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같은 곳... 여기 통영 맞습니다

[파도 타고 한바퀴, 통영섬] 공룡발자국과 갯장어로 유명한 섬, 읍도

등록 2019.06.28 13:28수정 2019.07.0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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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 기자말
 

도롱뇽 모양의 통영 읍도도룡뇽처럼 금방이라도 꼬리를 흔들며 달릴 듯한 태세를 취한다 ⓒ 구학성 드론촬영

  
핸드폰으로 요란하게 전화가 왔다. 화면에 기다리던 이름이 떠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차일피일 미뤘던 통영 읍도 탐방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섣달 전부터 일행과 일정을 맞췄지만 쉽지 않아 마음을 비우고 있던 터. 섣부른 나의 지레짐작이 커져 갈 때쯤 들려온 소식이라 반가웠다.

읍도에 갈 때는 보통 도산면 오륜리 마상촌 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선착장에서 읍도까지 10분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일행은 광도면에서 뱃길로 1시간을 달려 섬에 도착했다.

하늘 빛이 바다 빛과 엇비슷하다. 물빛에 반사된 태양도 오늘따라 강렬하다. 올망졸망한 통영 바다는 푸른빛과 더불어 하얀 부표(浮標)가 유달리 많다. 뱃길 따라 일렁이는 파도 사이로 부표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공룡발자국에 절구 찍던 옛 시절

하늘에서 바라본 읍도는 좌우로 길게 늘어선 도롱뇽 모양새다. 금방이라도 꼬리를 흔들며 달릴 듯한 태세를 취한다. 마을 어귀의 물양장(物揚場)에 내려 마을로 들어섰다. 나지막한 언덕 아래로 집들이 오순도순 엉겨 있다. 정겨운 모습과 달리 대부분 빈집이다. 이 섬의 최고 높은 언덕이 해발 59미터. 언덕을 지나 뒤편의 길 위로 풀들이 무성해 더 이상 접근이 힘들다.

읍도를 중심으로 동쪽은 연도(솔개섬), 서쪽은 비사도가 공깃돌을 얹어 놓은 듯 통영과 고성을 잇고 있다. 한때 통영 도산면에서 읍도, 연도를 연결하는 연륙교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가설 공사는 녹록지 않은 상태다.
    

‘읍도길’ 도로명 주소표시판방파제 입구에 ‘읍도길’이란 선명한 도로명 주소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 최정선

   
선착장을 지지하는 방파제는 돌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발라 세웠다. 부잔교에 정박된 배 옆으로 우리의 선박을 접안했다. 조심스레 옆 배로 팔짝 건너 다시 부두의 시멘트 지지대로 뛰었다. 방파제 입구에 '읍도길'이란 선명한 도로명 주소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방파제 입구에서 마을까지 시멘트 임도가 50여 미터 가량 이어졌다. 그 중간에 집 서너 채가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듯 방치돼 있다. 마을 뒤로 아주 낮은 먼당길(언덕의 토속어)이 나 있다. 마을엔 방치된 폐가가 꽤 많다. 사람이 사는 집에서는 개가 요란스레 짖지만 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

마을 초입에서 쪼그리고 마늘 까는 할아버지 한 분과 조우했다.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을 몇 번이나 물었다. 바다를 따라 오른쪽 끝으로 가면 볼 수 있다고 하신다. 오른편 끝자락에 다다르자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아래엔 움푹 파인 자국들이 보였다. 흔히 말하는 문화재 자료인 '읍도공룡발자국화석(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03호)'이다. 1993년 12월 27일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거의 방치된 상태로 보인다.
  

읍도공룡발자국화석1993년 12월 27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03호로 지정 되었다 ⓒ 최정선

 
이곳의 암반은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퇴적된 유적이다. 바위 위에는 공룡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102개와 네 다리로 걷는 초식공룡의 발자국 40개 외에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3개가 선명히 찍혀 있다. 통영 읍도 공룡발자국 화석은 고성 하이면 상족암 해안의 공룡발자국 화석과 함께 중생대 생태학 연구의 귀중한 자료다.

화석이 있는 바로 윗집의 주인장 김상기 어르신이 내려와 공룡발자국화석에 대해 부가 설명을 해주신다. 학술연구 차 이곳에 들른 많은 역사학자들이 흘린 정보를 깨알같이 알고 계셨다. 인천에서 온 한 학자는 '사람 발자국이 공식적으로 3개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7개 정도 된다'는 조사 결과를 알려줬다고 어르신께서 전해주시기도 했다.

