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째인데... "우린 속거나 잘리거나 죽었다"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 "문 대통령, 공약 지켜라" 요구

등록 2019.06.27 18:47수정 2019.06.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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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호 3년 비정규직 현실 증언대회 '죽거나, 짤리거나, 속거나'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비정규직 현실에 대한 증언대회 '문재인호 3년, 노동존중 탈선 죽거나, 짤리거나, 속거나'가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2016년 12월, 온 나라에 촛불이 들불처럼 일어났을 때, 경남 창원에 사는 한 청년 역시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다. 그는 연단에 올라 "여러분께 정말 꼭 한번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나왔다"면서 "박근혜가 퇴진한 이후에도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결과를 기대하고 싶다"라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이 청년의 삶은 나아졌을까?',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인 2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아니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이 태안화력에서 죽은 이후에도 매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는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속거나, 잘렸거나 죽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문재인 정부 3년 비정규직 현실 증언대회'를 열고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희망고문을 거쳐 공약 사기가 되었고, 최저임금으로 오른 월급은 상여금과 식대를 빼앗아가 조삼모사가 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 정책은 탈선했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 약속했던 대통령은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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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호 3년 비정규직 현실 증언대회 '죽거나, 짤리거나, 속거나'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비정규직 현실에 대한 증언대회 '문재인호 3년, 노동존중 탈선 죽거나, 짤리거나, 속거나'가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번째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았다. 그곳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면서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긴 한숨을 쉬며 "2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 듯  하다"면서 "논의 과정에서 공항공사의 일방적 진행(자회사 추진)으로 어려움이 생겨 청와대를 찾아갔지만 외면당했다"라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정부의 외면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공사와 자회사의 계약은 기존 하청업체보다 낮은 금액으로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박 지부장은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대통령의 약속에 속았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또한 "정부는 정규직 전환 지침에 역행하는 한국도로공사를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회사 전환에 공조했다"면서 "이제는 모두 길바닥에 나 앉을 상황이다. 잘못된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청와대에 묻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용균이 엄마 김미숙입니다"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언대회에는 지난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참여했다.

김씨는 "서부발전 하청회사에서 일하던 아들 용균이는 안전커버 없는 수많은 회전체에 몸이 딸려 들어가 처참하게 사고를 당했다"면서 "서부발전은 최소한의 금액으로 최대의 이윤을 내기 위해 위험한 일을 외주화하고 비정규직을 만들었다. 죽거나 다쳐 산재로 인정되는 순간 원청인 서부발전에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여서 은폐는 일상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씨는 "문 대통령이 공공부분 정규직화를 하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했고 4년 안에 중대재해 사고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허술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어떻게 국민에 안전과 생명을 보장할 수 있는지 심히 걱정되고 개탄스럽다"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용균씨 어머니에 이어 발언대에는 지난 4월 수원 고색동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로 사망한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섰다.

김씨는 "제 동생은 용역 노동자라는 이유로 가장 높은 곳에서 일했지만 안전화와 안전모,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없이 사고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오늘로써 동생이 죽은지 78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단순 실족사로 단정 짓고 수사도 하지 않았다. '돈 없고 빽 없으면 이렇게 유가족 무시하고 기만하는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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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현실 '빵 터져버려!'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비정규직 현실에 대한 증언대회 '문재인호 3년, 노동존중 탈선 죽거나, 짤리거나, 속거나'가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현실 - 죽거나(산재사망), 짤리거나(해고), 속거나(사기)가 적힌 풍선을 터뜨리고 있다. ⓒ 권우성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속거나 잘리거나 죽음에 이른 당사자들을 초대해 릴레이식으로 증언을 확인했다. 이들 외에도 기간제교사와, 학습지 노동자, 관제센터 노동자, 한국지엠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증언을 이어 말했다.

이들은 '죽거나', '잘리거나', '속이거나'라고 적힌 풍선을 들고 분야별 증언을 마칠 때마다 풍선을 터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최저임금 1만원', '성평등임금공시제', '퇴근 후 카톡업무지시 근절 대책 마련' 등 구체적으로 모두 50가지에 걸쳐 노동존중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비정규직 #김용균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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