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커피찌꺼기 가져다 연 5억원 매출 올리다

[한국의 혁신가들 ⑧] 임병걸 커피큐브 대표

등록 2019.06.19 07:56수정 2019.06.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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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기업가들을 돕기 위해 만든 글로벌 비영리조직 ‘아쇼카’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체인지메이커)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의 관행과 시스템을 바꾼 사람들”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체인지메이커들의 도전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스타트업, 비영리 단체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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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걸 대표가 커피 점토로 만든 커피큐브의 마스코트 ‘씨울이(C-Owl)’를 자랑하고 있다. ⓒ 유성호


에스프레소 커피 1잔을 만들면, 평균 20g의 커피박(커피 찌꺼기)이 나온다. 커피박은 대부분 생활용 쓰레기로 버려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커피 소비가 늘면서 커피박은 2014년 10만3000톤, 2016년 12만4000톤, 2017년 12만9500톤으로 증가했다.

커피박 처리 비용도 2014년 23억, 2017년 30억원 가량까지 늘었다. 커피박 일부는 비료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커피박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커피박을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임병걸 커피큐브 대표 “전 세계 모든 커피 찌꺼이 재활용이 목표”커피박(커피 찌꺼기)을 커피 점토 등으로 가공해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있는 ‘커피큐브’의 임병걸 대표를 만나보았다. ⓒ 유성호


   임병걸 커피큐브 대표(42)는 10여 년 전 카페에 쌓인 커피박 자루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커피박은 방향제나 제습, 퇴비 등 여러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처음엔 활용법이 잘 알려지지 않아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졌다.

임 대표는 커피박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블로그였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통해, 커피박이 습도조절이나 방향, 비료 등으로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커피박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커피박을 재활용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했어요."

커피박으로 모양을 내는 것은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점성이 없는 커피박을 굳히는 게 문제였다.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압축 가루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100g의 커피박을 굳히는데도 수십만원의 재료비가 들었다.

커피박 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식품에서 나오는 점성 물질들과 커피박을 섞어보면서 연구에 몰두했다. 6개월 가량 연구한 끝에 상온에서 자연 건조가 가능한 커피점토를 개발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조사에서도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친환경 점토였다.

6개월 연구 끝에 자연 건조 가능한 커피 점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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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큐브는 커피 점토를 활용해 파벽돌, 화분 등 다양한 수공예품을 생산, 유통하고 있다. ⓒ 유성호


 이 기술은 한국과 미국 특허를 받았다. 커피 점토를 처음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지난 2010년 강릉 커피축제에서였다. 축제 부스에서 커피 점토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어린이들 반응이 좋았다.

"2008년부터 준비를 했는데, 강릉 축제가 커피 축제 중에는 가장 커서, 그곳에서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010년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회사에 휴가를 내고 체험 프로그램 운영하면서 커피 점토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커피 점토를 활용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강릉 커피축제에 매년 도장을 찍으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2013년 6월, 임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큐브'라는 회사를 차렸다. 전 세계 모든 커피박을 재활용한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학교에서 쓰이는 점토를 커피 점토로 대체하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커피 점토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거든요. 메모꽂이나 휴대전화 거치대, 커피화분, 커피 캔들 등 여러 형태가 있어요. 커피박을 재활용하는데다 플라스틱과 달리 썩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죠."

처음에는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박을 얻어와 자체적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세종시의 한 자활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발달장애인들이 커피 점토를 활용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교육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자활센터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제품을 직접 만들고 판매를 하는데, 이 커피 점토를 활용해보고 싶다고 제안이 왔어요. 교육을 희망하는 센터가 점차 늘면서 현재 전국 30군데 자활센터에서 커피점토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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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걸 커피큐브 대표가 커피점토 공장에 견학 온 시민에게 커피 파벽돌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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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큐브 직원이 전국의 카페 주인들이 보내준 커피박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성과도 있었다. 지난 2017년 비영리기관과 협력해 커피점토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 것. 현재 교육을 받은 31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대전 동구에는 커피 판매와 제품 생산 등을 하는 '커피점토 공방'도 만들어졌다. 커피점토가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이다.

"장애인들이 커피점토를 갖고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법을 배워요. 이걸 만드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그런 기술들을 배워서 자신들의 사업장을 만들고,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거죠. 발달장애인들이 일을 하면서 사회성도 많이 좋아졌다고 해요."

커피 점토 제품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카페 주인들이 자신의 가게에서 나오는 커피박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커피박을 커피 점토 등으로 가공해, 일정 마진을 받고 카페주인에게 배송해줬다. 커피 점토를 활용해 벽돌·머그컵·냄비받침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도 생산·유통했다. 그러면서 사업 초기 수천만원대였던 연매출도 지난해 5억원대로 올라섰다.

커피벽돌, 2018년 환경부 혁신형 에코디자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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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걸 대표가 커피 파벽돌로 실제 시공한 벽면을 보여주며 “기존 파벽돌은 건축폐기물로 처리해야 하지만 커피 파벽돌은 퇴비로 처리할 수 있는 천연 인테리어 소재이다”고 자랑했다. ⓒ 유성호


 좋은 소식도 있었다. 커피점토로 만든 '커피벽돌'이 환경부의 2018 혁신형 에코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유해 물질이 없고, 자원 순환이 가능한 천연 인테리어 소재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 대표는 '커피벽돌'을 활용한 인테리어 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달 처음으로 경기도 남양주의 한 사무실에 커피 벽돌을 활용한 인테리어 시공을 했어요. 현재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기업으로부터 커피 벽돌 제품의 시안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어요. 프렌차이즈 기업들도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더라고요."

임 대표는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에 참여해, 상품 홍보, 투자유치 등 해외 진출에 필요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가까운 일본부터 시작해,  미국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 환경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더라고요. 해외에 나가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어서 병행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물론 국내에서도 커피점토를 알리는 노력도 계속 해야죠. 목표는 전 세계 커피박을 100%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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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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