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재심, 새로운 증거인 판결집행명령 추가 발굴

[현장] 자료 부족으로 공소사실 특정 어려움에 희망 보여

등록 2019.06.26 11:40수정 2019.06.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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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이 열린 316 법정 6월 24일 14시에 여순사건 재심이 열린 광주법원 순천지원 형사소송 316호 법정 입구의 모습이다. ⓒ 배주연



71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여순사건 재심에서 검사가 자료 부족을 이유로 공소 제기를 위한 시간을 요구했다. 6월 24일에 열린 재판도 공소사실 특정에 어려움을 겪어 두 달 공판 준비기일이 주어졌으나, 새로운 증거인 판결 집행명령 5호 등이 발굴되면서 해결에 실마리가 보인다. 

여순사건이 발발한 1948년 10월 23일부터 11월 초, 순천에서 민간인 협력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당시 철도청 직원인 장환봉(29), 농업인 신태수(32)와 이기신(22) 세 명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고 11월 말 호남계엄지구 사령부 김백일 중령이 개입한 고등군법회의는 명령 3호 내란 및 국권 문란 혐의로 장씨 등 102명을 처형했다. 

유족인 장경자, 신희중, 이기화씨는 2011년 10월에 광주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9년 3월 21일에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민간인을 군법회의에서 처형한 것은 불법적이며 위법 행위"였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4월 19일에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가 결성, 4월 29일에 광주지법 순천지원 316호에서 재심 첫 재판이 열렸다. 

6월 24일 오후 2시에 열린 재판에서 김정아 판사는 그간의 진행 과정을 설명하며 시작했다. 재심 결정 이전에 신희중, 이기화 두 명이 사망하여 종결되어 6월 7일 자로 장경자 유족을 참고인으로 하는 서류가 제출되었다. 그리고 단체와 개인, 여순사건과 관계를 불문하고 각계각층에서 의견서를 보냈으며, 새로운 증거 사실도 확인했음을 알렸다. 한편, 검찰 측에서는 이후 제출한 자료가 전혀 없었다. 

새로운 증거자료로 당시 판결 집행명령 3호 이외에 5호, 13호, 17호가 발굴되어 이미 재판부에 제출되었다. 공판일시, 장소, 피고인 명단, 죄목 등이 나열되어 법적인 자료로 충분하여, 검사 측에 전달되면 공소 구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방청을 대기하는 유족 및 관계자 6월 24일 14시에 열리는 여순사건 재심을 앞두고 초조한 심정으로 대기하고 있는 유족과 시민들의 모습이다. 316호 법정은 안전상 최고 방청 인원이 56명으로 제한되어 유족 상당수도 입장을 하지 못했다. ⓒ 배주연

 
71년 전 당시 재판에서 기소행위가 있었는지, 증거에 의한 조사가 있었는지 의문인 상황에서 검사는 문헌조사와 재판 기록, 국가기록원 DB 검색 등 다방면으로 자료를 찾느라 노력했으나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음을 피력했다. 현재 사건도 판결문 이외는 폐기되는 터라 71년 전 당시 사건 기록이 남기 어려운 상황에 현재 사법적 관점에서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형된 3명 이외 286명 전원에 대해서도 수형기록이 있는지, 보안검찰기록과 사건과 관련한 증언, 녹취록 등도 참고하여 사법적 판단에 재구성할 것을 알리며 충분한 준비 시간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환봉씨의 직업이 기관사로 특정화되며 사건이 발생한 특정한 기간, 관련 증언 등으로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등 발언으로 미루어 '기각'보다는 '무죄'를 이끌어내는데 검찰이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진영 변호사의 '공소사실 복원인지, 변경인지'라는 물음에 판사는 "복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검사 측에서 요구한 대로 자료 확보를 위해서 두 달 후인 8월 19일 오후 2시를 공판준비기일로 하지만 그 기간 내에 추가 증언 등 자료 제출을 독려로 종결해 지루한 재판이 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검찰의 반응에 대해 장경자씨는 "두 달 더 뭘 찾겠다 하는 건지. 아무리 찾아도 없을 것"이라며 검찰 측이 언급한 자료 확보의 어려움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나 가해자들이 찾고 있으니 피해자 측에서도 문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경자 유족 지난 4월 29일 열린 여순사건 첫 재심 재판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3인의 청구인 중 유일한 생존자인 장경자 유족이 군인에 의해 끌려가는 시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배주연

 
올해 75세인 장경자씨는 형사소송을 한 유족 중 유일한 생존자로, 청와대와 국회에서 1인 시위도 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심을 앞둔 기자회견에서는 "제 아버지의 재심뿐만 아니라 해방 후 1946년 대구 10월 항쟁, 제주 4·3 민중항쟁, 여순 민중항쟁,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민중항쟁 등 무차별 집단학살의 재심"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국가가 저지른 추악한 범죄를 심판하는 날이다. 빨갱이로, 연좌제로 고통당한 모든 유가족의 재심"이라고 말한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재판 말미에 장씨는 "국가가 지금까지 아무도 사죄를 않했다"며 검사에게 사죄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청하자, 판사는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하여 기회가 되면"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별량면에 소재한 송산초등학교 6학년 13명이 교사와 함께 방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만옥 교사에 따르면 학교 관계자로 유족이 근무하여 이야기를 들은 후라 더욱더 남다르다. 6학년 역사 수업에 전쟁이 있어 프로젝트 수업으로 학생들이 총 22명의 주민이 학살된 낙안면 신전마을도 방문하여 인터뷰했다. 학생들은 신전마을 사연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러던 중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를 통해 이번 재판 소식을 듣고 방청하게 되었다. 방청을 앞두고 이 교사는 "재심 쟁점에 대해선 미리 공부하고 왔다.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목표가 소설 쓰기라 필요한 부분을 활용할 것"이라며 1학기 내에 소설 쓰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라 밝혔다. 

더는 빨갱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여순사건 재심 #71년 만의 재심 #국가폭력 희생자 #장경자 여순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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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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