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선후보 도운 편편상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평전 36회]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그는 책임자가 되었다

등록 2019.06.19 16:24수정 2019.06.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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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선 후보캠프에 묻는다-정치제도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정의당은 제18대 대통령 후보에 심상정 의원을 뽑았다.

당내에서 노회찬을 추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으나 '삼성X파일' 문제로 재판 중이어서 스스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오히려 재판에 대처하는 길이 된다는 주장도 폈다.
  

11일 오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2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최윤석

 
대선 정국의 흐름으로 봐서 정의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노회찬은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왔다.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그는 책임자가 되었다. 그의〈난중일기〉를 통해 그즈음의 활동상을 살피기로 한다. 2012년 10월 30일 일기의 한 대목이다.

오늘은 심상정 후보와 정치개혁안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쌍용자동차 경영진을 만났다. 비공개를 전재로 면담을 추진했지만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고엔카 사장 등과의 대화에서 쌍용차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다.

내일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자동차 사장을 만나기로 했다. 선대위 발족 이후 심상정 후보의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다. '땀이 정의다'라고 슬로건도 다른 후보의 슬로건에 비해 탁월하다. 좀 촌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설명을 듣고 보면 진보정의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멋있는 슬로건이다. 심상정 후보가 당선되면 이 슬로건을 만든 사람에게 술 한잔 사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 TV토론이 시작되면 심상정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물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 땀 흘려보았어요?" (주석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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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화재로 사망한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김주영씨의 노제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조재현

 
11월 1일의 일기 중간 부분이다.

오랜만에 새누리당 당대표까지 나서서 심상정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박 후보에겐 그런 자격이 없다는 심 후보의 문제제기에 발끈해서 나선 것이다.

심 후보의 지적이 몹시 아팠던 모양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에 대해 "단아하고 조신한 몸가짐으로 한국여성의 품격을 세계 앞에 보여왔다"는 황우여 대표의 발언이 보여주는 여성관이 가관이다.

한국의 성평등 지수가 세계 135개국 중에서 108위인데 누가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나? 정부 수립 이후 64년 중 새누리당이 41년간 집권한 결과가 성평등 108위 아닌가? 그런데 새누리당 대표가 심 후보에게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그렇다 성평등 108위 집권여당 박 후보가 만에 하나 당선된다면 심 후보와 우리는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진심으로. (주석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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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자, 노회찬 공동대표가 심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이날 심 후보는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 중심으로 정권교체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유성호

 
노회찬을 '언어의 달인'이라고 한다.

그의 말은 짧고 명확하고 유머가 섞여 언제 어디서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언어(말)의 철학이 있다. 인용하는 글은 정치인을 두고 하는 것 같지만, 어찌 정치인뿐이겠는가. 같은 해 11월 4일의 일기다.

수첩을 읽는 게 아니라면 정치인의 말은 짧을수록 미덕이다. 허나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의 살아온 역정을 밤새워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도 줄이고 또 줄이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실험해보면 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뒤 그것을 계속 줄여보는 거다. 하다 보면 마침내 3분 분량으로까지 줄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주석 11)


여기서 '수첩'을 예시한 것은 '수첩공주'라 불리던 어느 당 대선후보의 행태를 두고 한 말인 듯 하다. 말이 짧아야 한다는 그의 '설론(舌論)'을 좀 더 들어본다.

진보정당의 창당과정에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나는 말했다. 발언은 3분 이내로 해달라고. 살아온 과정도 3분이면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자신의 인생을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없다면 그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농담까지 하였다. 사실 3분이 넘으면 그건 '발언'이 아니라 '연설'이다. 그래서 일장연설도 영어로 번역하면 'long speech' 아닌가. (주석 12)

2019년 한국은 이른바 '막말파동'으로 국민이 몸살을 앓았다. 진원지는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고 명색이 목사라는 인물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외국의 사례 몇 가지를 찾아본다.

프랑스 의회에서 어느 날 한 야당의원이 여당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때 여당 의원 왈 "당신의 전직은 수의사였다는데 사실이오?"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은 "그렇소만 혹시 어디 아픈 데라도 있나요"하고 되받아, 여당 의원을 일거에 가축으로 전락시켰다.

일본 의회에서의 일이다.
어느 의원이 반대당 의원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상대 의원의 발언을 듣고 나서 "외눈깔로 세상을 보니 세상이 제대로 보이겠느냐"고 야유하자 애꾸눈 의원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노하지 않고 "일목요연(一目瞭然)!"이라는 한마디로 만장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느 대학 강의실에서의 일. 강의 중에 허리춤에 한 손을 찌르고 듣고 있는 학생을 발견한 교수 왈 "허리춤에서 손을 빼!"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보니, 그 학생의 손목 아래에 손이 없었다.

교수 왈 "학생! 나도 없는 지혜를 짜내 강의를 하고 있으니 자네도 없는 손이라도 내놓고 듣게!" (주석 13)

노회찬이 심상정 후보와 함께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방문했다. 쌍용차, 현대차에 이른 세 번째 행보이다.

한밤중에 트위터로 의견을 물어보는 이가 있다.

"김지하 시인이 박근혜를 지지선언 했는데 노회찬 의원님이 김지하 시인님께 드리는 말씀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마지못해 답하고 만다.

"지하의 일을 지상의 제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가을비가 사흘째 내리는 밤.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시 구절이 노랫말이 되어 귓전을 떠나지 못한다. (주석 14)


주석
9> 『노회찬의 진심』, 308~309쪽.
10> 앞의 책, 311쪽.
11> 앞의 책, 313쪽.
12> 앞과 같음.
13> 김삼웅, 『야누수를 쫓는 정치비록』, 200쪽, 학민사, 1978.
14> 『노회찬의 진심』, 317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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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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