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도로공사 소속이라 했는데 자회사 가라니?"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 7월 1일 자회사 전환 두고 투쟁 수위 높여

등록 2019.06.24 09:55수정 2019.06.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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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고속도로 경남 창원 내서요금소에 수납원들이 펼침막을 걸어 놓았다. ⓒ 윤성효

 
"우리는 요금 수납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요금수납원 직접 고용 쟁취."
"정규직 전환하랬더니 자회사 전환이 웬말이냐."


요즘 고속도로 요금소(톨게이트, 영업소)에 걸려 있는 펼침막이거나 수납원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리본 내용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자회사 전환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수납원들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가 7월 1일 출범한다. 도로공사 본사는 김천에 있고, 자회사는 성남 분당구에 사업장을 둔다.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수납원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거나 일반노조 지회(분회) 소속이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도로공사영업소노동조합은 자회사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 요금소는 340군데다. 도로공사는 6월 1일자로 31개에 이어 6월 16일 13개 영업소를 자회사로 전환했고, 나머지는 7월 1일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 수납원에 대해서는 '한시적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겠다고 공고했다.

처음에는 도로공사 소속... 1심, 2심 모두 원고 승소 판결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업무 종사자들은 원래 도로공사 소속이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IMF) 이후 도로공사는 요금소를 파견 업무로 전환했다. 수납원들의 소속은 도로공사에서 파견회사(위탁업체)로 바뀌었다.

수납원들이 위탁업체로 전환된 지 20년이나 되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 소속 정규직에 비해 급여를 적게 받고 있다.

도로공사는 수납원들이 공사 직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2017년 10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때, 도로공사 부사장은 "수납원들이 공사 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르게 봤다. 전국 수납원 600여 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이 수납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동부지원과 성남지원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도 2017년 2월 3일 "톨게이트 근로자들이 도로공사 소속 근로자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도로공사 부사장은 법원 판결에 반하는 답변을 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 도로공사가 수납원들에 대해 자회사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소송에서 일부 수납원들이 승소하자 나머지 상당수 수납원들도 도로공사를 상대로 같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현재 도로공사 본사가 있는 김천지방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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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들을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근로계약 신청서에는 현재 진행 중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근로자가 승소하더라도 자회사 소속이라는 내용(붉은 선 내)이 들어 있다. ⓒ 한국도로공사

  
도로공사는 수납원에게 '자회사 근로계약 신청서'를 받으면서, "근로자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승소하더라도 자회사 근로조건에 동의하여 자회사 전환의 효력은 유지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는 대법원에서 수납원이 도로공사 소속이라는 판결이 나더라도 자회사와 계약을 맺으면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 소속이 된다는 것이다.

"법원도 직접고용하라고 했다, 끝까지 투쟁"

도로공사가 자회사 전환을 하는 것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도로공사는 수납원들에게 도로정비와 조무원, 시설관리 등의 임시 기간제 업무를 부여하겠다며 자회사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

수납원들이 가입해 있는 '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는 "도로공사는 사실상 수납원들을 협박하고 있으며, 심지어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수납원의 남편을 찾아가 회유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회사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했다.

투쟁본부는 "정부 방침에 의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기간제로 전환하는 사례는 도로공사가 처음"이라며 "도로공사는 직접 고용 요구 노동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이에 따른 업무 공백을 없애기 위해 자회사 기간제 근무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이 또한 처음 있는 사례"라고 했다.

민주노총에 가입해 있는 수납원들이 있는 요금소에서 6월 30일과 7일 1일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남지역에서는 대표적으로 내서, 칠서, 칠원, 군북요금소 수납원들이 펼침막을 내걸거나 하면서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방침에 따른 피해라는 주장도 있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우리는 사실상 정부 방침의 피해자다. 법원도 1심과 2심에서 우리는 도로공사 소속이고, 직접 고용하라고 했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자회사가 만들어지면서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도로공사는 자회사로 전환이 되면 임금 인상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며 "법원도 인정한 직접고용이다. 우리는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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