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욕설, 집단폭행까지... 애국당의 무법천지 된 광화문광장

[현장] 보디캠 착용하고 일하는 세월호 활동가들... 경찰 "제지하다 우리가 맞아죽는다"

등록 2019.06.13 19:24수정 2019.06.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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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캠' 착용한 세월호참사 유가족세월호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폭행, 폭언 발생시 증거영상으로 사용됩니다'가 적힌 보디캠(영상, 음성 녹음을 위해 몸에 착용하는 카메라)을 착용하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상규명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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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폭행 채증' 안내물 설치된 세월호광장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기억과 빛' 전시장에 '폭언, 폭행 발생시 동영상 채증. 폭언과 폭력을 자제해 주세요' 안내문이 설치되었다. ⓒ 권우성

 
[기사보강: 14일 오후 1시 19분]

"순식간이었어요. 행진하던 대한애국당(아래 애국당) 사람들이 저를 에워쌌어요. 그리고 두들겨맞았죠. 몇 명한테 머리채 잡히고, 발로 차이고... 미친년, 무슨 년 같은 온갖 폭언은 예사죠."

12일 늦은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 부근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당사자는 세월호 진실마중대 서명지기인 김연지씨다. 폭행을 당한 뒤 그는 곧장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며칠 전에도 애국당 남성에게 (태극기) 국기봉으로 맞은 적이 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세월호 활동가'들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었다.

13일 <오마이뉴스>와 통화를 하던 그는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온몸에 멍이 들었다"며 "아직도 (충격 때문에) 놀라서 속이 울렁거린다.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봉으로 내려치고, 머리채 쥐어뜯거나 발로 걷어차고..."

"어떤 남성이 태극기 봉으로 저를 내려쳤어요. 다른 (애국당) 사람들이 제 머리채를 쥐어뜯다가 목을 손톱으로 깊게 긁어놓은 바람에 흉터도 남았고요. 팔을 할퀴듯이 잡아 뜯기도 했어요.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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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 광장 서명지기 조미선씨 SNS에 게시된 사진. ⓒ 조미선

 
5월 말 같은 세월호 진실마중대 서명지기인 조미선씨도 애국당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날 애국당 사람들이 세월호를 조롱하면서 내게 다가왔다. 미친년, 빨갱이년, 세월호 시체팔이, 세월호로 돈 버는 것들 등등... 난 핸드폰으로 그 사람들이 폭언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으려 했다. 그때 웬 남자가 서명대로 성큼 다가오더니 초상권 운운하며 자기 사진을 지우라고 윽박질렀다. 그러고선 내 핸드폰을 강탈해갔다."

조씨가 핸드폰을 돌려달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애국당 사람들이 달려들어 욕설과 함께 조씨를 집단 폭행했다. 다른 남성 봉사자는 조씨를 도우려다 이마를 맞았다. 2주 넘게 지난 사건이지만 목 뒤에 남은 조씨의 흉터는 여전했다. 노란색 반팔 아래로 시퍼런 멍이 군데군데 드러났다.
 

"시체팔이" 외치는 대한애국당 ⓒ 권우성

 
조씨는 "광화문 광장에 애국당 천막이 설치된 이후 세월호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이런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며 "주말이 되면 강도는 더 심해진다. 유가족한테 시체팔이라며 소리 지르고, 욕하면서 때리고... 이전에는 한두 번 겪을까 하는 일이 요즘은 매일 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이 과도한 폭언 및 폭행에 노출된 것은 지난 5월 10일 광화문 광장에 애국당이 농성천막을 설치하고 나서부터다. 애국당은 매일같이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광화문 광장 기자회견, 태극기 수월래 등을 한다. 주말에는 집회와 행진을 한다. 주로 이들이 행진이나 집회를 할 때 세월호 활동가들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다.

5년간 서명지기로 활동해 온 김씨는 "1-2명 욕하는 거야 (서명지기 활동) 초창기부터 숱하게 당했던 거니까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수준을 넘었다"며 "정말, 매일같이 폭언을 넘어 폭행의 위협을 받는다. 이 때문에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씨는 심리 불안 상태로 며칠 밤을 설친 적도 있다. 현재는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 조씨는 5월에 겪은 폭행 사건 이후 아직까지도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폭언, 폭행 발생 시 동영상 채증. 폭언과 폭력을 자제해 주세요'

지난 10일 세월호 서명대에 새로 붙은 문구다. 이날부터 노란 옷 입은 세월호 활동가들도 해당 문구와 함께 가슴께에 보디캠을 부착하고 있다. 노란 옷을 입거나, 노란 리본을 달았을 경우 애국당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폭행에 따른 자구책이다.

