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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고 예상 가능한 결말... 그럼에도 이 영화 추천하는 이유

[모모 큐레이터'S PICK] <업사이드>... 수평적 세상에 대한 바람

19.06.19 14:05최종업데이트19.06.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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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사이드> 포스터. ⓒ ㈜퍼스트런?

 
가석방 상태로 일자리를 찾는 무일푼 가장 델(케빈 하트 분)은 여기저기 형식적으로 면접으로 보다가 어느 대저택에 이른다. 그곳에서는 억만장자 필립(브라이언 크래스톤 분)을 24시간 보살펴줄 보조사 면접이 진행 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들어간 그는 필립과 함께 면접을 진행 중인 이본(니콜 키드먼 분)에게 면접 봤다는 사인만 부탁하고 나오려 한다. 필립은 자신을 수직적 아닌 수평적으로 대하는 그 모습에 끌려 그 자리에서 델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아내와 아들에게 면목없는 남편이자 아빠이기도 한 델은 현실을 직시하고 다음 날부터 필립의 24시간 생활 보조사가 되어 일을 시작한다. 아내와 무리하게 패러글라이딩을 타다 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고 자신은 목 아래 전신 마비가 된 필립, 재산이 1조 원이 넘는다는 동부 힙합의 왕 제이지(Jay Z)보다도 재산이 많고 뉴욕 양키스는 몰라도 메츠를 사들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하룻밤 몸 누일 곳 없는 델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이 된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르다고, 아니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필립과 델, 델과 필립은 천천히 한편으론 급격히 가까워진다. 처음엔 필립은 델에게 금전적인 걸 책임져줄 수 있고, 델은 필립에게 육체적인 걸 책임져줄 수 있어서였을 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스스로가 깨닫고 또 서로가 서로를 책임 아닌 채워줄 수 있는 게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 모두 해피엔딩일 것이다.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케빈 하트, 그리고 니콜 키드먼
 

브라이언 크랜스톤, 케빈 하트, 니콜 키드먼. 영화 <업사이드>의 한 장면. ⓒ ㈜퍼스트런?

 
어디서 보고 들었음직한 기시감이 드는 영화 <업사이드>는, 7년 전 세계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이다. 생소하지만 공감 어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바로 그 영화 말이다. 할리우드의 손에 다시 만들어지면서, 생소함 대신 익숙함으로 여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건 단연 세 명의 주연이다. 인기 드라마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의 월터 화이트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억만장자 필립 역을 맡아 열연했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미드 <모던 패밀리> 4, 5시즌을 연출하기도 한 재능왕이다. 

델로 분한 '케빈 하트'는 말이 필요 없는 미국의 국민 코미디언이다. 세계 최초로 스타디움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공연해 큰 호응을 이끌기도 하였다.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그만의 재치 있는 입담은 홀로 그 어떤 콘텐츠도 완벽히 장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업사이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 바, 카메오까지 합쳐 80편에 이르는 영화 출연이 큰 힘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 또한 재능왕이다. 

영화에서 필립과 델보다는 훨씬 주목도가 덜한 배역 이본, 하지만 이본으로 분한 '니콜 키드먼'으로 말할 것 같으면 브라이언 크래스톤이나 케빈 하트와 비할 바가 아니다. 그녀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다.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러브는 물론 베를린도 점령한 것도 모자라 드라마로 넘어가 에미상과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아쿠아맨> <황금나침반> 같은 블록버스터에도 출연했다. 그녀야말로 진정한 재능왕이다. 

어울림과 무던함과 겉돎
 

어울림과 무던함과 겉돎의 조합. 영화 <업사이드>의 한 장면. ⓒ ㈜퍼스트런?

 
영화는 어울림과 무던함과 겉돎의 조합 아닌 조합으로 굴러간다. 브라이언 크래스톤의 필립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원작의 필립과도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면서도 원작과 별개로 그 자체로도 더할 나위가 없다. 모든 걸 얻었지만 모든 걸 잃은 부자의 덧없음과 욕망을 잘 드러냈다. 드러내거나 표나지 않으면서도 연기의 맛이 느껴지게. 

니콜 키드먼은 니콜 키드먼이 아니라 이본을 연기했다. 그녀는 진짜 자신을 감추고 가짜 자신을 내세웠다. 영화에서 상대적 비중은 작지만 여러 면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로 분하는 딱 그만큼을 행해주었다. 무던함이 필요한 배역을 무던하게 이뤄냈다는 건 완벽하다는 것이다. 

케빈 하트는 델을 연기하지 않았다. 케빈 하트는 누가 봐도 케빈 하트였다. 이 영화가 호불호로 갈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역시 그만의 입담으로 <업사이드>에서도 영화 안팎의 좌중을 휘어잡는다. 그것이 이 영화 안에서 델이 해줘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영화 밖으로까지 전가되면 안 되지 않은가. 그의 모습은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흑백 실제 필름에 CG를 이용해 프레스트 검프가 실제인물과 함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매우 튀고 겉돌았다는 것이다. 

수직 아닌 수평적 세상에의 바람
 

수평적 세상에의 바람. 영화 <업사이드>의 한 장면. ⓒ ㈜퍼스트런?

 
이 영화에 혹평을 날릴 만한 부분은 케빈 하트뿐만은 아니다. 리메이크작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도 시종일관 염치 불구 클리셰가 계속된다. 장면장면이 예상되는 건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히 알 것 같다. 억만장자 필립이 하늘을 날다가 추락해 사실상 모든 걸 잃은 것이나, 무일푼 델이 4억이 넘는 페라리 gtc4 루쏘를 운전하는 것 같은 디테일까지도 말이다. 그렇지만, 거슬리는 장면이 딱히 기억나지 않는 건 자못 신기하다. 연출력이나 각본이 아닌 연기력의 힘이란 걸 확신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케빈 하트의 델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개봉해 나름 의미 있는 평가를 받고 흥행을 이끈 한국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가 오버랩된다. 목 아래로 전신 마비인 주인공, 그런 그도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점이 공통적으로 특별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내가(주인공들) 알던 사람이, 마음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모두 다르지만 한편 똑같다는 것 역시 특별하게 다가온다. 

수직적 아닌 수평적 세상에의 바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것일 텐데 억지스럽지 않았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스토리와 각본과 배우들을 수단으로 써먹은 게 아니라, 맥락으로 자연스럽게 유추하게끔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총체적으로 접근해볼 때, 호평을 하고 싶다. 팍팍하고 두려운 현실을 소소하지만 촉촉하게 적시고 있는 건 분명하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업사이드 언터처블: 1%의 우정 브라이언 크랜스톤 케빈 하트 니콜 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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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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