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리더'로 변신... 19년차 직장인의 비밀

[내가 퇴근 후에 하는 것들] 온라인으로 하는 매일글쓰기 모임, 벌써 6개월째

등록 2019.07.05 19:59수정 2019.07.05 19:59
1
원고료주기
약속한 만큼 노동하고 남은 시간, 코바늘을 뜨거나 불어를 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나 명예를 주거나 당장 쓸모가 되지 않는데도 저마다의 이유와 의미를 품고 열정을 키워갑니다. 오늘의 퇴근과 내일의 출근, 그 사이에서 나의 시간을 치열하게 붙잡는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편집자말]

나는 온라인으로 매일글쓰기 모임을 한다. 매일 저녁 멤버들의 글을 읽는다. ⓒ unsplash


나는 19년 차 직장인이다. 동시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매일글쓰기' 모임의 멤버다.

시작은 단순했다. 글쓰기를 좋아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과 강의를 찾아보니 매일 써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 말은 쉬웠다. 하지만 혼자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려웠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었고,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켜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같이하면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딱 1년만 해보자. 그렇게 온라인으로 '매일글쓰기' 모임을 직접 꾸리게 되었다.

한 달에 약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모집해서 진행한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의 형태는 단순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쓴다. 주말을 제외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매일 쓴 글은 블로그와 임시 밴드에 공유하고 서로 공감과 댓글로 응원을 한다. '매일글쓰기'를 지속하는 힘을 얻고 지속하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하는 일은 글쓰기와 전혀 관련이 없다. 나의 직업은 프로그래머이다. 어느 날,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생활의 활력이 되었다. 첫 시작은 블로그 글쓰기였고, 이후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면서 탄력을 받았다.

이제는 '매일글쓰기' 온라인 모임을 하면서 글쓰기의 다른 면을 맞이하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좋은 점은 일방적으로 소통하던 온라인 이웃과 쌍방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구독으로 '염탐'만 하던 이웃들과도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으로 나는 글쓰기 근육을 키울 수 있었고, 누군가는 치유를 하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성취감도 컸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한다고 하니 첨삭지도를 해주냐는 문의도 있었다. 우리 모임은 첨삭이나 글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는다. 매일 글을 쓰고 공유할 뿐이다. 오직 매일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한 목적이 전부다. 목적은 단순한 것이 좋다. 한 가지를 향할 때 목적을 이루기 쉽다.

댓글을 쓰라거나 '공감' 버튼을 누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글에 들어가서 읽고 댓글을 쓰고 싶으면 쓴다. 대신에 마음에 남는 글은 월말에 추천을 받아 집계를 낸다.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은 다시 공유한다. 멤버들이 놓쳤던 글을 또 한 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매일글쓰기' 모임을 주도하는 이유
 

모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 직장이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pixabay


요즘 인터넷에는 각종 모임이 넘쳐난다. 영어공부, 수익성 블로그 만들기, 재테크 모임, 아이 학습지도 모임 등. 마음만 먹으면 어느 모임에든 속해서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도 있다. 우연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행동하는 실천력만 있으면 된다.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다. 유료의 경우, 꾸준히 성과를 내면 참여금액을 돌려주는 형태로 진행되는 모임도 있다.

이렇게 해도 끝까지 참여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돈을 내면 더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약간의 강제성은 둘 수 있지만 외적 동기일 뿐, 내적 동기는 안 된다. 꾸준함은 내적 동기에서 나온다. 나는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싶었고, 내적 동기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필요했다.

나는 왜 다른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내가 판을 만들었을까?

첫 번째로는 내 입맛에 맞는 모임이 없었다. 글쓰기 모임은 대부분 유료였고, 오프라인이었다. 대부분의 온라인 글쓰기는 수익성, 즉 돈을 벌어들이는 글을 목적으로 했다. 나의 글쓰기는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프라인으로 참여를 하자니 시간이 없었다. 육아와 회사 일 만으로도 시간이 궁핍한 워킹맘이었으니까. 그 궁핍한 시간 안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육아와 회사 일로 허덕이는 건 맞지만, 끌려가는 인생이긴 싫었다. 무언가 세상을 향해 주도적으로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직장 밖 세상에서 작게나마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두 번째로는 안 하던 짓을 해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40대 중반, 지금까지 나는 결핍을 메우는 인생이었다. 돈에 대한 결핍, 사랑에 대한 결핍을 메우기 위해 달리고 노력했다.

