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친서, '대화의 문' 열 수 있을까

"북·미 실무회담 곧 할 것" vs "친서 보낸 시기에 따라 해석 달라져"

등록 2019.06.24 21:34수정 2019.06.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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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서 확인 북의 관영매체들은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에 만족을 표했다고 전했다. ⓒ 조선중앙통신

 
'친서'는 북·미 대화의 문을 열 수 있을까? 북·미가 친서를 주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실무회담을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주 미국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하며, 북·미의 '물밑 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장밋빛 예측도 있다.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두 정상이 공식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은 게 알려진 건 처음이기에 '친서 외교'에 기대감이 쏠리는 모양새다.

북은 '훌륭한 내용', 미는 '아름다운 편지' 언급

지난 23일 북의 3대 관영매체인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는 일제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며, 북·미 관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북·미 정상은 상대방의 친서에 각각 '훌륭한 내용', '아름다운 편지'라고 밝혔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북미가 '친서'를 시작으로 협상의 틈을 메꿀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친서의 특성상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겠지만, 소통의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북의 보도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친서에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있다는 거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의 내용에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며 매우 멋진 편지"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전달 경로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친서를 '아름다운 편지'라고 칭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친서에 북·미 협상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을 거다. 다만 (북·미 협상의) 큰 방향은 이야기했을 것"이라며 "(양국이) 실무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오는 28~29일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미국측 실무단에 주목했다.


신 연구위원은 "일본에 오는 G20 관련 미국의 인사 중에 한·미정상회담이나 북·미 실무회담을 챙겨야 하는 인원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금 북·미 실무회담을 하는 게 트럼프에게 유리하다고도 봤다.

그는 "미국의 대선 레이스가 11월부터 시작하는데, 그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지금부터 (북·미) 실무회담을 시작해 가을 정도에 정상회담을 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기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근거없는 낙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정식을 생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친서로 북·미 소통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하노이 이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북은 일찍이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로 못 박고 미국에 '다른 셈법'을 가져오라 요구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트위터 등을 통해 밝힌 것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한 북·미의 간극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논의한 적은 없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시기가 '언제'였는지도 중요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지금 친서를 보낸 건지 아니면 4월이나 다른 때 보낸 친서를 지금 공개한 건지 알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친서의 '시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는 것.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6월에 보낸 친서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신을 보낸 거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큰 의미 없다"라며 친서를 실무회담으로 연결하는 것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북측이 친서를 공개한 시점에 주목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고(21일)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를 공개해(23일) 김정은의 '위상'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21일 북한에 대한 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했다. 행동으로는 북을 압박하고 있을 뿐이다. 북·미 관계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에 보이는 근거는 없고 말만 남은 셈이다"라며 "미국이 무슨 말은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했느냐를 보고 북·미 관계를 낙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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