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닥터헬기 비상착륙' 행정명령... 이국종 "새로운 패러다임 열렸다"

경기도-도교육청-아주대병원,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협약’ 체결

등록 2019.06.18 15:43수정 2019.06.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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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도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 경기도

 
"비상상황이면 긴급재난의 형태로 필요한 곳에 착륙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세요. 그리고 혹시 거기서 생기는 모든 문제는 도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헬기가 착륙하는 지점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문제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계시는 겁니다." -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일 닥터헬기를 운영하면서 이착륙을 망설이는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공개적으로 '닥터헬기 비상착륙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위급상황 발생 시, '재물손괴'나 '주거침입' 등 이후에 빚어지는 법적 문제 등을 걱정하지 말고 헬기를 착륙시킴으로써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은 "현장에서 겪는 어려운 상황을 웬만한 현장 대원보다 더 정확히 말씀해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긴급상황 시 닥터헬기 비상착륙 모든 책임, 도가 질 것"
 

경기도와 도교육청, 아주대병원은 이날 도청 상황실에서 이재명 지사와 강영순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 한상욱 아주대병원장, 이국종 센터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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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도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지난해 11월 외상환자 이송을 위한 닥터헬기 이착륙 시, 도내 공공청사 잔디밭 및 학교 운동장 등을 적극 개방해 활용할 수 있도록 시군, 도교육청과 협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협약으로, 전국 최초로 24시간 상시 운영되는 응급의료전용 '닥터헬기'가 도내 31개 시군 내 공공청사, 학교운동장, 공원 등 2,420개소에서 자유롭게 이착륙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소방헬기 착륙장은 588개소에 불과했다. 특히 중증외상환자의 '골든아워' 확보가 가능해짐에 따라 중증환자 외상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지사는 협약식에서 '민원 발생 등의 이유로 응급의료헬기가 이착륙하지 못해 도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소방이나 의료도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시민들 입장에서도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약간의 불편함을 인내, 감수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지사는 "응급구조를 담당하는 일은 현행법상 '긴급재난'에 해당하는 만큼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긴급 상황에는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 등의 행위가 허용 된다"며 "예를 들어 헬기를 내릴만한 곳이 큰 회사 운동장밖에 없는데 잠겨있을 경우, 재물손괴나 건축물 침입죄 등에 걸릴 수 있지만, 긴급재난 제도가 있으니, 과감하게 헬기를 내려도 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오늘 협약된 공공기관, 학교를 기본적으로 활용하되 소방재난본부 지침 등을 만들어 비상상황에는 '긴급재난'의 형태로 필요한 곳에 착륙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는 "법률상이나 모든 것들을 (경기도가) 다 책임질 테니 과감하게 착륙장을 확보해달라"며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는지를 보여야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무리해서라도 활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형철 소방재난본부장은 "과감한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침을 주셔서 직원들이 현장 활동하는 데에 있어서 책임성이 강화되고 도움이 되고 있다"고 호응했다.

이국종 "대한민국 패러다임 바꾼 일" … "경기도 넘어 대한민국 모델 구축 희망"

이국종 센터장도 "실제 국가 기관인 모 구청이나 모 시청에 헬기를 내리려고 해도 잔디가 죽는다는 이유로 소방대에 민원이 들어온다"며 "공직자도 협조가 안 되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정리해줬기 때문에 앞으로 소방대원이나 저희가 기동하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게 됐다"고 크게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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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도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협약식’에서 이국종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과 환담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앞서 이국종 센터장은 이날 협약식과 관련 "런던에서 (응급구조를 위해) 비행할 때 제일 많이 이용했던 착륙장이 바로 학교운동장이었다"며 "교사들이 수업하다 말고 운동장으로 나와 출동 현장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곤 했는데, 교사들이 '생명존중 사상을 뿌리 깊게 인식시키는 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한 현장 교육'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 어떻게든 실현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선진국형 모델 도입을 통해 대한민국이 선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이재명 지사에게 감사를 전하며,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모델이 구축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강영순 부교육감도 "경기도교육청은 닥터헬기의 이착륙이 용이하도록 학교운동장을 제공해 경기도 내 응급환자 진료에 협력하고자 한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생명보호 활동에 간접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향후 학교 현장 운영 매뉴얼 작성 및 관련 교육 등을 통해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 지원 시스템이 학생들의 교육 활동과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현재 전국에는 인천, 전남, 강원 경북, 충남, 전북 등 6개 지역에서 닥터헬기가 운영되고 있으나, 응급환자를 인계할 수 있는 닥터헬기 이착륙장은 총 828곳에 불과하다. 이에 환자인계를 위한 이착륙장소가 확보되지 않아 헬기출동이 기각되는 사례가 최근 3년간 80건에 달하는 등의 부작용이 빚어져 왔다.

경기도는 이 지사의 지시에 따라 도교육청, 소방재난본부와의 협업을 통해 지난 1월부터 닥터헬기 이착륙장 활용 가능 장소에 대한 현지 조사를 실시, 닥터헬기 이착륙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내 학교 운동장 1,755개소와 시군 공공청사 및 공원 77개소에 대한 파악을 완료했다.

최근 3년간 도내 소방헬기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센터 출동 실적을 보면 지난 2016년 126건, 2017년 194건, 지난해 223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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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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