결핍은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불행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열심히 달렸는데도 결핍은 완벽히 채워지지 않았다. 대학만 가면, 취직만 하면, 결혼만 하면, 집만 사면, 아이만 낳으면... 뭔가를 채우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었다.

이번엔 채우기보다 나누기로 했다. 직장도 다니고 있고, 아이도 있다. 좋아하는 일도 있다. '이대로도 충분하지 아니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매일글쓰기' 모임을 꾸려 멤버를 모집하고, 관리하고, 가끔 독서 리뷰를 하면서 책을 나누기로 했다.

내 인생의 후반부에는 나눔을 통해서 성장하기로 결심했다. 블로그와 <오마이뉴스> 글쓰기를 하면서 터득한 나의 노하우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올 1월부터 지금까지 총 6번의 모임을 꾸리고 운영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너무 많은 인원이 신청해서 오히려 관리가 힘들어진 시기도 있었고, 팀원들의 실적 체크를 누락한 적도 있었다. 글쓰는 법과 관리 방법 등을 수정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눔을 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많이 배우는 결과를 얻었다. 결핍을 채웠던 성취감과는 또 다른 충만함이 생활을 채웠다.

재능 있는 직장인이 되고 싶습니다만
  

디지털노마드는 내 꿈이 아니다. 나는 나만의 꿈을 가꾸고 있다. ⓒ unsplash

 
디지털노마드이니, 1인 창업이니 하는 말이 유행이다. 디지털노마드라는 말은 매혹적이다. 인터넷에서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짧게 일을 한 뒤 여가를 즐기는 모습들이 나온다. 생각만으로 짜릿하다. 하지만, 나는 디지털노마드보다 더 짜릿한 상상을 한다.

'매일글쓰기' 모임을 하니 누군가는 '유료화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은 벌고 싶지만 모임 자체를 당장 유료화 할 생각은 없다. 내가 이 '매일글쓰기' 모임에서 기대하는 게 있다면 글쓰기로 인한 화학적 효과다.

매일 글쓰기를 하니 회사에서 메일이나 문서 쓰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멤버의 후기도 있었다. 갱년기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한 멤버는 글쓰기로 인해 생활의 활력을 얻어 문화센터에서 여러 강좌를 다니며 배움을 익히고 있다. 매일 한 꼭지 쓰기도 힘들어하던 멤버는 꾸준히 몇 달째 모임에 참여하더니 매일 2개씩 글을 쓰고 있다.

나의 글을 읽고 사람들이 감동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상상을 한다. 더 나아가 나는 나의 이야기가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는 상상을 한다.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나의 첫 번째 직업은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 적성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 배고픔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 두 자리를 뻗고 잘 수 있는 방 한 칸 마련하는 게 먼저였다.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야 했다. 인생의 절반을 넘고 있는 지금, 나의 두 번째 직업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바탕으로 선택하고 싶다. 일생에 한 번쯤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로 승부를 걸어봐야 하지 않겠나.

꿈을 이루어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올인하는 모험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안정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꾸준히 자신의 길을 닦을 수도 있다. 직장을 다닌다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비겁하거나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길이 다를 뿐이다.

나는 재능 있는 직장인의 길을 택했다. 그 재능을 꾸준히 가꾸어 나갈 것이다. 현재의 글쓰기가 미래의 나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AD

AD

인기기사

  1. 1 추미애-윤석열 충돌? 검사장급 여섯 자리가 뭐기에
  2. 2 수능 정시 늘었으니 자퇴하겠습니다
  3. 3 '30년 전 시간여행자' 양준일, 그의 계획이 주는 '울림'
  4. 4 검찰, 너희가 가진 것이 무엇이냐
  5. 5 "키 작지, 못생겼지, 혀 짧지... 배우 맞냐고 욕 엄청 먹었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