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캄코시티 재판... 6400억 채권 어떻게 되나

캄보디아 재판 승소해도 채권 회수에 시간 걸릴 듯...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3만 8000명 울상

등록 2019.07.02 13:54수정 2019.07.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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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항소법원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으며 현지 주요방송 언론들도 취재에 나서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 박정연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들의 보상액이 걸린 최종 항소심 재판이 지난 6월 27일 오후 2시(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항소법원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날 2심 재판부는 3시간 가까운 지루한 심의 끝에 최종 판결을 또 다시 유보했다.

수석 재판관 셍 시부타 판사는 7월 9일 오전 8시(현지시각) 최종심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판사는 최종판결 전까지 양측 변호사들이 합의를 도출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로서 '캄코시티 사업'에 묶인 6400억 원 채권 회수 가능 여부는 앞으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알 수 있게 됐다.

캄코시티는 월드시티 이아무개 전 대표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호수 매립 지역에 건설을 추진하려던 신도시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미국발 경제위기까지 겹쳐 분양사업이 저조해 결국 2010년 공사가 일시 중단됐고, 과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투자로 2012년 3월 부산저축은행이 파산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3만8000여 명 예금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말았다.

그런데, 캄코시티 현지개발사인 월드 시티 40% 지분을 가진 이 대표는 파산한 부산저축은행 부실채권을 인수한 예금보험공사(아래 예보, 사장 위성백)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예보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확보한 나머지 지분 60%에 대해, 월드시티 측이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지분반환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캄보디아 항소 법원은 월드시티 측 이아무개 대표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지분반환 청구 파기 환송심을 진행했지만, 끝내 이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해당 재판부는 지난 6월 14일 최종심을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체 5명 재판관 중 2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다는 이유로 2주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열린 재판에도 위성백 예보 사장과 오낙영 주캄보디아한국대사,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산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또 인터폴 적색 수배령 떨어져 지난 3월부터 종적을 감춘 이아무개 전 대표를 대신해, 월드시티 측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또 미뤄진 소송... 캄보디아 재판부의 눈치싸움?

앞서 부산저축은행 등은 지난 2003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총 사업비 20억 달러(약 2조 원)짜리 대규모 복합 신도시인 캄코시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이아무개 전 대표는 국내 시행사 랜드마크월드와이드(아래 LMW)을 세우는 한편, 캄보디아 현지에는 월드시티라는 법인을 세웠다.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지분을 확보한 예보는 이아무개씨가 대주주로 있는 LMW를 상대로 국내 소송을 제기, 지난 2016년 7월 승소 최종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한상사주재원을 통해 월드시티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판결도 지난 2017년 1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5월 16일에는 서울회생법원 제21부(부장판사 전대규)가 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 전주, 대전저축은행 등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사가 투자해 2003년 이아무개씨가 설립한 LMW에 대해 파산 선고까지 내렸다. 이 대표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예보는 이아무개 월드시티 전 대표를 상대로 한 국내 소송에선 잇따라 이겼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열린 1·2심 재판은 모두 패소하고 말았다. 이후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후 최종 항소심을 진행해왔다.

항소 법원이 한 차례 연기한 끝에 연 이번 재판에서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한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설 만큼 한국 정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중대 사안이라, 이 나라 재판부가 최종 판결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판결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재판부가 아직 총리실로부터 판결과 관련한 메시지를 받지 못해 눈치를 살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나라임을 감안한 추측이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은 캄보디아 국빈 방문시 캄코시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재판 결과에 상관 없이, 향후 양국 간 물밑 조율을 통해, 법적 소송 수준을 넘어 정무적인 차원에서 캄코시티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잘 해결될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아무개 월드 시티 전 대표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대출을 받아 짓다 분양 실패로 일부 중단된 캄코시티 아파트 모습. 참고로, 이 아파트는 완공후 분양이 완료, 소유권이 넘어가, 이번 법정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 박정연

과거 부산저축은행 등 계열사는 이아무개씨가 대주주로 있는 LMW에 1830억 원을 직접 대출해주고, KTB 자산운영이 월드시티 지원을 위해 만든 두 개의 펀드 중 두 번째 펀드(2호 펀드)에 539억 원을 투자했다.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부산저축은행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LMW와 월드시티에 지원한 대출금 총액은 2369억 원 규모다.

하지만, 검찰조사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받은 자금 가운데 실제로 월드시티가 땅 매입에 사용한 돈은 캄코시티 부지 116만㎡ 매입에 들어간 비용 508억 원과, 씨엠립 신공항 부지 2245㎡ 매입에 들어간 비용 555억 원을 포함해 총 1063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아무개씨가 대주주로 있는 LMW가 대출 받은 원금 1830억 원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현재 원리금이 약 5000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월드 시티에 투자한 원금 539억원도 이자를 포함해 1400억 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 둘을 합하면, 예보가 LMW와 월드시티로부터 회수해야 할 채권규모는 약 6400억 원에 달한다.

