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에는 수많은 물고기의 목숨 값도 포함돼 있다

푸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등록 2019.06.17 14:56수정 2019.06.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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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부산 해운대 바다 2019년 5월 부산 해운대 바다 ⓒ 환경운동연합 이용기

2017년 영국 BBC가 발표한 자연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2'는 깊은 바닷속 생명체들의 향연을 빼어난 영상미로 담아내 세계 각지에서 극찬을 받았다. 같은 해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 칼럼리스트 조지 몬비엇(George Monbiot)은 '블루 플래닛'이 현재 우리 바다가 처한 가장 중대한 위기를 다루지 않았다며 이를 비판하는 글을 <가디언>에 기고했다. 그에 따르면 바다 생태계는 육상생태계 보다 빠르게 소멸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플라스틱도, 해양 오염 혹은 기후위기 때문에도 아니다. 바로 '어업'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있는 어업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IUU)'이다. 통상 'IUU 어업'이라고 불리며 무허가 조업, 연안 제한 구역 조업, 어획물 미(오)보고, 불법 어구 사용 등 국내외 관련 법규와 의무를 위반하는 일련의 어업방식을 뜻한다. 어업은 그 특성상 독립적이고 투명한 감시와 규제가 이루어지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어업은 고사하고 불법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전 세계 어획량의 약 20%가 IUU 어업으로 잡은 것이며, 그 손실액이 연간 100~240억 달러(한화 약 27조억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서아프리카 해의 IUU 어업 수치는 세계 최고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 70%가 국가 빈곤 지수 이하에 놓여있으며, 30% 이상의 아동이 고질적인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시에라리온 같은 국가에서는 IUU 어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 시에라리온에서는 3만 명 이상이 재래식 어업에 종사하고 있고,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한다. 그러나 IUU 어업으로 인해 연간 5000만 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 중 하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참조기와 모양과 맛이 비슷한 '긴가이석태'이다(마트에서는 '침조기'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한다). 수심 50m 이하의 연안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저층 트롤러로 조업(육중한 어구로 해저의 바닥을 긁는 어업방식)하는데 불행히도 재래식 조업을 하는 곳과 겹친다. 저층 트롤로 잡은 어획물이 모두 시장성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어획량 중 (이미 죽어버린) 약 75%는 다시 바다로 버려진다. 거대한 트롤어선이 할퀴고 간 바다에 전통적인 방식의 소규모 어업에 종사하는 지역 어민들이 생계를 위해 설 곳은 없다.

2013년 유럽연합(EU)은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대부분 조기류를 잡는 한국원양어선이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연안에서 어획량을 초과 남획하고, 어선위치 추적 장치를 의무화 하지 않은 등 IUU 어업을 자행했기 때문이었다.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면 수산물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수산업 업무 교류가 중단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한국은 2015년 예비 불법어업국 명단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두 번째 어업 방식은 '양식업'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2030년에는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어류 중 3분의 2가 양식어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2016년 기준 양식업을 통해 전 세계 어류 소비의 53%를 공급했다. 세계 인구 증가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단백질 공급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무분별한 어획과 연안 환경 변화로 어획량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양식업은 미래의 주요 식량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에서 특정 어종을 공장식으로 대량생산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여러 문제가 따른다. 그중에서도 양식 어류의 먹이 문제가 심각하다.

양식 물고기를 먹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자연산 물고기가 소비된다. 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평균 약 2000만 톤이 사용된다. 이렇게 자연산 물고기로 만든 사료를 '생사료(고등어, 까나리, 정어리 등의 어린 고기와 잡어를 냉동 및 분쇄해 가공한 것)'라고 한다. 2017년 기준 국내 총 양어 사료 공급량 65만 톤 중 생사료가 49만 톤으로 약 75%를 차지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연근해 총 어획량 중 치어의 비율이 2016년 52%, 2017년 44%에 이른다고 밝혔다. 치어는 어획이나 유통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결국 대부분이 생사료로 사용된다. 인간이 먹을 물고기를 먹이기 위해 수많은 치어가 남획되고 이는 세계 물고기 개체량 급감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치어가 생사료로 계속 사용되면 연근해 어류 자원은 금방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생사료는 이외에도 수질 환경 악화, 위생 검사 및 관리 부재, 높은 약품 사용량 등의 안전·환경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생사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배합사료이다. 배합사료는 어분(fish meal)과 어분 대체 단백질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팰릿 형태로 성형·건조하여 제조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광어 양식장에서 배합사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2026년까지 전 품목으로 확대 될 예정이라 배합사료 사용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배합사료의 원료 절반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는 어분으로 만들어진다.

