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억울하게 '방역구멍'이 된 사람들

미등록 이주노동자 '위험 요소'로 지적한 기사 유감... '이주노동자 혐오' 조장 우려

등록 2019.06.17 16:24수정 2019.06.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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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입을 막기 위한 불법 축산물 검역을 벌이고 있다. 법정 제1종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만 감염되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다. ⓒ 연합뉴스


요즘 심심치 않게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의 국내유입을 우려하는 기사를 보게 된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발생한 적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감염되면 돼지 치사율이 100%에 달해 양돈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발생해 왔으나, 최근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 등 아시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더니, 북한에서도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방역 당국이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언론 보도 행태를 보면 유감스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다음은 한겨레21 1266호 <아프리카 돼지 열병, 세 가지 구멍>에 언급된 내용이다. 


"이 밖에 우리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가 이주민이라는 점도 위험 요소다. 불법 상태로 일하는 상당수 이주노동자가 감염국의 돈육제품을 들여오는 등 방역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감염국에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최소 5일 이상 다른 곳에 머무르다가 농장에 들어가도록 해야 하나, 개별 농장에서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인권보도준칙에 의하면 '불법'이라는 용어 대신 '미등록'이라는 용어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데, 해당 기사는 불법이라고 쓰는 관행을 답습했다. 더 나아가 "불법 상태로 일하는 상당수 이주노동자가 감염국의 돈육제품을 들여오는 등 방역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말로 편견을 부추겼다. 비록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이직할 경우 동선 파악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했다 할지라도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감염국 출입 거의 불가능한데...

방역 책임은 일차적으로 농장주와 관계 당국에 있는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감염국의 돈육제품을 쉽게 들여올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한 부분은 국경 통제 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대한민국 출입국' 관리가 아무런 물건이나 들여올 수 있을 정로로 허술하지 않은데다가, 미등록자들은 출국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감염국에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최소 5일 이상 다른 곳에 머무르다가 농장에 들어가도록 해야 하나 개별 농장에서 지키"지 않음으로 방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미등록자는 애초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가 힘들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경우 '고용허가제'에 따라 입국하자마자 한국에서 농협 주관의 2박 3일 교육을 받고 사업장으로 배치된다. 일정 체류 기간을 넘기거나 구직 유효 기간을 넘기지 않는 한, 어떤 이주노동자도 입국하면서부터 체류 자격이 미등록인 경우는 없다. 

'상당수'라 했으면 그 근거를 밝혀야 하고, 그들이 돈육제품을 반입한다는 증거를 대야 한다. 기자는 미등록자들은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으므로 감염국에서 돈육제품을 가져오는 게 원천 차단된다는 사실을 간과했으며, 신규 입국자들 상당수를 미등록자로 단정하는 우를 범했다. 백보 양보해서 합법적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과의 접촉으로 돈육제품을 농장에 반입할 수 있다는 전제를 하더라도, 이는 무엇보다 먼저 국경 통제의 실패, 방역 당국을 질타할 일이다. 미등록자를 방역 구멍의 핵심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명칭도 문제 있어

이런 식의 접근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할 경우 '이주노동자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생겼다 혹은 뚫렸다'는 식으로 이주노동자를 희생양 삼기에 좋다. 기자는 방역 당국의 책임을 너무 손쉽게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서술이, 이주노동자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명칭 자체만 해도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데, 기사를 통해 이주민 편견까지 더한 셈이다. 

비록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프리카에서 1921년 최초 발견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발병하고 있는 질병이다. 중국에서는 토착화하고 있을 정도지만, '아프리카'라는 단어로 인해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확산시키고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끼치고 있다면 명칭 변경을 고민해 봐야 한다. 거의 백 년 전, 최초 보고 사례를 대륙 전체로 일반화함으로써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에티오피아가 자생지로 알려졌지만, 브라질, 콜롬비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등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 이름으로 부른다. 통칭해서 아프리카 커피라고 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즐기는 음료가 된 커피 문화를 태동시킨 아프리카 입장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비교할 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프리카라는 지역 이름 안 쓴다고 질병에 대한 공포와 심각성이 간과되는 것도 아닌 만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방식의 병명 개칭을 고민해 봐야 한다.

WHO는 질병을 명명할 때, 불필요하게 지역이나 사람 이름, 동물 종이 들어감으로써 과도하게 공포를 확산시키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라고 제언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ASF도 질병의 성격을 과학적,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알기 쉽게, '출혈성 돼지열병' 정도로 해도 될 일이다. 아프리카에 대해 좋은 것, 잘한 것은 특별하고 우발적인 것으로 치부면서, 안 좋은 것은 대륙 전체로 일반화하는 경향에는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글로벌 시대, 이주가 일상인 세상을 사는 우리는 언어 감수성은 인권 그 자체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가스펠투데이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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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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