이아무개 전 대표는 캄코시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투자한 돈은 단 한 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역시도 "단 한 푼도 자신의 돈을 투자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지명수배까지 내려진 상태에 이 같은 사업을 앞으로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담보도 없이 거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의혹도 나온다. 그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광주일고 동문으로 아주 긴밀한 관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추측이다. 당시 캄코시티 대출에 직접 관여한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행장도 이 대표와 같은 고교 동문으로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캄보디아 법원은 지금까지 열린 2번의 재판에서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하는 바람에 캄코시티 사업에 자금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이아무개 대표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만약 항소심 재판부마저 원심대로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을 이아무개 전 대표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확정 판결을 내리고 지분을 돌려주게 되면, 캄코시티에 투자한 금액에 이자를 포함한 총 6400억 원의 채권 회수는 사실상 법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예보 측이 승소하면 채권과 사업이익분배권 60%, 지분 60%도 함께 되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는 사업약정서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냐에 따라 달려 있다. 이아무개씨 측이 부산저축은행과 맺은 약정서에 따르면, 월드시티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현지 법인 자산을 임의대로 처분할 수 없다. 또, 저축은행 돈으로 취득한 토지 등은 부산저축은행에 양도하거나 담보 제공할 수 없도록 미리 철저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았다.

이를 근거로 이 대표 측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예보가 찾으려는 60% 지분은 사실상 사업과 관련된 지분이 아닌, 추후 프로젝트 성공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에만, 60% 비율로 대출에 대한 대가로 이윤을 나눠주겠다는 일종의 의사 표시였을 뿐이라며, 분쟁의 중심에 선 나머지 60% 지분은 오로지 이 대표 측의 몫"이라며 소유권을 강력히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캄보디아측에 캄코시티 문제해결 협조 요청하기도 
 

6월 27일 열린 최종항소심 재판후 담당 현지변호사로부터 7월 9일로 연기된 향후 재판 전망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위성백 사장(왼쪽)과 전재수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 ⓒ 박정연

예금보험공사 측은 지난 2017년 3월 부산저축은행 및 관련 계열사, 토마토 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 등의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프놈펜에 관련 사무소를 설치했다. 올해 1월에는 해외재산 조사부도 설립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 불구하고 월드시티와 벌인 채무상환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고, 채권 회수에도 차질을 빚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수천만 원대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은 예금보험공사 한아무개 노동조합위원장이 구속되는 사태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 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위성백 예보 사장이 지난 2018년 9월 취임 이후 캄코시티 채권 회수해결책 마련을 위해 2018년 11월, 2019년 3월에 이어 6월에도 캄보디아를 찾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방문에 즈음하여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해 캄코시티 부동산이 저가 매각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캄보디아 정부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예보는 국내 언론에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캄코시티 문제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전했다. 덧붙여, 채권을 회수를 하게 되면, 부산저축은행 및 계열 저축은행의 파산재단에 채권을 신고한 후순위 채권 투자자나 5000만 원 초과 예금자 등이 채권 비율대로 추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캄코시티 사업에 대해 잘 아는 현지 전문가들의 생각은 예보 측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재판에서 예보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자금 회수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 더 많다. 교민사업가 이아무개씨는 설령 예보가 승소를 한다고 해도, 국내 언론에는 노출되지 않은 복잡한 소유권 문제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해당 부지 매각 문제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캄코시티 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오낙영 주캄보디아한국대사도 역시 "(캄코시티 문제는) 하도 복잡하고, 역사가 오래 돼서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익명을 요구한 현지 전문가는 "설령 승소판결을 받아 회수작업이 본격화 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얼마나 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며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명했다.

"캄코시티 부지는 이아무개씨 뿐만 아니라 나머지 3명의 주주가 또 있다. 이아무개씨가 캄코 시티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준 인물인 건 사실이지만, 사안에 따라선, 향후 나머지 주주들과도 법적인 분쟁을 각오해야 한다. 더욱이 캄코 시티 부지 중 일부는 프놈펜시 당국으로부터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수익을 일부를 나누는 방식으로 불하받은 국가 소유 땅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이 땅의 소유권까지 주장, 매각하려면, 이 나라 정부와도 갈등을 빚을 공산이 크다." (*참고로, 이 땅과 관련해 한 제보자는 그 땅 크기가 대략 7헥타르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기자주)

그는 "현지 땅값이 개발 당시 보다 10배 이상 뛰었기 때문에 남은 부지를 매각할 경우 시세 차익이 커 6400억원 채권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것은 오로지 예보만의 생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일부 언론들은 예보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어 캄보디아 정부가 캄코시티 문제 해결에 매우 협조적인 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캄코시티 사업 및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전문가들이 감지한 현지 분위기는 이와 다소 차이가 있다.

현지 정부 인사들과 접촉이 잦은 편인 교민사업가는 "이 나라 정부관료들은 만약 예보가 승소해 해당 부지를 매각하고 나면 결국 캄코시티 사업이 또다시 차질이 빚게 된다고 믿는다. 대부분 10년 가까이 중단된 캄코시티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재개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부지 매각 처리 문제도 이해당사자가 많아 매우 복잡해, 정부관계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보가 땅을 매각하는 건 달가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최종심 재판에서 예보 이기더라도, 월드시티 이 대표가 은닉한 나머지 대출금을 찾는 일뿐만 아니라 향후 부지 소유권을 둘러싼 크고 작은 또 다른 법적인 다툼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채권회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현지 전문가는 "일부 국내 언론들이 캄코시티 사건을 보도하면서, 마치 이번 재판에서 이기기만 하면 당장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처럼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 놨다. 예보가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솔직히 말해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 대표 측에서 변호인을 앞세워 또 다른 재판 소송을 걸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3만8000명에 이르는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들 입장에선 또 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종의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예보측은 "재판에서 승소하고 채권 회수가 진행되면, 피해자들은 채권 비율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캄보디아 #캄코시티 #월드시티 #부산저축은행 #예금보험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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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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