김씨는 "유가족 분들이나 진실마중대 서명지기들이 돈을 보태 자체적으로 보디캠 3대를 구입했다. 지난 10일부터 보디캠을 몸에 달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4.16연대도 보디캠 5-6대를 갖춰놓았다.

경찰 "선생님 보호하려다 제가 애국당 사람들에게 맞아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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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대한애국당 농성천막.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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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농성장 조원진 대표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와 당원들이 '박근혜 석방'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기습설치한 이후 대한애국당은 천막을 추가 설치했으며, 17일 오전에도 추가 설치를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 권우성

 왜 이들은 코앞에 서있는 경찰을 두고 보디캠까지 구매하게 된 걸까? 김씨는 "이미 몇 번이나 경찰에게 도와달라고, 가해자를 잡아달라고 했다"며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우리가 저들에게 맞아 죽을까봐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경찰이 "폭력 사건이 눈앞에서 버젓이 일어났는데도 방관했다"며 "지금 경찰은 애국당을 제대로 제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지어 경찰들은 애국당의 행진과 당원들의 개별적인 통행까지 모두 허용해주고 있다. 통행자유라는 명목하에 우리 쪽에 와서 난장판을 칠 수 있게 방치하는 거다"라며 "정작 우리는 분수대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 애국당은 놔두고 우리의 통행만 제한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대응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세월호 기억지기들만이 아니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도 "나도 종종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나가는데 욕설을 듣거나 폭행당한 적이 있다"라며 "세월호 추모관 앞까지 와 온갖 욕설을 하며 밀치거나 피켓으로 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날도 수차례 욕설을 들었다. 그것도 버젓이 경찰이 있는 곳에서"라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날 애국당 사람들을 모욕죄로 신고하려고 증거 수집하려는데, 갑자기 종로경찰서 경비과 한 분이 나를 막더라. 그러더니 "저들(대한애국당) 진영에 범죄용의자 찾으러 선생님과 들어가면 선생님 보호하려다 제가 저들에게 맞아 죽습니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이 애국당 사람들의 무법천지가 된 거다."

이어 신 대표는 "지난 5월 25일(토)에 목격한 것도 황당했다. 수많은 애국당 사람들들이 경찰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거나, 몸을 밀치기도 했다"며 "경찰이 하는 것이라곤 욕하지 마라, 밀지 마라, 이렇게 말 하는 게 다였다. 지금 국민만이 아니라 경찰까지 모욕당하고, 폭행당하는 상황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신 대표는 본인에게 욕설과 폭행을 한 두 명의 애국당 사람을 모욕과 폭행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공간은 유가족분들이나 자원봉사자분들이 지키고 있다. 이들은 남한테 피해를 주거나 모욕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애국당 사람들은 노란 옷만 입어도, 관련 배지만 달아도 온갖 욕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 다수의 시민, 서울시 공무원, 경비 근무하는 기동대 경찰까지 저들의 폭행 위협을 당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애국당의 불법천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16해외연대와 S.P.Ring세계시민연대도 서울시에 직접 우려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대한애국당의 불법천막 철거를 요청 공동 서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서한에서 "광화문 기억공간은 5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외치며 시민들과 함께 지켜온 상징적 장소"라며 "그런 장소에서 정권이 바뀐 지금도 가족들이 모욕을 받고 위협을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장 (애국당 천막) 철거가 어렵다면, 철거할 때까지라도 애국당 측 관계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난입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라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창옥 서울시 광화문 광장 관리 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자진철거 기한이 오늘(13일)까지다. 그래서 오늘 오후 8시까지는 지켜보려고 한다"며 "그럼에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최후 수단은 강제철거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최대한 자발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보려 한다"고 답했다.

박태우 대한애국당 사무총장은 "우리는 세월호 측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그러니 우리가 공론 활동을 할 때, 세월호 측도 우리의 공당활동을 존중해야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애국당 사람 모두가 폭행 연루자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우린 기자회견 등 외부 활동을 할 때면 자리 비켜 달라며 양해 구하기도 한다. 정해진 구역에서 활동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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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 전시장에 설치된 CCTV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기억과 빛' 전시장에 훼손을 우려해 CCTV가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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