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맡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평전 34회] 공동대표 수락연설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 연설해

등록 2019.06.17 16:02수정 2019.06.17 16:02
0
원고료주기
통진당사건은 날이 갈수록 증폭되었다.

보수언론들은 평소 자기네의 논조를 불신하고 비판해온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진보언론은 믿고 기대했다가 배신감에서, 극심하게 몰아쳤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당사자들과 그들의 계파는 의원직이 걸린 문제여서 해결이나 타협보다 자신들의 주장으로 맞서면서 '통진당사태'로 확산되었다.
  
a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파문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회의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이정희 공동대표가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비례대표 후보 경선 전반에 걸쳐 부정이 있었다는 불신과 옹호파로 갈리고, 종국에는 파벌 간의 세 대결 양상으로 번졌다. 5월 4일 사태 해결을 위한 전국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정희 공동대표의 모두 발언.

참담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책임지고 싶었던 저희 통합진보당이 선거 관리에서 부족했다는 부실을 매섭게 지적받고 무한히 사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부정의 구렁텅이에 수많은 당의 간부들과 당원들이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비난받는 오늘의 현실은 참기 힘든 고통입니다. (주석 3)

이정희는 이 자리에서 '진실에 대한 공정한 규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념과 세력과 의원직이 걸려있는 사안이어서 진실규명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밀림에서 상처 입은 맹수는 적의 공격을 받는다. 이명박 검찰이 눈엣가시와 같았던 통진당의 사태를 방관할 리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원내 13석의 '거대한 소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참이다.
  
a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21일 오전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과 관련해서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오전 11시 50분께 경찰이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박원석 국회의원 당선자를 막아서면서 당직자와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선대식

 
5월 21일, 검찰이 통진당 중앙당사를 전격 압수 수색했다.

당내 문제에 검찰이 끼어든 것은 유례 드문 일이었다. 통진당은 7월 15일 임시 대회를 열어 2기 지도부 대표로 강기갑 의원, 원내 대표에 심상정 의원을 선출하여 당 수습을 맡겼다.

7월 26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의 당사자인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통합진보당 당대표는 신주류인 당권파였지만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는 구당파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석 4)

통진당 의원총회에서 이석기ㆍ김재연에 대한 제명이 부결되면서 당내에서는 갈라서자는 탈당론이 제기되었다. 8월 7일 신당권파는 '진보적 정권교체와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혁신추진모임(진보정치혁신모임)'을 결성하고 통진당과 결별을 선언했다.
  
a

심상정·강동원·노회찬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통합진보당을 통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는 길은 막혔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노회찬은 통진당의 일부 구성원들과는 당을 함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고, 9월 13일 심상정ㆍ유시민ㆍ천호선ㆍ이정미ㆍ강동원 등 신당권파 주요 인사들과 탈당을 결행한다.

이들은 협의를 거쳐 10월 18일 진보정의당을 창당하였다. 진보정의당은 2013년 7월 21일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꾸었다. (여기서는 '정의당'으로 표기한다)

정의당은 창당대회에서 노회찬과 조준호 전 통진당 최고위원을 공동대표로 추대하고 원내대표에 심상정 의원을 선임하였다. 원내 의석은 7석으로 국회 3당의 위치가 되었다.    
  
a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 다리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최경준

 
노회찬은 공동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였다.

정당 대표의 수락 연설문이라면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나름의 비전을 제시하는 (그것을 지키거나 실천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용을 담고 있는 관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연설문의 일부를 소개한다.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 강남을 거쳐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경에 출발하는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 만에 신도림과 구로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안 복도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거의 다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 버스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버스를 탑니다. 한 명이 어쩌다 결근을 하면 누가 어디서 안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주석 5)

  
a

노회찬과 함께 꿈꾸는 사람들노회찬재단 창립기념공연 <노회찬, 함께 꾸는 꿈>이 2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500여 석의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린 가운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은 축하공연으로 올라온 <작은 뮤지컬 6411>의 장면이다. ⓒ 곽우신

 
연설문은 도시 서민들의 절절한 삶의 실상을 보여준다. 본인이 직접 타보고 겪었기에 가능한 내용이다. 그는 서민들을 위하고 서민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연설문은 이어진다.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중 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진보정당의 공동 대표로 이 부족한 사람을 선출해 주신 데 대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수락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보정의당이 존재하는 그 시간까지, 그리고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안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심상정 후보를 앞장세운 진보적 정권 교체에 성공하고,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모든 투명 인간들의 당으로 이 진보정의당을 세우는 데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넣겠습니다.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진보정의당,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 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 정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 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 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셨습니까 (주석 6)


주석
3> 김인성 외,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369쪽, 들녘, 2012.
4> 주석 1과 같음.
5> 『노회찬, 함께꾸는 꿈』, 102쪽.
6> 앞의 책, 103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기억 그리고 역사의 길

AD

AD

인기기사

  1. 1 추미애-윤석열 충돌? 검사장급 여섯 자리가 뭐기에
  2. 2 수능 정시 늘었으니 자퇴하겠습니다
  3. 3 '30년 전 시간여행자' 양준일, 그의 계획이 주는 '울림'
  4. 4 검찰, 너희가 가진 것이 무엇이냐
  5. 5 "미쳤어, 미쳤어"... 손흥민, 그가 눈앞으로 달려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