골 이후 5분만에 실점하며 1-1로 아쉽게 비겼다.

아시아의 라이벌

20분이 넘어가면서부터 게임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벤투호는 이란과의 질긴 인연을 승리로 끊어버리기 위해 '손흥민-황의조' 투 톱 시스템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원하는대로 이란의 골문을 활짝 열지는 못했다.

게임 시작 후 22분만에 이재성의 스루 패스를 받은 골잡이 황의조가 침착한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을 자랑하며 왼발 슛을 시도했는데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라이벌 이란도 이대로 흐름을 내줄 수 없다는 듯 날카로운 역습 실력을 보여주었다. 3분 뒤 자한바크시가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한국 골문을 노렸는데 조현우 가 역시 슈퍼 세이브를 선보였다.

전반전이 끝날 무렵 한국이 먼저 골대 불운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43분, 이용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골문 바로 앞으로 달려들고 있는 나상호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어 위력적인 발리슛까지 나왔다. 누가 봐도 골이라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나상호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이란 골문 크로스바에 맞고 골 라인 근처에 떨어지고 말았다.

라이벌에 걸맞게 이란도 골대 불운을 겪었다. 55분,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누롤라히가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을 노렸는데 골키퍼 조현우를 넘어 한국 골문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온 것이다.

5분 간격으로 1골씩 주고받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듯 보였다. 57분에 한국이 먼저 골을 넣었다. 센터백 김민재의 기습적인 롱 패스가 이재성과 황의조가 뛰고 있는 공간으로 날아들었는데 이란의 두 수비수 푸랄리간지와 모하마디가 엉켜 넘어지면서 황의조에게 어부지리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황의조는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몸을 내던지는 이란 골키퍼 베이란반드를 넘기는 감각적인 오른발 칩샷으로 그물을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완벽한 마무리 기술이었다.

2011년 1월 아시안컵에서 이란을 이겨본 뒤 8년하고도 5개월이 지나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이 흥분은 5분 뒤에 아쉬운 탄식으로 꺼지고 말았다. 62분, 코너킥 세트 피스 수비 대응을 잘못하는 바람에 동점골을 내준 것.

이란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가 전개될 때 높은 공 다툼에 가담한 이란 수비수 푸랄리간지를 제대로 밀어내지 못했다. 결국 바로 뒤에서 움직이던 한국 수비수 김영권의 왼쪽 허벅지에 맞고 공 방향이 바뀌어 굴러들어 갔다.

이처럼 한국과 이란은 아시아 축구의 라이벌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1-1 득점 기록, 6-6 유효 슛 기록, 50%-50% 공 점유율을 보였다. 기록까지 닮아 있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벨기에 출신의 마르크 빌모츠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란과의 질긴 인연은 최근 여섯 게임 2무 4패의 기록으로 이어지게 됐다.

22살 백승호의 첫 발걸음 78분

1-1 상황에서, 벤투 감독은 이재성 대신 황희찬(67분)을 들여보낸 것을 시작으로 76분에 나상호 대신 이승우를, 78분에 백승호 대신 주세종을, 83분에 황의조 대신 이정협을 들여보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베이란반드는 왼쪽으로 날아올라 손흥민의 슛을 기막히게 쳐냈다.

결국 이란을 상대로 8년 넘도록 이기지 못했지만 소득은 분명히 있었다. 미드필더 백승호(지로나 FC)의 활용 가치를 78분 동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신보다 11살 많은 맏형 이용과 함께 뛰며 A매치 첫 출전 기록을 남긴 백승호는 센터백 바로 앞 자리인 가운데 미드필더를 맡아 이란이 자랑하는 능력자들을 상대로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준수한 플레이를 펼쳤다. 

백승호의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 실력은 16분에 반짝반짝 빛났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은 백승호는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드는 다섯 명의 이란 선수들을 차례로 따돌리며 왼쪽 끝줄 바로 앞까지 파고들었다. 아쉽게도 컷 백 크로스를 형들에게 보내주지는 못했지만 그의 능력이 아시아 축구 톱 레벨에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백승호는 그 이후에도 이란의 빨라진 역습 템포를 끊어내는데 미드필더로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황인범과 함께 상대를 빠르게 압박하는 타이밍도 훌륭했고 과감한 태클로 이란 공격을 여러 차례 차단한 것이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일정을 감안하면 백승호의 듬직한 존재감은 동료 형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 1-1 이란 [득점 : 황의조(57분) / 김영권(62분,자책골)]

한국 선수들
FW : 손흥민, 황의조(83분↔이정협)
AMF : 나상호(76분↔이승우), 황인범, 이재성(67분↔황희찬)
DMF : 백승호(78분↔주세종)

DF : 홍철, 김영권, 김민재, 이용
GK : 조현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50%, 이란 50%
유효 슛 : 한국 6개, 이란 6개
슛 : 한국 13개, 이란 16개
코너킥 : 한국 9개, 이란 8개
오프 사이드 : 한국 1개, 이란 1개
파울 : 한국 10개, 이란 3개
경고 : 한국 2장(황인범, 이승우), 이란 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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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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