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창립기념사를 하고 있다. ⓒ 한국은행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1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이날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그는 미국-중국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해 들어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제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는 무엇보다도 대외환경이 크게 달라진 데 기인한다"며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며 "특정산업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창립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점점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다시 한번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경기도 미‧중 무역분쟁과 상당히 연결돼있다"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두 가지 대외요인이 예상보다는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그래도 변수는 있다, 6월 (남북)정상회담도 (가능성이) 있고 하니까"라며 "매일의 흐름을 보면 (대외여건이) 어려운 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가계부채 경계심 아직 늦출 수 없어"
국내 여건도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대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경계심을 아직 늦출 수 없다"고 이 총재는 덧붙였다.
이 총재는 "대내외 여건이 이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성장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운영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구조개혁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대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 있게 추진해나가야 하겠다"고 그는 부연했다.
또 그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 자본 유출입 등 금융안정 위험요인도 함께 고려해나가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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