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린 한 시대와 이별합니다"... 이희호 여사, DJ 곁에 묻히다

14일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사회장 엄수... "고인의 뜻 잇겠다" 다짐 이어져

등록 2019.06.14 11:56수정 2019.06.1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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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추모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문희상 국회의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헌화를 마친 뒤 제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14일 자신의 배우자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곁에 안장됐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문희상 국회의장, 여야 5당 대표들은 이날 조사와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뜻을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습니다."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 장례위원회'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총리가 이날 오전 신촌 창천교회에서 거행된 장례예배에서 올린 조사 중 일부다. 그는 "여사님! 그곳에는 고문도, 투옥도, 납치도, 사형선고도 없을 것입니다. (가택) 연금도, 망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함께 평안하게 보내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이 총리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사님은) 유언에서도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씀하셨다"라며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한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신 이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거 기간이면 지원 유세를 오셔서 '아들 같은 문희상, 조카 같은 문희상'을 도와달라고 호소하셨다. 아마도 '빨갱이 새끼' 소리 들으며, 정권의 핍박을 받으며 접경지역 선거구에서 뛰던 저를 많이 안쓰러워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여사님, 그때 저는 행복했고 지금도 후회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수된 추모식에서 이희호 이사장을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씨앗인 동시에 뿌리" "민주화 운동의 어머니"라고 부르며 위와 같이 회고했다. 또 이 이사장의 유언을 거론하며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남아있는 우리들의 몫이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뼈를 깎는 각오로 그 꿈을 완성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5당 대표들의 다짐...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 저희가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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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이 엄수된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공동장례위원장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5당 대표 등이 헌화 및 분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여야 5당 대표들도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뜻을 잇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사님은 대통령님의 동지이자 민주투사였고 따뜻한 마음의 인권 운동가이셨다"라며 "높은 뜻을 저희가 이어가겠다. 여사님의 빈자리를 관용과 사랑, 통합으로 채워가겠다. 한반도 평화도 반드시 이룩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평생 오롯이 민주주의와 인권수호의 길을 걸으셨던 이희호 여사님 영전에 깊이 머리 숙여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라면서 "여사님의 뜻을 깊이 새겨 국민 행복과 나라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으겠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과 여사님이 내거신 연합정치와 합의제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라며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는 저희가 쓰겠다"라고 다짐했다.

"이희호 여사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겠다"라고 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선생님께서 우리 국민에게 두루 씨앗을 남겨주셨다"라며 "저도 그 가운데 작은 씨앗 하나 가슴에 품고 피워 후대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짧지 않은 인생길을 당신은 한결 같이 값지게 살아오셨다. 생의 전반기는 여성운동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또 생의 후반기는 정치인 김대중의 영원한 동지로서, 정의와 인권,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오롯한 한 길을 걸으셨다"라며 "당신이 일생에 걸쳐 헌신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의 길을 굳건히 이어 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여성지도자 호칭, 걸으신 길을 여성에게만 가두는 걸까 고민했지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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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에서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의 약력보고 모습이 화면을 통해 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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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진 전 여성부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내 현충관에서 엄수된 고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에서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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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목사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내 현충관에서 엄수된 고 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에서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민주화 투사'였던 고인을 기리는 각계의 추모도 이어졌다.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추모사를 통해 "오늘은 선배님이라고 부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지도자라는 호칭이 자칫 선배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세상의) 절반에게만, 여성에게만 가두는 길이 아닐까 고민했지만 아니었다. 여성운동은 기본적인 인권운동이자, 사회운동"이라며 "여성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를 위한 선배님의 꿈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이 땅의 딸들과 앞으로 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상근 KBS 이사장은 고인의 '양심수가족협의회(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전신)' 활동을 회고했다. 이 이사장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후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가 사흘 만에 풀려난 뒤 다른 구속자 가족들과 함께 이를 결성해 활동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그때 당신은 그 중심에 계셨다. 함께 계심이 모든 구속자 가족들에게 엄청난 힘이었다"라며 "당신은 그렇게 해서 이 나라 민주주의 꽃을 피워냈다. 절체절명의 고통 끝에서도 기어코 사랑과 용서라는 위대한 열매를 달아 내셨다"라고 추모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전달한 조전도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통해 대독됐다.

김 위원장은 조전에서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의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전날 "(김 위원장이) 좋은 내용의 조의문과 조화를 보내준 점에 감사하다. 그분들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것으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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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추모식에서 차남 김홍업 전 의원, 삼남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유가족이 참석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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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등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에 참석해 장례위원장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사를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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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에서 운구차량이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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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의장대가 14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안장식에서 운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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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의장대가 14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안장식에서 운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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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의장대가 14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고 이희호 여사의 운구를 합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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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안장식에서 고인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허토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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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안장식에서 고인의 삼남인 김홍걸 민화협 의장이 허토하고 있다. ⓒ 공동

 
#이희호 #김대중 #여성운동 #이낙연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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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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