더불어 마을의 이야기보따리도 풀어놓으셨다. 어르신은 조선소에서 일하다 휴양 차 고향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옛 읍도초등학교 14회 졸업생인 당신께서는 동년배 여자 동기생들이 움푹 파인 공룡발자국을 절구통으로 사용하며 소꿉놀이했던 기억을 새록 떠올리셨다.
  

엣 읍도초등학교터폐교 앞 경사진 바위가 그 옛적 운동장이라고 한다. 바위가 운동장이라니, ‘반석 위에 세운 학교’라는 별칭을 붙여도 되겠다. 운동장에서도 공룡발자국 흔적이 더러 보인다. ⓒ 최정선

 

책 읽는 소녀상읍도의 폐교에 들어서자 첫눈에 책 읽는 소녀상이 눈에 들어온다. 숲이 된 폐교는 아이들 웃음소리 대신 무성히 자란 풀들을 안고 있다. ⓒ 최정선

  
해안 쪽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정문이 있지만 사철나무가 차폐 역할을 톡톡히 해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 마을로 들어가는 임도의 오른쪽 샛길로 들어갔다. 제대로 된 길이 아니어서 수월찮게 들어갔다.

첫눈에 책 읽는 소녀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학교 사각 지붕의 형체가 보인다. 이미 나무들이 학교를 삼켜버려 접근은 어려운 상태지만 나무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충효비와 함께 국기게양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폐교 앞 경사진 바위가 그 옛적 운동장이라고 한다. 바위가 운동장이라니, '반석 위에 세운 학교'라는 별칭을 붙여도 되겠다. 운동장에서도 공룡발자국 흔적이 더러 보인다.
  
숲이 된 폐교는 아이들 웃음소리 대신 무성히 자란 풀들을 안고 있다. 1970년경에는 전교생이 무려 1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 어린이들이 인제 노인이 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경사진 운동장에서 어떻게 학생들이 놀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때 운동장인 바위 위에 앉아 놀던 지난날을 회상하던 김상기 어르신과 폐교를 빠져나와 마을회관으로 갔다.

학교를 나와 오르막길로 올랐다. 학교 바로 위, 마늘을 주렁주렁 매단 집이 보인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석남 할머니의 집으로 현재 경남 김해 아들네로 이주하셨다고 한다.

작은 텃밭을 지나 축대 위의 커다란 포구나무와 조우했다. 그 뒤로 하얀 현대식 건물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읍도의 마을회관이다. 이 회관은 민박시설로도 활용되고 있다. 가끔 '읍도 공룡발자국 화석' 연구 차 방문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읍도를 찾는 이들은 다수가 낚시꾼들이다.
  
당산나무 아래 서자,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집들의 기와지붕이 눈에 띈다. 다른 섬에서 보기 힘든 한옥 구조로 예전에 '부자 섬'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돈섬'의 명성은 어디로

마을의 폐가들을 뒤로 한 채 다시 학교로 내려가 해안 길을 따라 아랫마을로 향했다. 그곳엔 우물이 있다. 마을로 가는 해안 길은 폭이 2미터도 채 안 된다. 길 안내를 김상기 어르신이 굳이 해주신다고 했다. 걷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 놓으신다.

과거 읍도는 낚시로 잡는 주낙 갯장어가 대표 어종이었다. 갯장어는 '하모(はも)'라는 일본어로 이곳 분들에게 익숙하다. 1970~1980년대 욕지도, 국도, 좌사리도까지 나가 장어를 잡았다고 한다. 그 당시는 수산업의 활황기로 모든 생활이 풍요로웠다. 지금은 낚싯배 운영과 굴 양식으로 경제적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그 풍요로움을 증명하듯 작은 섬에 정미소가 있었다고 한다. 인근 통영 도산면, 고성 삼산면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정도라고 하니 대단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부자 섬'이었다. 오죽하면 읍도를 뭍 사람들이 '돈섬'이라고 했을까? 당시 50가구,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거주할 정도로 번성한 섬이었다. 지금은 행정상 15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거주민은 4가구다.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의구심마저 든다.

섬에 대한 유래도 재미있다. 임진왜란 당시 고성군 현감이 피란해 이곳에서 잠시 진을 쳤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고을 원님을 뜻하는 고을 읍(邑)자를 써서 '읍도(邑島)'라고 명명했단다. 읍도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곳으로 추정되나 고증자료는 없다.

