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과 진보진영의 위기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평전 43회] '통진당 해산'은 정부수립 이래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첫 사례

등록 2019.06.26 16:14수정 2019.06.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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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실 드나드는 국정원 직원들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김홍열 경기도당위원장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현역 의원 및 당직자 등 관련 인사의 자택 또는 사무실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전격 착수한 가운데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이석기 의원실을 드나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노회찬이 좌절을 딛고 다시 황야에서 정의당의 발전에 정성을 쏟고 있을 때 거대한 먹구름이 진보진영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었다.

2013년 8월 28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통진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우위영 전 당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태ㆍ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 수색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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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에서 국정원 직원들과 통합진보당 지도부간의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같은 해 9월 4일 법무부가 제출한 "이석기 의원의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다음날 이석기 의원이 구속되었다. 11월 5일 법무부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정당활동금지 가처분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진보진영에는 엄청난 폭풍우였다.
수구언론은 이참에 진보세력의 멸살을 기대하는 듯 노선과 정책을 분별하지 않고 도매금으로 매도했다. 우리나라 진보계열 정당의 역사에서 자유당 말기 조봉암의 진보당이 정권의 집중포화를 맞고 당수가 처형된 이래 박근혜 정권에서 진보진영에 쏟아부은 화력은 두 번째인 셈이다.

수구언론은 통진당과 정의당의 노선이나 정책을 살피려하지 않고 '초록동색'으로 색칠하고, 박근혜 정권의 검찰이 그렇게 몰아갔다. 노회찬과 정의당은 이 같은 쓰나미현상에 한동안 당을 지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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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 음모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는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14년 8월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내란음모ㆍ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에게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이른바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는 인정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내란선동과 국보법 위반 혐의만 인정돼 형량이 징역 12년에서 9년으로 감형되었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 청구를 하고 2014년 12월 19일 헌재는 통진당을 해산했다. 이석기ㆍ김재연ㆍ김미희ㆍ오병윤ㆍ이상규 등 통진당 소속 의원 5명과 지방자치 의원들도 의원직이 모두 박탈되었다. 헌법재판관 8명이 인용, 찬성했으며 1명이 기각 반대했다. 6월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을 해산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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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망연자실한 이정희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사상초유의 정당해산 결정을 내린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선고에서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또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막론하고 소속 의원 5명 전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 유성호

 
통진당은 정부수립 이래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첫 사례에 속한다. 1958년 이승만 정권이 진보당의 등록을 취소한 데 비해 박근혜 정권에서는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정당을 해산시킨 것이다. 역사의 반동 또는 역사의 아이러니다.

박근혜 정권의 '통진당 죽이기'에는 우연인지 의도성인지, 몇 가지 '비사'가 끼인다. 2년 전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12월 19일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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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2년 못살겠다! 다 모여라! 국민촛불' 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 소속 회원들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2012년 12월 14일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충성 혈서를 써가며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를 들먹이며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했을 때 통합진보당의 해산은 이미 결정된 것인지 모른다." (주석 6)

박근혜 정부가 당초 이 사건을 터뜨리면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석기 일당의 내란음모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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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정치보복의 끝은 어디입니까?"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24일 오전 청와대 입구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선고 이후 당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국가보안법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전 대표는 청와대앞 분수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려했으나 경찰이 출입을 막았다. ⓒ 권우성

 
박근혜 정권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때문이다. 그런데 2014년 8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석기 사건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RO에 대해서도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핵심적인 두 가지 쟁점에서 모두 통합진보당 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2015년 1월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 부랴부랴 서둘러 박근혜의 당선 2주년에 이 놀라운 선물을 바친 것이다. (주석 7)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의 대표적인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이 "정당에 대한 보호책임을 진 헌법재판소가 보호해야할 대상인 정당을 교살한 것"으로 평가했다. ⓒ 손우정

 
많은 지식인들이 이 사건의 파장을 두려워해서인지 방관 또는 침묵하고 있을 때 성공회대학 한홍구 교수가 박근혜 정권과 대법원, 헌재에 예리한 필탄을 날렸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이나 정책은 오히려 대한민국 임시정부나 제헌헌법에 비해 우경화되어 있다. 유럽에 갖다 놓으면 중도 우파 정도밖에는 안 될 통합진보당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다. 갓난아기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했다는 중무장한 군인들의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 내란이다!(주석 8)


주석
6> 한홍구,『역사와 책임』, 163쪽, 한겨레 출판, 2015.
7> 앞의 책, 164쪽.
8> 앞의 책, 165쪽. /font>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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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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