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쏟아진 200만 홍콩시민, 행정장관 결국 사과

송환법 보류 결정 나왔지만 "완전 철회" 외치며 대규모 집회... 홍콩 뒤덮은 '검은 물결'

등록 2019.06.17 09:24수정 2019.06.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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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철폐' 홍콩시민 검은 대행진 16일 오후 빅토리아 파크에 홍콩 시민들이 검은 옷을 입고 '송환법 철폐' 요구하며 집결하고 있다. 이날 주최측은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 이희훈

홍콩 시민의 거센 반발에 밀려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보류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끝내 고개를 숙였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람 행정장관은 16일 성명을 내고 "홍콩 사회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시민을 실망시키고 슬프게 한 것을 사과한다"라며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에 대한 모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람 행정장관이 홍콩 시민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 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대규모 집회를 열어 반발했다. 

결국 반대 여론에 밀린 람 행정장관이 전날 송환법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시민들은 법안의 보류가 아닌 완전한 철회와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날 다시 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약 20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이는 1989년 5월 중국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150만 명이 모인 이후 홍콩에서 열린 최대 집회다. 


시민들은 지난 12일 집회에서 경찰이 고무탄, 최루탄, 물대포 등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선 것을 규탄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거나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기리기 위해 우산을 들고나왔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송환법에 반대하는 집회를 '조직된 폭동'이라고 규정했던 경찰 측의 발언을 겨냥해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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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철폐' 홍콩시민 검은 대행진 16일 오후 빅토리아 파크에 모인 홍콩 시민들이 검은 옷을 입고 '송환법 철폐' 요구 대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주최측은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 이희훈

"시민 목소리 듣지 않는다면 독재자"

이날 집회에 나온 존 차우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라며 "람 행정장관이 사퇴하고, 송환법을 철회하고, 경찰이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인 대학생 클로에 임은 BBC에 "이렇게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람 행정장관은 독재자"라고 주장했다.

외신은 이번 사태가 2003년 홍콩 정부의 국가보안법 추진에 반대해 50만 명의 시민이 집회를 벌였을 때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며 당시에도 사실상 법안이 폐기되고 퉁치화 행정장관이 조기 사퇴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친중국 성향의 선거인단을 장악한 지금의 체제로는 람 행정장관이 사퇴하더라도 새로 선출될 인물이 홍콩 시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와의 갈등이 장기회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중국 #캐리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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