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 병구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평전 33회]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였다"고 밝혀져

등록 2019.06.16 14:31수정 2019.06.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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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으로 새출발 합니다" 통합연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갖고 3자 간 통합을 공식 결의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 1월 시작한 진보정당 통합 논의는 우여곡절 끝에 10개월 만에 '통합진보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남소연

진보진영은 2012년 4월로 예정된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통합운동을 전개하였다. 거대 양당 구도에서 혁신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합 이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2011년 12월 5일 노회찬이 이끄는 새진보통합연대는 민주노동당ㆍ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위한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합당을 결정했다. 당명은 통합진보당(통진당)으로 정하고 12월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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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대전시당은 창당대회에 앞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인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3인의 정치콘서트를 진행했다. ⓒ 임재근

 
노회찬은 이정희(법적대표)ㆍ유시민ㆍ심상정과 공동대표에 선임되었다. 주요 강령으로 △보편적 복지사회 실현 △보편적 의료보장체계 구축 △교육의 공공성 확보 △국민기본생활 보장 △조세정의 실현 △국가보안법 등 반민주 제도와 악법 폐지 △과거 친일ㆍ친독재 행위의 역사적 심판을 통한 역사적 정체성 확립 등을 제시했다.

노회찬은 서울 노원 병구에 공천을 받았다.
그동안 이 지역에 살면서 유권자들과 고락을 함께 해왔고, 18대 총선 때는 낙선의 고배를 들었던 곳이다. 우리나라 총선이 어느 때라고 주요하지 않는 때가 없지만, 19대 총선 역시 막중한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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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가 29일 <오마이뉴스> 총선버스에서 내리며 '기호4번'을 그려보이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정권 5년간 민주주의 퇴보, 남북관계 역행, 4대강 파괴, 경제파탄 등 국정전반에 걸친 실정으로 정권 심판론이 제기되고, 12월로 예정된 제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정권심판론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쉬운 이명박 정부의 친이 세력의 일부를 물갈이하는 등 'MB탈색'을 시도하는 한편 더욱 심화된 빈부 양극화에 따른 국민의 저항을 가라앉히려는 술책으로 '경제 민주화' 공약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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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총선후보 야권연대 협상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야권연대 실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야권연대 협상 재개 및 시민사회단체 중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에 비해 야권은 난장판이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친노(무현) 세력과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시민통합당과의 통합 추진과정에서 멱살잡이 등 추태 끝에 민주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명숙을 대표로 선출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동교동계와 친노그룹, 시민사회단체 세력간의 분파 갈등이 계속되고,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이 탈당하여 정통 민주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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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일인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종합상황실에서 조준호,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 등 지도부 및 후보, 당원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이석기 당선자(비례 2번, 이정희 대표 뒤 양복입은 이)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진보진영은 통합진보당에 참여하지 않은 진보신당이 총선에 참여하면서 고양시 덕양 을구와 울산과 창원시 성산구에 별도의 후보를 내 통진당 후보와 맞섰고, 표의 분산 끝에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었다. 통진당은 민주당과 부분적으로 야권연대를 이루어 지역구 7명, 비례 6명 등 13명의 당선자를 냈다.

노회찬은 서울 노원 병구에서 57.21%의 득표율로 여유있게 상대를 따돌리고 당선되었다. 4년 전의 패배를 딛고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통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13명의 당선자와 10.30%의 득표율을 보여 역대 최다 의석을 확보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어 예상과는 달리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민주통합당 127석, 통진당 13석으로 제3당,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이었다.

선거결과 새누리당의 박근혜가 차기 대권주자의 발판을 굳히고, 민주통합당은 제1야당의 기득권을 유지했다. 통진당은 13석을 확보했지만, 이번에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비례대표 당선자 중 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사달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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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온ㆍ오프라인 투표에 총체적 부실과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인정한 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통진당 내부에서 4월 20일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5월 2일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조사에 나섰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혁신계가 13석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진상조사위의 결과는 통진당에 폭풍우를 몰아오고 지지해온 국민들에게는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2012년 5월 2일 비당권파인 통합진보당의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공동대표)은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였다"고 밝혔다. 이때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반발하면서 4ㆍ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사건 수습책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정면충돌했다.

당권파는 이정희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동당 출신의 민족해방(NL)파 계열이자 '경기동부연합' 세력이었으며, 비당권파는 유시민, 천호선 등 국민참여당계와 심상정, 노회찬 등의 민중민주(PD) 계열이었다.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은 옛 민주노동당 시절에 주류였지만 끊임없이 '종북주의' 노선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 (주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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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심상정-유시민-조준호 의장단의 회의 진행방식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비당권파인 노회찬 조승수 위원이 이 사태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노회찬은 17대 국회에서 다하지 못한 의정활동을 이번에는 쉼없이 다하고자 다짐하고 준비하고 있던 중에 나타난 당내의 불미스러운 부정선거와 계파간의 분열상에 참담함을 금치 못하였다. 보수정당이라면 몰라도 명색이 정의ㆍ양식과 공익을 내세운 진보정당의 추태에 몸둘 바를 몰랐다. 이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당내 분규로 이어졌다.

2012년 5월 12일에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심상정 공동대표가 강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순간, 당권파 측 참관인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조준호 및 유시민 공동대표가 구타를 당하는 등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5월 14일 통합진보당 비당권파인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는 강기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표 권한을 넘기고 일괄 사퇴했다. (주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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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회의중단을 요구하며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의장단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진행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앞에서도 쓴 바 있지만 보수세력은 부패로 망하고 진보진영은 분열로 망한다는 세평 그대로였다. 여기에 통진당 내부에는 창당 과정에서 이념적으로 중도 좌파에서 극좌세력까지 참여하여 당의 통합을 어렵게 만들었다.


주석
1> 『NAVER 지식백과』, 「통합진보당」.
2>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진보의_아이콘_노회찬_평전 #노회찬 #노회찬평전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_비례대표부정선거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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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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