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어이없는... '파산 위기' 명지대의 속사정

분양사기에 교비 횡령까지, 재단이 대학 운영 마음대로... 공적 통제 강화해야

등록 2019.06.28 15:30수정 2019.06.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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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명지학원 퇴출과 대학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 고근형

 
지난 5월 명지학원이 파산신청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아무개씨는 명지학원이 10년째 빚을 갚지 않자 지난해 12월 파산신청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파산은 채무자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구속력이 없는 '조정권고' 결정을 내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명지학원이 김씨에게 갚아야 할 4억3000만 원 중 2억 원은 이달 말까지, 나머지 2억3000만 원은 8월 말까지 갚으라"고 명지학원에 권고했다. 또 "지난 2009년 명지학원의 사기분양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나머지 33명에게 진 빚 188억 원도 모두 갚으라"고 권고했다.

이번 일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지학원은 이 해에 용인 실버타운 분양 광고를 내면서 곧 지을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렇게 336가구에 분양을 했는데 정작 골프장은 들어서지 못했다. 화가 난 입주자들은 분양사기 배상 소송을 걸었고 2013년 법원은 명지학원에 192억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명지학원이 계속 갚지 않자 입주자 김아무개씨가 파산을 신청한 것이다.

법원의 조정권고가 나온 당일 명지학원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매각해 채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이 갖고 있던 부동산을 팔아 급전을 마련한다는 것. 애초 교육부는 학원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불허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교육부에도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권고한 만큼 이후 방침이 바뀔 수도 있다. 

손해 끼치고도 여전히 운영권 쥔 사립학교 재단

명지대는 그동안 왜 배상금을 안 갚았을까. 사실 안 갚은 게 아니라 '못' 갚은 것이다.

2011년 명지학원 유영구 이사장은 명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려고 명지학원의 돈을 썼다. 검찰은 유 이사장이 명지학원 자금 727억여 원을 횡령하고, 명지건설의 부도를 막기 위해 1735억여 원을 부당 지원해 재단에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정영훈)는 그해 11월 18일 "회생가능성이 없는 명지건설의 회생과 1500억 원대의 개인 연대보증을 피하기 위해 명지학원 존립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피해액수는 2400억여 원의 천문학적인 수치로 범행이 15년간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져 중한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라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이 범행으로 명지학원의 재정이 부실화됐다"라며 "가장 중요한 수익용 기본재산인 명지빌딩을 처분하고 아무런 수익이 나지 않고 매년 적자만 발생시키는 노인복지주택센터만 남아 앞으로의 학원 운영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즉, 이런 과정을 거쳐 명지학원은 부실해졌고 이 때문에 분양사기 손해배상금을 갚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작년 명지학원 수익사업체는 자산(1690억)보다 부채(2025억)가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사태가 이런데도 학교 정상화를 위해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현 명지대 유병진 총장은 유영구 전 이사장의 동생이다. 이들이 개인 재산을 털어 횡령액을 갚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뒤로도 비리가 있었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명지학원은 재단이 내야 할 세금 24억 원을 명지대의 교비에서 썼다. 지난 5월 23일 유병진 명지대 총장이 낸 담화문에서 유 총장은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비는 법인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맞다. 법인은 교비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지난해 명지학원은 재단이 낼 세금을 교비로 쓴 것이다. 

한국 사학재단의 모순 압축적으로 보여준 명지대 
 

"학생들의 등록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유병진 총장과 재단은 깊이 반성하라" ⓒ 고근형

 
파산신청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명지대 학생들은 분노했다. 5월말 명지대 인문캠퍼스 총학생회에서 실시한 총투표에서 '총장 이사회 사퇴 요구' 안건은 96.45%의 찬성을, '총장직선제 도입' 안건은 93.94%의 찬성을 얻었다. 

총장과 이사회는 먼저 자신들의 사비를 털어 그들이 저지른 비리 자산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주장처럼 사학 운영에서 깨끗하게 물러나야 한다.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은커녕 수익만 챙기는데 재발 방지가 될 리가 만무하다.

명지대처럼 비리가 심한 대학이 아니더라도 대학운영에 보탬이 되는 사학재단은 소수다. 2017년 사립대 274개교의 자금에서 등록금의 비중은 41.7%, 국고보조금은 23.4%로 둘의 합은 70%에 육박한다. 반면 사학법인의 재단지원금은 겨우 2.9%였다. 사실상 대학 교육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봐야 한다.

도움이 안 되는 데서 그치면 차라리 낫다. 사학재단은 대학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횡을 일삼고 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를 해고하고 총장직선제를 거부한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사학비리현황' 자료를 토대로 1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93개 사립대학이 개교 이래 교육부나 감사원에 적발된 비리 건수는 총 1367건이었고 비위 금액은 2624억여 원에 달했다. 참고로 이 액수는 사학이 자진 납세한 액수만 더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 비리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단호하게 청산해야 한다. 명분도 있다. 이미 사학 교비에서 국고보조금은 재단지원금의 8배가 넘는다. 쥐꼬리만큼도 안 되는 재단지원금을 차라리 정부가 대주고, 사학재단의 소유권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 즉 사립학교에 공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명지대 사태는 한국 사학재단의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남은 것은 이 모순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일이다. 명지대 학생들의 총장, 이사회 퇴진 투쟁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명지대 학생들의 움직임에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명지대 #사학비리 #대학국공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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