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학교비정규직들의 '산재' '갑질' 피해 증언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12일 '증언대회' ... "우리도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다"

등록 2019.06.12 17:38수정 2019.06.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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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6월 12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증언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학교비정규직들의 산업재해‧갑질 피해 증언이 쏟아졌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강선영)가 12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연 '증언대회'에서는 갖가지 사례들이 발표되었다.

특히 특수교육실무원과 초등스포츠강사, 치료사, 급식소종사자들이 당했던 산재‧갑질에다 '업무 외 지시' 등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정혜경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정치국장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장 10년"을 설명하면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에서 겪는 수치와 모멸감이 심하다"고 했다.

그는 "학교비정규직은 해고와 임금차별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학생수 감소나 폐교 등의 경우 해고 위협을 안고 있다"며 "현재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이고, 동일임금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멀다"고 했다.

정 정치국장은 "관리자들은 '너희는 수업도 없는데 하루 종일 뭐하냐'고 하며 놀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교육공무직만 콕 찍어 여러 가지 허드렛일을 시킨다"고 했다.

이명숙 특수교육실무원은 여러 실무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뇌병변1급 아이를 맡았던 한 실무원에 대해, 그는 "대변을 흘린 아이를 닦아주고 뒷처리를 하는 것을 전교생이 다 보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다른 학생들 보고 화장실을 쓰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힘들면 우리 아이도 힘들다"거나 "내가 존중 받는 것이 아이가 존중 받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또 그는 "학교관리자는 우리한테 공짜노동을 시키면서 봉사정신을 요구하고, 법대로 임금을 지급하라고 하면 돈 밝히는 추잡한 사람으로 취급한다"고 했다.


이명숙 실무원은 "모 학교 교장은 실무원에게 '너희들에게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아까워 죽겠다'는 말을 대놓고 했다"고 했으며, "한 교장은 실무원에게 화단에 있는 풀을 베라고 지시하길래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며 거절했다가 그가 퇴직할 때까지 미움의 관심을 독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스포츠강사들이 겪는 사례도 소개되었다. 이병일 강사는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웃픈 상황들은 우리가 '보조'가 아닌 실제로는 '체육전담'이라는 사실"이라며 "많은 보조자들이 주도적으로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체육교사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대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 회식이 있으면, 여성 강사들은 신체접촉, 성희롱적 발언,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히기, 운동을 해서 몸매가 죽여준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며 "교육자가 맞나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박은영 스포츠강사는 "하루에 수업만 다섯시간을 하고 정해진 퇴근시간 즈음에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썼지만, 항상 초과근무수당은 지급되지 않았고, 그래도 그 놈의 봉사정신을 살려 묵묵히 일해 왔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정규직 업무가 전가되었다"고 했다.

급식소 종사자들의 어려움도 이만저만 아니다. 임채정 조리실무사는 "학교급식소는 종합병원이다. 목, 어깨, 팔, 손가락, 허리, 무릎, 발까지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며 "급식 특성상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음식을 만들다 보니 노동강도가 너무 높고, 몇 년째 골병이다. 쥐가 안 풀려서 한밤중에 주저앉아 울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신은주 조리실무사는 "16년째다. 2016년 2월 대청소 중 식탁을 옮기다 평소 많이 아팠던 어깨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으로 퇴근 후 병원에 갔고,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인한 힘줄파열로 수술을 받았다"며 "곧 개학일이라 몸이 아팠지만, 내가 일에 빠지면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에 말 그대로 '멘붕'이 왔다"고 했다.

또 그는 "2017년 행주와 근무복을 큰 대야에 삶아 옮기다 미끄러져 뜨거운 물이 다리에 쏟아져 화상을 입었다", "음식물 냄새를 흡입하는 '후드'를 청소하다 떨어져 허리와 어깨를 다쳤다"고 했다.

19년째인 김명희 조리실무사는 "16년째 일하고 있을 때, 유방암 진단을 받아 수술했다. 부득이 병가와 휴직을 했다. 병가를 쓰는 과정에서 학교는 대체인력 인건비가 없다고 8시간 전일 근무자인 제 자리에 2시간짜리 파트타임 대체인력을 채용했다"며 "처음에는 몰랐는데 뒤에 그 말을 듣고는 너무 화가 나서 짜증이 났다"고 했다.

임채정 조리실무사는 "12년째 일해 오고 있다. 학교에서 일하면 온 몸이 골병이다. 의사 진단서를 받아 병가를 쓸 수 있는데, 손발을 맞춰서 일하는 게 중요한 급식소에서는 누가 아파서 병가를 쓰게 되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아무래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은 아파도 아프다 소리를 못하고 학교 눈치를 보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해 하면서 가시방석에서 쉬어야 하는 현실이다"며 "우리는 사람이 아니고 로봇인가. 기계도 고장이 나면 고쳐주는데 우리들은 왜 안 되느냐"고 했다.

전장희 조리실무사는 "비정규직들은 안전 장치도 없이 매달려 유리창을 닦아야 하느냐", "우리는 교직원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부리는 사람이었느냐"고 했다. 그는 "점심시간이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 스승의날 감사 편지도 받아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학교는 우리를 무엇으로 보고 있었느냐는 회의감마저 든다"고 했다.
#학교비정규직 #산업재해 #갑질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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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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