이 섬에 사람이 산 건 대략 1500년경. 황씨가 처음 입도한 뒤, 김해 김씨, 평택 임씨가 차례로 섬에 들어오면서다. 한때 선조들을 기리고자 동제를 매년 정월에 지내왔으나 지금은 마을의 중요한 행사 때에만 지내고 있다.
  

읍도 앞바다의 바위섬멀리서도 바위섬에 난 흉터가 공룡 발자국임을 어림짐작된다. 대여섯평의 암반 위에 원형 모양의 발자국이 군데군데 박혀 있다. ⓒ 최정선

 
읍도는 섬의 어느 곳을 파헤쳐도 암반을 만난다. 아랫마을로 가는 길에 만난 바위섬. 그 작은 섬에 무수한 공룡 발자국이 있다. 이 바위는 만조 때에는 물에 잠기고 간조 때에는 수면 위에 노출된다.

멀리서도 바위섬에 난 흉터가 공룡 발자국임을 어림 짐작된다. 대여섯평의 암반 위에 원형 모양의 발자국이 군데군데 박혀 있다. 섬사람들은 공룡발자국의 발견이 달갑지 않다. 공룡발자국이 마을의 발전을 방해한다고 믿는다. 문화재로 지정된 후, 개발제한으로 집수리도 제대로 못 한다는 하소연을 왕왕하신다.
  
이 섬에는 두 개의 방파제가 있는데 아랫마을의 것이 동방파제다. 이 방파제에는 얄팍한 부잔교가 있다. 그리고 계류장은 반원형이다. 물의 깊이가 낮아 배를 접안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과거 나무로 만든 통통배를 타고 섬의 어머니들은 마상촌까지 빨래를 하러 갔다고 한다.

아랫마을의 자연 우물은 섬의 생명줄이었다. 연약한 여인들은 뚝심으로 물을 길어 억척같이 생활했다. 머리에 물동이를 얹고 산길을 걸어가던 여인들의 환영이 어른거린다. 지금도 자연 우물에 물이 고이고 있다. 바위에서 떨어져 자연 정화된 우물은 맑은 빛을 띤다. 그 옆에 폐가가 된 담수화시설이 있다.
 

읍도의 담수화시설읍도의 섬 주민들의 식수난 해소를 위해 지난 1996년 바닷물을 식수로 변환하는 시설인 담수화시설을 읍도에 건설했다. ⓒ 최정선

 
경남 통영시가 섬 주민들의 식수난 해소를 위해 지난 1996년 바닷물을 식수로 변환하는 시설인 담수화시설을 읍도에 건설했다. 통영의 10군데 중 한 군데라고 한다. 하지만 잦은 고장과 전기료 부담으로 현재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지금은 해저관로로 수돗물이 들어오지만 그 당시 이 시설은 가히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의 편리를 위해 가설한 시설은 비싼 요금으로 더 이상 그 역할을 못 하고 방치돼 안타깝다. 김상기 어르신이 당시 수도요금이 비싸 힘들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읍도의 계류장은 물살 하나 없다. 바다가 아니라 잔잔한 호수다. 통영과 고성 본토가 손 뻗으면 닿을 듯 지척인데... 밀려드는 고립감은 뭘까. 바다 위로 뭉게구름이 공룡을 만든다. 마치 공룡이 살아 성큼 걸어오는 듯하다.

*가는 길
읍도로 오가는 도선은 없다. 도산면 오륜리 마상촌 선착장에서 사선이나 읍도 이장의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 마상촌 선착장(대도호선착장) : 경남 통영시 도산면 도산일주로 342-35

*잠잘 곳
리모델링한 읍도의 마을회관을 민박집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미리 읍도에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라면 이장과 상의 바란다.

- 통영구가네펜션 : 통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자 한다면, 광도면 죽림 신도시와 가까운 펜션을 추천한다. 전 객실이 바다 뷰를 자랑하는 곳으로 통나무집이 멋스럽다. 캠프파이어가 가능해 밤바다와 7080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젊음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자 조용하고 오붓한 느낌은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숙소로 손색이 없다. (주소: 통영시 광도면 덕포로 237 / 연락처: 010-5234-4871)

*먹거리
읍도 부근 통영과 고성에서 여름철 보양식 갯장어인 하모회를 맛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선박운행 및 읍도 탐방에 동행 해주신 장종철 해양구조경남서부협회장과 김태정 해양특수구조대장, 구학성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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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생각없이 경주>, <내일도 통영섬>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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