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열이를 살려내라" 그 작가는 지금 무얼 만들까

[인터뷰] 6.10 민주항쟁 32주년에 만난 최병수 작가

등록 2019.06.14 16:53수정 2019.06.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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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도 메탈정육점 작업실 앞 펜션에 설치된 옷걸이와 옷꼬리 작품 ⓒ 심명남

 
대형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로 유명한 최병수 작가에게 87년 6월 11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날이다. 그날 신문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장의 사진을 보며 그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을 느꼈단다. 이후 이한열 열사의 대형걸개그림 초상화는 수많은 사람을 분노케하며 6월 항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쓰러지고 방치된 최병수 작가의 작품들
 

백야도 해안에 세워진 ‘성장한 야만’이란 작품은 유인원이 돌도끼로 시작해서 핵도끼로 바뀌어 점점 거칠어져 핵에 위협받는 위험에 처한 인류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몇 년째 태풍이 쓰러져 방치되고 있다 ⓒ 심명남

 
설치미술가인 최 작가는 2005년 여수와 인연을 맺은 후 2006년에 여수에 터를 잡았다. 현재까지 13년째 여수시민으로 살고 있다.


백야도에 있는 메탈정육점은 그의 창작실이다. 그는 "여기서 죽을 때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 하겠다"면서 "철판조각이 소재인 메탈아트는 기계처럼 시끄럽지만 다양한 각도로 보면 작품이 새롭게 보인다. 앞으로 작품을 사이 사이에 다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1면 기사로 소개된, 백야도 해안에 세워진 '성장한 야만'이란 작품은 핵위협 위험에 처한 인류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태풍에 작품 부러진 채로 몇년 째 방치되고 있다. 

촛불집회 때 10톤이 넘는 철제 작품을 광화문 촛불광장에 설치했다. 사비를 털었다. 어려운 가운데도 1억 넘는 큰 돈이 들었다. 특히 블랙리스트 작품은 미국에서 관심이 더 크다. MADE IN KOREA에서 영감을 얻었다. 1만명이 블랙리스트로 관리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문화예술인들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에 눈길이 멈췄다.

블랙리스트가 죽인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영양실조로 죽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블랙리스트를 표현한 작품 ⓒ 심명남

 
최병수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나온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감독은 주인집에 음식 좀 달라고 편지쓴 사람이다"면서 "지병으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원금이 끊져 영양실조로 죽은 시나리오 작가"라고 말했다. 당시 집주인에게 쓴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모님 죄송합니다. 또 1층입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랑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1층 드림"

최 작가는 또 날선 면도기에서 영감을 얻어 블랙리스트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을 보며 소리꾼들은 혓바닥을 내고 사진을 찍는다. 이는 면도날에 혀가 잘린 격이다. 그는 이어 "미국 덴버에서 작품전시 요청이 와서 다음주에 큐레이터가 오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식객은 먹방에서 나왔다. 먹는 것이 중요한데 잘못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패러디한 작품 ⓒ 심명남

 
<식객>은 먹방에서 영감을 얻었다.


"블랙리스트로 핍박받을 때 스트레스 받으니까 뉴스를 4년 정도 안 본 것 같아요. 뉴스를 안보니 소통이 안 돼요. 어느날 TV를 보니 요리 프로그램을 하더라고요. 처음엔 그것이 먹방인지 몰랐어요. 어느 방송은 계속 요리방송을 하고.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렇게 먹는 것에 올인해 딴생각 못하게 하는 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를 잘라 해골로 만들고 거기에 포크를 박아 버린 거예요. 먹방이 이 작품을 만든 거죠. 먹는 것이 중요한데 잘못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패러디한 작품이에요."

최작가 지옥도 보며 연상되는 죄인 
 

최병수 작가의 지옥도 작품 ⓒ 심명남

 
<지옥도>는 죄지은 사람의 형벌을 일깨워 준다.

"MADE IN HELL이에요. 나쁜 놈들이 많아 지옥도를 그려 달라 해서 새롭게 창조했어요. 저승사자가 옆에 있고 죄지은 놈이 대장간에 담금질하는 '모루'를 들고 있지요. 시민들에게 호응이 좋아요. 5.18 광주 그림을 걸면 전두환이 떠오르고, 고 장자연씨를 붙이면 누가 떠오르겠어요? 죄 지은 그놈들 다 지옥갈거예요."
 

머리에 채우기 작품은 변절자를 패러디한 작품 ⓒ 심명남

 
<머리에 변채우기> 작품은 변절자를 패러디했다. 

"사람머리가 변기로 변했어요. 맨날 X먹고 머리에 똥만 집어넣는 인간들이 있잖아요. 누구라고 말하기 싫어요. 저도 잘못하면 이렇게 되는 거죠."
 

우주포도는 지구에 갇혀살지 말고 좀 통 크게 살아라는 얘기다 ⓒ 심명남

   

말풍선 아트는 96년부터 그가 최초로 만들어낸 현장미술이다. 환경운동용으로 만들어 그린피스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 심명남

 
우주포도는 통 크게 살아라는 얘기다. 그는 "우리가 우주족인데 작은 맨날 땅만 보고 살지 말고 우주를 보고 살아라"라며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돈 몇푼 가지고 째째하게 살지말자"고 말했다. 
 

박스 줍는 할머니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복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함을 일깨운다 ⓒ 심명남

 
<박스 줍는 할머니>에 대해선 "할머니들이 노후에는 편히 쉬어야 하는데 나라가 복지가 안 되니 박스를 줍고 살아간다"며 "박스를 주워 하루 5000~7000원 번다는데, 젊을 때 그렇게 고생해서 후손들을 키운 사람들이 나이 들어 힘들게 산다. 이런 미래가 오면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게임이나 주입식 교육에 애들이 전부 기계가 되고 있다며 생각을 180도 돌려 상상으로 좀 재밌게 살자는 의미가 담겼다 ⓒ 심명남

   

원두막을 연상시키는 쉼자는 잘 쉬어야 머리가 정리되어 창의력이 나온다는 뜻이 담겼다 ⓒ 심명남

   

저절로 웃음이나는 한글 하하하 작품 ⓒ 심명남

 
한글로 만든 설치미술은 쉼과 창의력이 돋보인다. 

"현실을 180도로 뒤집어서 상상해보세요. 상상하면 하늘도 날아다닐 수 있죠. 주입식 교육에 학생들이 전부 기계가 되고 있어요. 전 상상으로 좀 재밌게 살았으면 해요.

(작품을 가리키며) 이게 뭐 같나요? 원두막에서 쉬는 '쉼'자예요. 우리 한글이 이렇게 멋있어요. 이거 사람들이 되게 좋아해요. 쉬지 못하고 바쁘게 일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여겨지잖아요. 전 작품량이 많은 편인데, 이건 바쁘게 일만 해서가 아니라 잘 쉬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좀 쉬어야 머리가 정리되어 창의력도 나오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최병수 #블랙리스 #설치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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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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