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용산참사 사건, 임기 내 사과 여부 검토"

[현장] 고개 숙인 문무일 검찰총장 "검찰 부실수사-인권침해 피해자들에게 사과"

등록 2019.06.25 15:01수정 2019.06.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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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였다. ⓒ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로 드러난 검찰의 부실수사와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다만 한 달 남짓 남은 임기 안에 용산참사 등 개별 사건들에 대한 공식 사과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다음달 24일 퇴임하는 문 총장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4층 검찰역사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5월 말 종료된 검찰 과거사위원회(아래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 부실수사와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

문 총장은 이날 "검찰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과거의 잘못을 교훈 삼아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 나가고 형사사법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총장은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사건의 실체가 축소·은폐되거나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자백, 조작된 증거를 제때 걸러내지 못해 국민 기본권 보호 책무를 소홀히 했"고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내지 못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해 사법적 판단이 끝난 뒤에도 논란이 지속되게 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늦었지만 큰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단상 앞에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검찰 과거사위는 지난 2017년 12월 활동을 시작해 지난 5월 말 활동을 종료할 때까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비롯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고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 용산참사 등 과거사 17건을 조사했다.


그 사이 문 총장은 지난해 3월 고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씨를 만난 데 이어, 그해 11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찾아 검찰 부실 수사에 대해 사과했고, 지난 17일에도 민주화 운동 희생자 유가족 공동체인 '한울삶'을 찾았다. 하지만 과거사위가 공식 사과를 권고한 용산참사 등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용산참사 철거민 죽음 안타까워... 임기 안에 최선 다할 것"

문 총장은 입장 발표에 이어 한 시간 남짓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자신의 임기 안에 이들 개별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나 피해자 방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유우성 사건, 용산참사 사건 등에 개별적으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개별 사건에 대해) 방식, 범위, 절차 등 구체적인 방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29일 남은 임기 안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3일 용산 참사로 옥고를 치렀던 철거민 김아무개씨가 숨진 데 대해 문 총장은 "어제 뉴스를 보고 매우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했다"면서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검찰 입장에선 과거사위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산참사의 경우 당시 수사팀이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등 내부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용산참사 사과 여부에 대한 질문이 거듭되자 문 총장은 "내부 논의 중이고 아직 어떤 결론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검찰과거사위 활동과 조사 결과를 둘러싼 검찰 안팎의 논란에 대해 문 총장은 "과거사위에서 1년 6개월 조사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별된 사건들에 대해 그만큼 관심도 많고 의문도 많아 논쟁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과거 사건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였다"고 정리했다.

"김학의 사건, 역사적 사실과 사법적 사실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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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총장은 "그동안 검찰이 비난받는 이유로 검찰이 너무 오만하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 부패했다 등 4가지가 제시됐다"면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검찰과거사위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과거사위 활동 도중 가장 큰 논란을 빚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재수사 결과에 대해 문 총장은 "사법적 사실은 역사적 사실 가운데 증거로 뒷받침되는 일부만 밝혀진 것이고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사법적 사실로 바뀌지 않는다"면서, 재수사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문 총장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성폭행과 뇌물, 수사 외압과 같은 직권남용 등 3가지 부문"이라면서 "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부문이 인정되면 기소해야 한다고 했지만 동영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장애요소가 돼 기소를 못했고 동영상이 없는 성폭행은 당사자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문 총장은 "직권 남용도 인적 증거, 물적 증거를 다 조사한 결과 범죄를 입증해 구속할 수 있는 증거를 찾지 못 했다"면서 "의혹이 남아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것과 추측에 의한 것 가운데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것은 다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가 용산참사 당시 검찰 수사가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를 권고한 데 대해서도, 문 총장은 "정의로움은 각자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가 의혹을 가급적 적게 했어야 했는데,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재심과 과거사위까지 거치고도 의혹이 걷히지 않은 상황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만 담당 검사에 대한 형사 고발로 번진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문 총장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검사가 증거를 면밀히 살펴야하고 입수한 증거의 순수성, 즉 연결성을 따져봤어야 하는데 따지지 않은 큰 과오가 있다"면서 "그 동기는 수사 중이라 언급하긴 부적절하지만 왜 입수 증거의 연결성을 검토하지 않았는지 나도 이해가 안 된다"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검찰역사관 앞 기자회견 "기록 남기면 정치적 중립성 훼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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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대검찰청 4층 검찰역사관에 검찰 과거사위원회 전시 부스가 마련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날 발표한 검찰 과거사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 전문과 더불어 과거사위 조사 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다. ⓒ 김시연




문 총장은 "검찰이 잘못했다고 지적한 사건이 15건만 있는 게 아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100% 완벽하지 못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라면서 "검찰이 오늘날 받았던 국민적 지탄, 비난, 문제제기를 받아들여서 보다 나은 검찰로 나아가고 민주적 원칙에 합당한 검찰 작용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당부로 기자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문 총장은 이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총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검찰 내부로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기록하게 만드는 방법이고 외부적으로 합의제 형식 통제 기구가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기록하면 리뷰해서 나중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역사에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안다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 총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검찰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검찰역사관 앞에서 진행한 것도, 이같은 '기록'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문 총장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도 검찰역사관 내에 마련된 검찰과거사위 전시 부스에 오롯이 새겨졌다. 아울러 검찰과거사위에서 그동안 조사한 주요 사건 기록과 보도자료도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검찰역사관 한해 방문객은 7천 명 정도로, 대검찰청 청사 안에 있어 일반인 접근이 쉽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기록'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내부 기록을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드는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차기 검찰총장의 숙제로 남게 됐다.
 
#문무일 #검찰총장 #검찰과거사위 #용산참사 #김학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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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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