중국은 전 세계 양식업의 60%를 담당하며 어분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다. 중국 어선은 어분의 원료로 들어가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서아프리카 해역 등지에서 닥치는 대로 싹쓸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부 어선은 새끼 보호종 보호구역에서도 조업하는 등 서슴없이 불법을 자행한다. 이러한 이유로 저어분 배합사료 개발을 위해 민관차원에서 움직임이고 있지만 중국에서 싼값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어분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양어 사료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생사료도, 배합사료도 아닌 바로 '축분'이다. 중국에서 수출하는 대표적인 양식어류인 틸라피아(역돔)는 닭과 돼지의 배설물을 먹으며 길러진다고 한다. 배설물을 먹은 어류는 살모넬라와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 감염에 매우 취약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물고기들에게 많은 양의 항생제와 각종 약품이 투여된다. 이 잔여물이 흘러가게 되는 곳은 바다와, 우리 식탁이다.

마지막은 혼획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 어획량의 40%가 혼획(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다른 물고기가 함께 잡힌 것)에 의한 것이며, 이 중 대부분이 다시 죽은 채로 바다에 버려진다. 매년 혼획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한 붉은바다거북과 장수거북 25만 마리, 1억 마리 이상의 상어와 30만 마리의 고래와 돌고래가 죽임을 당한다.

특히 새우를 잡기 위한 혼획 문제가 대표적이다. 새우 1kg을 어획하기 위해 5~20kg의 다른 물고기들이 희생된다. 쉽게 말해 새우 한 마리에 적게는 3마리에서 많게는 15마리까지의 물고기가 잡혀 들어와 그대로 다시 바다에 버려지는 것이다. 우리가 구입한 새우에는 보이지 않은 수많은 물고기의 목숨 값이 포함되어 있다.

혼획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고래이다.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가입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작살 등 불법 어구로 고래를 포획하고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하지만 불법포획이 아닌 혼획으로 잡은 고래의 경우에는 해경으로부터 유통증명서를 발급받아 지정된 위판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매년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되는 고래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불법으로 잡은 고래는 53마리, 혼획돼 유통된 고래는 7903마리에 이른다. 불법 포획선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17년 15척, 2018년 23척, 2019년 3월 기준 31척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불법 포획은 적발 시 현행법에 따라 처벌이라도 할 수 있지만, 혼획으로 잡은 고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된 10종의 고래류의 경우 혼획이 되었더라도 가공, 유통, 보관이 금지되어 고래류 유통증명서가 발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혼획이 자주 되는 '밍크고래'의 경우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시중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 '밍크고래'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위판장에서 고액에 낙찰되었다는 자극적인 기사만 줄을 이을 뿐이다.

해양환경단체들은 해양수산부가 하루속히 밍크고래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해 고래고기의 시중 유통을 금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의 경우 보호종으로는 지정 되어있지만 매년 1200마리가 혼획으로 희생된다. 대부분이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산과학원은 2016년 혼획으로 인한 상괭이의 희생을 90%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탈출 그물을 개발했지만, 해수부에서 이를 어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보급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어업 방식을 고수하면 수산자원 고갈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지속가능한 수산업 인증제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MSC(해양관리협의회)는 수산물 남획에 대처하고 전 세계 수산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이다. 자원 보호 규정 준수, 환경 영향 최소화, 남획 금지 등의 기준을 준수한 수산업체의 제품에 MSC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그러나 MSC 인증은 저층 트롤어업에도 '지속가능' 타이틀을 부여하고 사후관리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신뢰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해결책으로는 해양보호구역(MPA) 확대가 거론된다. 2019년 기준 MPA로 지정된 해양은 전세계 8%에 불과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MPA 안에 들어가서 조업을 하는 행위가 증가하면서 사실상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의 파괴적인 어업 방식으로 인해 2048년이면 인류가 즐기는 물고기가 바다에서 씨가 마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했을 때 위의 대안에 대한 효과성 논란을 떠나 일차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수산물 자원관리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차원에서 불법어업을 근절하기 위한 생산, 유통, 매매 추적 시스템의 투명성 확보 및 관련 규제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내외 연대단체들과 함께 정부에 불법어업 근절, 보호구역 확대를 요구하며 현장조사, 정책 모니터링 및 제안과 같은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부기관과 시민단체가 바다와 해양 생물 보호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일상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수산물 섭취를 가능한 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어업이라는 것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참조기, 갈치, 고등어, 오징어와 같이 어린 물고기 어획 비율이 높은 물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잡곡밥과 푸른 채소, 각종 견과류와 과일로 영양소가 균형 있게 잡힌 잘 짜여진 채식지향 식단을 일상에서 늘려보자.

다행히 한식은 이미 완성도 높은 다양한 채식 메뉴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조금의 상상력을 더하면 푸른 바다를 지킬 수 있음은 물론, 충분히 풍부하고 근사한 식탁을 꾸밀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 #불법어업 #IUU #수산업 #먹고입고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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