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 화려했던 스티브 잡스가 남긴 것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30] 조현석 디카시 '공기밥'

등록 2019.07.07 20:24수정 2019.07.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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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석 ⓒ 이상옥

누구나 화려한 한때가 있다
그 시절 지나가면 빈손뿐
뙤약볕 아래서도 피었던 연꽃들
밥 한 그릇은 남기는구나

- 조현석 디카시 '공기밥'

이 디카시는 푸른 잎들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피었던 연꽃의 화려한 시절은 가고 연꽃밥만 남긴 영상과 함께 4행의 짧은 언술로 '화려한 한때가 지나면 빈손만 남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뿜어내는 것 같다. 그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검게 탄 듯한 연꽃밥 하나 전경화시키고 있다.
 
엽꽃밥 영상이 전경화함으로써 화려한 한때의 쓸쓸함을 초점화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화려한 한때가 있다/ 그 시절 지나가면 빈손뿐"이라는 언술은 경구로 수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구는 은밀하게 재해석되고 있어 반전이 일어난다. 화려한 시절은 가고 빈손만 남는 것으로 그친다면 생은 너무 허무한 것이다. 생은 결코 허무한 것이 아님을 이 디카시는 자탄하는 듯한 어조 속에 감춰 두었다. 뙤약볕 아래 피었던 화려했던 연꽃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지만 "밥 한 그릇은 남기는구나"라고 재의미화한 연꽃밥에 그 비밀이 있다.
 
빈손인 듯, 검게 탄 듯 보이는 연꽃밥마다 새 생명의 씨앗들을 품고 있다. 이 씨앗들이 새 생명을 틔어서 또 다음 해에는 더 화려한 연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생명의 경의로움이 여기에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유언이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에, 병석에 누워 나의 지난 삶을 회상해보면,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위의 갈채와 막대한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잃었고 그 의미도 다 상실했다."

잡스는 어두운 방안에서 생명보조장치에서 나오는 푸른 빛을 물끄러이 바라보며 낮게 웅웅거리는 그 기계 소리를 듣고는 죽음의 사자의 숨길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죽음 앞에서는 그의 막대한 부와 주위의 갈채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함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잡스는 죽음이 임박해서야 깨달았다. "평생 배 굶지 않을 정도의 부만 축적되면 더이상 돈 버는 일과 상관없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연꽃처럼 화려했던 잡스가 남긴 것은 빈손뿐이었는가? 아니다 잡스는 누구보다 알찬 연꽃밥을 남겼다. 먼저 애플을 창업해 만든 아이폰은 세상을 바꿨다. 세계 최고의 부를 소유해 본 잡스가 생의 마지막에 유언으로써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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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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