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 정전사태… 포스코,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다

각종 사고 수습하는데 급급,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하다

등록 2019.07.03 14:18수정 2019.07.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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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광양제철소에서 정전사고로 발생한 화염 ⓒ 광양만녹색연합

 
지난 1일 오전 광양시 태인동 국가산단 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변전소 차단기 수리 작업 중 발생한 정전사고가 이틀 만에 정상화됐다. 광양제철소는 2일 오후 "정전과 함께 영향을 받았던 모든 고로가 현재 정상 가동 중"이라며 "제강, 압연 등 주요 생산 설비도 모두 차질 없이 가동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광양제철소는 이번 정전으로 인한 손실액이 약 4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여러 언론에서 손실액을 최소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예상한 것에 비하면 피해 규모는 비교적 작은 수준이다.
 
정전사고는 일단락됐지만 이번에 광양제철소에서 뿜어져 나온 시커멓고 거대한 연기는 광양시민은 물론, 광양만권 주민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줬다. 그동안 광양제철소에서 화재와 폭발 사고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새까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대규모로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광양제철소 주변에 살고 있는 태인동·금호동 주민들의 충격이 컸다. 태인동과 금호동에는 약 2만여명이 살고 있는데 이곳에는 초·중·고등학교가 있고 전남드래곤즈 전용구장은 물론, 쇼핑센터도 있다.
 
이곳 주민들이 바로 옆에서 대규모 화염을 목격했으니 그 충격은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전사고 초기에 폭발음까지 들리자 인근 주민들은 광양제철소에서 초대형 사고가 터진 것은 아닌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도 없이 복구는 신속하게 마무리됐지만 포스코는 진심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바로 광양만권 주민들에게 대한 '진정어린 사과'다. 그동안 광양제철소에서 각종 환경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으나 공식적인 사과는 거의 없었다.
 
환경 관련 사건·사고 끊이지 않는 광양만권
 
올해는 유독 광양만권에 미세먼지부터 시작해 각종 환경 사고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광양만권 국가산단 기업들이 배출오염 측정치 조작 파문으로 큰 공분을 샀으며, 포스코 역시 자회사가 연루된 바람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최근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이 시설 정비를 할 때 브리더 밸브를 열고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온 사실이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드러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브리더는 고로 내부온도 1500℃에서 쇳물을 생산한 후 시설 수리를 위해 고로 내 잔여 가스를 제거하는 과정에 내부 압력상승, 폭발 등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장치다.
 
환경부는 철강업체들이 압력이 높아지는 등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임의로 밸브를 열고 오염물질을 배출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고, 이를 근거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충남도, 전남도, 경북도가 철강업체들에게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전남도는 이와 관련 지난 6월 18일 광양제철소로부터 고로 조업정지 처분에 대한 청문을 열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전남도는 광양제철소에 10일 조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전사고로 발생한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광양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 줬다. ⓒ 광양만녹색연합

 
공식 사과한 현대제철, 경제논리만 부각시킨 포스코
 
이번 브리더 임의 개방 논란을 놓고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지역민들에게 대하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행정처분을 받은 현대제철은 지난 6월 12일 안동일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사과문에는 '조업정지 처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충남도의 고육지책을 이해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대제철은 이 사과문을 충남도와 당진시, 당진시의회, 지역 시민사회단체,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포스코는 브리더 상시 개방에 대해 지역민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고, 각종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고로 정지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지역민들이 직접 겪게 될 경제적 타격에 대해서만 우호적인 여론을 내세우며 집중 부각시켰다. 지역민에 대해 이해와 사과는커녕, 브리더 개방의 당위성만을 주장하며 반대 여론을 설득 시키는데 외면한 것이다.
 
이번 정전사고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정전 관련 입장 중 사과 부분은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향후 유사한 재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무성의하고, 천편일률적인 입장 표명이 유일하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그동안 포스코에 우호적이었던 광양만권 주민들조차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지역 주민들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각종 현안에 대한 재발 방지와 환경대책을 약속하는 것이 도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사람이 먼저'이지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돈이 사람 목숨보다 먼저 일수는 없다.
 
광양만녹색연합은 이번 정전사태에 대해 "그동안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수 십 년 동안 원가절감을 외치며 경제적 이익에만 몰두하여 환경설비 투자를 게을리 한 결과가 낳은 인재"라고 규정했다.
 
포스코가 광양만권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공식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는 대기 중에 방출된 오염물질의 정확한 성분조사를 하고, 피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광양제철소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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