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스쿨 미투' 학생 편이었다

전교조, '스쿨 미투' 교사 의식 조사... 97.8% “성폭력 근절 위해 확산 필요”

등록 2019.06.19 18:29수정 2019.06.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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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성폭력의 역사를 끝내자" 노동당과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청년정치공동체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어 학내 성폭력 문제 해결과 스쿨미투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90%가 넘는 교사들이 '스쿨 미투' 확산에 공감하고 있는 반면 "교권 침해 우려가 높다"는 응답은 25% 정도에 그쳤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주도한 '스쿨 미투'에 교사들이 부정적일 거라는 일반적 인식과 상반되는 결과다.

남성보다는 여성, 젊을수록 스쿨 미투에 긍정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은 6월 19일 '스쿨 미투'에 대한 교사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는 지난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전국 유·초·중·고 교사 대상으로 SNS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해 모두 1239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들 가운데 97.8%는 "스쿨 미투 운동이 일상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운동이고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여성 교사는 거의 전부에 가까운 99.7%가 동의했고, 남성 교사도 94.2%에 달했다.

반면, "필요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어 동의하지 않는 편"이라거나 "미투 운동이 성폭력 피해에 대해 과도하게 문제 제기 하는 면이 있어 반대한다"는 부정적인 답변은 각각 17.9%와 14.4%에 그쳤다. 이 가운데 반대한다는 응답은 여성(10.7%)보다는 남성(22.1%)이 두 배 이상 높았고, 20대(11.3%)보다는 50대 이상(15.6%)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다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운동이지만 일상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61.8%로 절반을 넘었다.

또 스쿨 미투 운동을 계기로 "학생인권운동으로 지지한다"(95.7%)거나 "교사로서 성찰의 계기가 된다"(96.2%)는 응답도 90%를 넘었고, "교권 침해의 우려가 높다"는 데 동의하는 교사도 25.8%(반대 74.2%)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교사들이 '스쿨 미투 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거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또 다른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경우 지난해 6월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교육현장에 펜스룰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입장'에서 "학생이 교육자의 신체적 접촉을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교육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해 교육자가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며, 스쿨 미투에 부정적 시각을 일부 드러내기도 했다.

교사 17.5%는 자신의 학교에서 '스쿨 미투' 경험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소속 청소년들이 학생의 날(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창살에 갇힌 퍼포먼스를 펼치며 ‘2018 학생의 날, 두발자유, 청소년 참정권, 스쿨미투에 응답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02 ⓒ 최윤석

 
특히 "선생님 학교에서 소속 교원의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 학생들의 공론화나 움직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17.5%가 '그렇다'고 답했다. 교사 5명 중 1명은 자신의 학교에서 스쿨 미투를 경험했거나 비슷한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밝힌 셈이다.

국공립학교(15.6%)보다는 사립학교(34.7%)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사립학교 교사 비율이 9.8%에 불과해 표본이 작긴 하지만, 사립학교에서 스쿨 미투 움직임이 더 크게 일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스쿨 미투 원인에 대해 교사들은 ▲ "우리 사회 젠더 불평등으로 인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가 학교 안에서도 만연해 있기 때문"(85.5%)이라거나 ▲"학교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81.7%),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불평등하기 때문"(69.7%)이라고 답하는 등 지금까지 비민주적인 학교 문화에 화살을 돌렸다.

또 교사들은 이번 조사에서 스쿨 미투 대책으로 제시된 ▲ "피해 학생의 진실과 정의 및 배상에 대한 권리 보장"(97.9%) ▲ "전문성 있는 상담 인력 양성과 배치"(94.5%) ▲ "차별금지법 제정"(93.9%) ▲ "신속하고 정확한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92.8%) ▲ "학생인권법 및 학생인권조례 제·개정"(91.0%) ▲ "학교 페미니즘 교육 활성화와 의무화"(90.2%) 등에 모두 90% 이상 동의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표본추출 방식이 아닌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돼 스쿨 미투에 긍정적인 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아 대표성은 떨어진다. 또한 응답자 가운데 전교조 조합원 비중이 높아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교사들 의식을 정확히 반영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양민주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교사들은 자녀 세대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학생들 목소리에 공감하려는 문화가 있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스쿨 미투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음에도, 교사들도 비민주적이고 성평등하지 못한 학교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쿨미투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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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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